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혈병을 이겨낸 민세연양(왼쪽)과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정낙균 교수./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백혈병을 이겨낸 민세연(17·서울시 서초구)양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16세라는 어린 나이에 백혈병을 이겨낸 후, 1년 만에 복학해 무용가의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그의 주치의인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정낙균 교수와 함께 만나 이야기 나눴습니다.
붉어진 피부와 멍… 백혈병의 증상
민세연양이 처음 백혈병 진단을 받은 건 2023년 5월입니다. 매년 진행되는 건강검진을 받던 중 혈액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곧바로 서울성모병원에 내원했고 급성 림프모구성 백혈병을 진단받았습니다. 세연양의 백혈구 수치(정상 수치 4000~1만)는 50만으로, 백혈병 ‘최고위험군’에 해당했습니다.
백혈병은 크게 림프모구성과 골수성으로 나뉩니다. 암세포가 림프구에서 발견되면 림프모구성, 골수에서 발견되면 골수성입니다. 소아 백혈병의 97%가 급성이고, 그중 70%가 림프모구성으로 많습니다. 세연양이 겪은 암 역시 급성 림프모구성 백혈병입니다. 대부분 항암 치료만으로도 완치가 되지만, 세연양처럼 백혈구 수치가 높은 백혈병 최고위험군 환자는 조혈모세포이식도 진행됩니다.
진단 후 돌이켜보니 다리에 멍이 쉽게 생기는 점상출혈 현상이 백혈병의 징후 중 하나였습니다. 단순히 오랜 시간 무용복을 입고 연습해서 피부가 붉게 올라왔다고만 생각했습니다. 당시 민세연양은 잠을 자는 시간 외에는 매일 무용 연습으로 하루를 보내는 ‘예고생(예술학교 고등학생)’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꿈에 그리던 예술고등학교 입학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던 세연양은 ‘휴학으로 무용가의 꿈을 포기하게 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며 괴로웠습니다. 주치의인 정낙영 교수와 가족들의 끊임없는 “괜찮을거야”라는 위로의 말에 용기를 얻어 치료 의지를 다졌습니다.
‘지옥’ 같던 항암 치료
2023년 7월, 민세연양은 다섯 번의 항암 치료를 받았습니다. 격리 병동에서 항암 치료를 이겨내는 것은 체력적으로도, 심적으로도 힘들었습니다. 항암 치료로 조금씩 빠지는 머리카락을 볼 때마다 ‘이제 머리카락이 전부 빠지면 어쩌나’는 걱정이 드는 것도 괴로웠다고 합니다. 항암 치료 부작용으로 구토와 울렁거림도 심했습니다. 항암 치료를 받으러 가는 길은 매번 ‘지옥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부모님과 의료진이 없었더라면 이겨낼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이었습니다. 두 달간의 치료가 끝난 뒤, 다행히 일상으로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2023년 11월, 재발 위험을 낮추고자 타인 100% 조혈모세포 이식 수술을 받았습니다. 이식 후유증으로 피부염이 생겼습니다. 조혈모세포 이식 부작용으로 폐렴, 장염, 간정맥폐쇄증 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심각한 손상이 나타나지 않은 세연양은 피부과 협진으로 약을 복용하며 피부염을 치료할 수 있었습니다. 건강해지기 위해, 입맛이 없어도 열심히 음식을 챙겨 먹었습니다. 이식 후 1년 골수 검사 결과에서도 미세잔존암 수치 0%로 좋은 결과를 보인 세연양은 현재까지 재발 없이 안정적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두려움 이기게 해준 건 ‘무용가에 대한 꿈’
민세연양이 암 투병 과정에서 견디기 가장 힘들었던 건 휴학으로 인한 ‘두려움’이었습니다. 암 진단을 받은 순간부터 몸에 생기는 작은 변화와 불확실한 치료 결과가 두려움을 키웠습니다. 일반중학교에서 예술고등학교에 입학할 만큼 뛰어난 무용 실력을 지닌 세연양은 혹여나 무용가의 꿈을 저버려야 할지 모른다는 막연함이 절망감으로도 이어졌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학창시절 추억과 예술제 무대 경험을 쌓고 있는 학교 친구들과 달리, 휴학하며 치료를 받아야 했던 자신을 보며 ‘포기하고 싶다’는 부정적인 생각도 했습니다.
이런 불안정한 심리를 다독인 것은 ‘무용수가 돼야 한다’는 꿈 덕분이었다고 그는 말합니다. 무용가의 꿈을 꾸며 무대를 해온 지난 16년을 떠올렸습니다. ‘교수님만 믿고 치료를 잘 받으면 괜찮아질 것이다’는 확신을 갖고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무대에 서기 위해서, 친구들과 추억을 쌓기 위해서라도 세연양은 입맛이 없어도 열심히 챙겨 먹고, 잘 잤습니다.
가족들도 암을 이겨내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백혈병 진단 직후부터 줄곧 어머니는 세연양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항암 부작용으로 입맛이 없을 때마다 어머니는 매번 따뜻한 국과 입맛을 돋우는 맛있는 반찬을 만들었습니다. 또 부정적인 생각으로 우울해할 때마다 어머니는 세연양의 말동무가 돼줬습니다. 아버지 역시 집에 있는 두 마리의 강아지 사진을 찍어 보내주며 병원에서도 항상 긍정적이고 행복한 말들만 들을 수 있게 도왔습니다. 덕분에 세연양은 힘든 시기를 극복하고 무사히 회복했습니다.
<민세연양>

민세연양./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감사하게도 지난해 3월에 복학한 뒤, 학교생활에 충실히 임하고 있습니다. 다가올 3월에 개최되는 무용 콩쿠르 준비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무용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제 몸과 마음도 열심히 가꾸며 삶과 학업의 균형을 잘 맞추려고 합니다. 매일 규칙적으로 밥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합니다.”
-‘하루하루가 기적 같다’고 말씀하셨는데?
“백혈병 진단 전에도 긍정적인 편이었습니다. ‘잘 해결되겠지’ ‘지나가겠지’와 같은 생각으로 일상을 보내다 보니 고민이나 걱정이 없었습니다. 무용 연습을 하며 학창시절 추억을 만들고 있는 학교 친구들과 멀어져 힘들 때마다 옆에서 지지해 주는 가족 덕분에 힘든 순간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좋아하는 가수의 무대영상과 노래를 들으며 기분전환을 하려고 스스로 노력했습니다. 친구들과의 전화통화로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저를 위해 힘 써주시는 분들도 있고, 하루라도 더 빨리 복학하기 위해서라도 더 잘 먹고 치료에 집중하다 보니 어느 순간 체력도 마음도 건강하게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암 진단 전후로 달라진 점이 있나요?
“암을 극복하면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았습니다. 암 진단 전에는 제 주변 가족과 지인, 평범한 일상 등의 모든 것들을 당연시하게 여겼습니다. 그러나 암을 극복하며 사소한 것들도 감사해하며 현재의 삶에 더 충실해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일상의 소중함을 되새길 수 있게 사진도 많이 찍고 가족과 친구들과의 추억도 최대한 많이 쌓으려고 노력합니다. 또 건강의 중요성도 일찍 깨달은 덕분에 가공식품을 최대한 자제하고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골고루 챙겨 먹고 있습니다.”
-이 순간 암과 싸우고 계신 분들께 한 마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앞으로 나아갈 빛나는 길을 바라보세요. 암에 걸리면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듭니다. 그럴 때마다 암 치료 후의 행복한 모습을 떠올리면 어떨까요? 의사선생님을 믿고 하루하루를 건강하고 긍정적으로 살다 보면 저처럼 웃는 모습으로 퇴원할 수 있을 겁니다.”
<정낙균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정낙균 교수./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세연양의 현재 상태는?
“현재 민세연양은 면역억제제를 극소량으로 복용 중이지만 두 달 내로 끊을 예정입니다. 한 달 주기로 정기검진을 받고 있습니다. 2027년 5월 완치를 앞두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건강한 생활습관만 유지한다면 오랫동안 건강하게 지낼 수 있을 겁니다.”
-세연양이 암을 이겨낸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암을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가 매우 강한 기특한 환자였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학교에 복학하기 위해 스스로 잘 챙겨 먹고 열심히 체력을 관리했습니다. 치료 과정이 힘들었을 텐데 내색 없이 항상 웃는 얼굴로 열심히 따라왔습니다. 긍정적인 태도는 치료 과정과 예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세연양은 치료 과정에서 어떠한 상황이 생겨도 항상 의료진을 믿으며 웃으면서 넘어가줬습니다. 또한 가족들이 정성스럽게 세연양을 지지해주며 응원의 힘을 보내준 것도 시너지 효과를 낸 듯합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백혈병 완치율은 85% 이상으로 높아졌으며 예후는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백혈병은 불치병이다’라는 편견과 사회적 복귀와 관련된 부족한 지원으로 백혈병 경험자들은 여전히 힘듭니다. 합병증 없이 건강하게, 더 빨리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해서라도 환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기 위해 더 나은 치료법에 대해 생각하고 연구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잘 챙겨 드시고 의료진을 잘 믿고 따라주시면 좋겠습니다.”
-암 환자들에게 한 말씀.
“좌절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암을 진단받으면 치료 과정이 어떻든 힘들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다 지나갑니다. 완치의 믿음을 가지고 열심히 치료받으면 이겨내실 수 있습니다. 의료진 역시 환자의 빠른 복귀를 위해 열심히 하니, 의료진을 전적으로 믿고 따라주세요. 꼭 낫겠다는 의지를 갖고 열심히 치료를 받으세요. 주변 가족과 지인의 응원과 지지를 받다 보면 어느새 완치에 이를 수 있을 겁니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5/01/20/202501200106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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