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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의 장/게시판

스크랩 “자식이지만 꼴도 보기 싫어요” 정치 갈등, 6년 새 최고… 봉합하는 대화법 익혀야 할 때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25. 3. 1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내 속으로 낳았지만, 정말 분통 터집니다." 60대 주부 A씨는 최근 큰 딸과 통화를 하다가 크게 싸웠다. 탄핵 정국에 대한 의견 충돌이 그 원인이었다.

주변에서 이런 사연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만큼 '사회 갈등'이 고조됐다. 지난해 국민이 느낀 사회 갈등 정도는 조사를 시작한 2018년 이후 가장 높았다. 제일 심각한 갈등 요인은 지역·남녀·세대·빈부 모두 아닌, 정치 이념 갈등이었다. 진보와 보수로 한 나라가 반으로 갈라졌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이 경고하고 나섰다. 전문의들은 "사회 갈등 고조로 개인의 정신 건강이 악화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집단적 불안이 커질수록 사회 회복력은 떨어지고, 사회 분열이 가속화하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봉합할 수 있을까.

◇“정치 성향 다르면 술도 함께 안 마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3일 '사회통합 실태 진단 및 대응 반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해 6~9월 19~75세 성인 30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조사에서 우리 사회 갈등 정도가 4점 만점에 3.04점으로 나타났다. 6년 내 최고점이다(▽그래픽). 처음 조사를 시행한 2018년 2.88점이 나왔고, 2023년(2.93점)까지 소폭 등락을 오가며 오름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급격히 증가했다. 갈등 유형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진보와 보수' 갈등으로, 3.52점을 달성했다. 지역·정규직과 비정규직·노사·빈부 등 여타 갈등보다 높았다.

그래픽=김민선

이미 사회 갈등은 일상으로 파고들었다. 같은 조사에서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는 연애·결혼을 할 수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남성(53.9%), 여성(60.9%)에 달했다. 지난 2021년 12월 조선일보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정치 성향이 다르면 결혼이 불편하다”는 답이 43%였던 걸 고려하면 그간 크게 증가했다. 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서 33%는 “정치 성향이 다르면 친구·지인과의 술자리도 할 수 없다”고 답했다.

◇사회 갈등으로 병든 개인, 다시 사회 갈등 조장
보수와 진보. 전문가들은 정치 양극화가 야기하는 '이분법적 사고'가 개인 정신 건강을 해친다고 본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준표 교수는 "자신과 같은 진영의 사람은 모두 옳고, 다른 진영의 사람은 모두 틀린 '적'으로 간주하면 상대방을 싫어하고, 불신하고, 혐오하는 대상으로 지정하게 된다"며 "적이 우세하는 사회적 변화가 생기면 개인의 심리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앞선 조선일보 조사에서도 ‘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람’을 ‘국가 이익보다 지신의 이익에 더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보는 시각이 65%에 달했다. ‘의견이 다른 사람’이 아닌,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홍준표 교수는 "정치적 사건들에 영향을 받아서 외래를 찾는 이들은 항상 있었지만, 의사 생활 중 최근 가장 많이 본다"며 "특정인의 발언으로 우울감·불면증 등을 호소하거나, 불안해서 업무에 지장이 있다는 등 개인 정신 건강에 뚜렷하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더 나아가 앞서 A씨처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도 악영향을 끼치면서, 사회 분열이 야기되고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창수 교수는 "정치적 갈등이 심화하면 사람들 사이 신뢰가 떨어지면서 상대방에 대한 감정적 불편감이 커지고, 동시에 사회적 고립감도 느낀다"며 "정치 갈등은 단순한 이념 차이를 넘어 사람들 간의 심리적 거리감을 벌어지게 하고 사회적 통합을 어렵게 만든다"고 했다.

개인의 불안전성이 사회적 불안으로 다시 확산해, 악순환이 야기될 수도 있다.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는 "긴장도가 올라간 개개인은 오히려 더 타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회 갈등이 더 극단화될 수 있다"고 했다. 오래도록 타협이 이뤄지지 않아, 개인의 긴장이 지속되고 사회적 불안으로 확산하면 '집단 공황'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집단 공황은 공동체의 안전성을 상실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극단적인 수준으로 확산하는 현상을 말한다.

◇분열 없는 대화 하려면
전문가들은 개인의 긴장도를 낮춰야, 사회 불안도도 감소한다고 봤다. 무엇보다 개인의 '마음가짐'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홍준표 교수는 "특정 진영의 의견을 100% 지지하라는 것이 아니라, 상황별로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열린 마음으로 판단하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전문가들이 추천한 열린 마음을 갖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들이다.

▶1~10점으로 판단하기=젠더·안보·경제관 등 다양한 분야의 가치관을 양극단이 아닌, 0~10점으로 먼저 자신의 성향을 측정한다. 상대방을 바라볼 때도 극단적인 성향의 사람으로만 보지 말고, 상대적인 위치에 놓여있다는 걸 이해한다. 상대방의 시각을 고려하면서 대화한다.

▶치우친 콘텐츠 피하기=양극단의 시각을 유통하는 유튜브 등의 콘텐츠를 보는 것은 삼간다. 보더라도, 100% 정보를 믿기보다 본인이 얼마나 해당 정보를 신뢰할 수 있을지 판단하면서 시청해야 한다.

▶타협이 필요하다는 것 인정하기=각자 의견만 주장하면 나아갈 수 없다. 본인 말이 무조건 옳거나, 상대방 말도 무조건 틀렸다고 생각하지 말고 ‘타협이 필요하다’는 사실부터 먼저 인정해야 한다. 부모, 친구 등 어떤 관계에서도 서로에게 비난은 금물이다.

▶긴장도 높은 대화는 피하기=지금은 개개별 사회적 긴장감이 매우 올라가 있다. 정치적 소재만 나와도 쉽게 흥분할 수 있다. 이럴수록 가까운 사람이거나, 먼저 흥분하는 사람과는 당분간 정치적인 주제로 대화를 피하는 게 낫다.

▶우울하다면 뉴스 피하기=본인이 뉴스 등으로 우울·불안하고 잠이 잘 오지 않는 등 증상이 있다면 당분간 뉴스 등 모든 콘텐츠는 보지 않는 걸 권장한다. 특히 밤에 뉴스를 시청하면 신경계가 계속 흥분 상태에 놓여 수면이 방해받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더욱 커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뉴스 외에 취미 활동 등 다른 관심사로 눈을 돌려 마음의 안정성을 유지해야 한다. 즐거운 활동으로 여러 사람과의 관계를 촉진하는 것에 집중하는 게 좋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5/03/05/202503050299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