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의사신문
'호스피스'는 어떻게 환자와 가족 모두를 위한 '평온한 죽음'을 가능하게 할까. 의료인류학자 송병기와 호스피스 의사 김호성이 공저한 '나는 평온하게 죽고 싶습니다'는 연명의료와 안락사 사이에서 고민하는 한국 사회에 호스피스라는 돌봄의 방식을 통해 죽음의 대안을 모색한다. 송병기와 김호성은 2년 동안 여섯 가지 키워드(공간, 음식, 말기 진단, 증상, 돌봄, 애도)를 중심으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눴다. 현장 경험과 연구를 통해 작성된 이 책은 호스피스 환자의 삶과 죽음을 입체적으로 조명하며, 병원, 요양병원, 노인요양원 등 다양한 의료 공간에서의 사례를 통해 돌봄의 구체적인 모습을 전한다. 책의 1부에서는 '공간'과 '음식'을 주제로 호스피스 환경이 환자에게 어떻게 안락함을 제공하는지 설명한다. 환자들이 정원이나 프로그램실 등 다양한 공간에서 삶의 순간을 누리는 모습은 단순히 치료를 넘는 '삶의 회복'을 의미한다. '음식'에서는 환자들에게 음식을 제공할 때 생명 유지보다 '삶의 질'을 중시하는 호스피스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식사 과정조차 환자에게는 중요한 삶의 연속성이다. 2부는 '말기 진단'과 '증상'을 다루며 호스피스 의료의 현실과 난제를 탐구한다. 특히 말기 진단은 환자와 가족에게 혼란을 주기 쉬운 단계로, 의료진의 신중함과 환자와의 소통이 필수적이다. '증상' 파트에서는 통증 완화가 돌봄의 시작점임을 강조하며, 물리적 통증뿐 아니라 심리적 고통까지 다루는 다학제팀의 중요성을 조명한다. 3부에서는 '돌봄'과 '애도'를 통해 호스피스에서 이루어지는 총체적 돌봄을 설명한다. 목욕과 상담 등 세심한 돌봄은 환자의 존엄성을 지키며 보호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중요한 순간으로 다가온다. 마지막 장에서는 환자의 사별 이후에도 가족을 지원하는 애도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호스피스가 단순한 치료의 공간을 넘어선 '돌봄의 순환'을 지향함을 보여준다. 책 속 사례들은 단순한 이론을 넘어 환자와 의료진이 나눈 대화, 일상적인 모습 등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된다. 저자들은 한국 사회에서 호스피스가 저신뢰 사회 구조 속에서 대중에게 외면받는 이유를 분석하며, 수도권 중심의 호스피스 병동 분포 문제, 연명의료법의 현실적 제약 등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2021년 기준, 호스피스 이용자는 1만9000여명에 불과해 전체 대상자의 21%에 그쳤다. 전국 호스피스 병동 88개 중 35개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지역 불균형 문제도 여전하다. 이러한 문제는 호스피스 돌봄을 단순한 치료 연장이나 죽음을 앞둔 공간으로 한정 짓는 사회적 시각과 연결된다. 저자들은 호스피스를 통해 환자와 가족, 의료진 모두가 새로운 언어를 배우며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돌봄의 과정에서 환자의 통증과 고통을 줄이고, 남은 시간을 의미 있게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는 모습은 오늘날 한국 사회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나는 평온하게 죽고 싶습니다'는 독자들에게 단순히 죽음을 준비하는 방식을 넘어, '어떻게 사람답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라는 깊은 물음을 던진다. 삶의 끝자락에 더 나은 돌봄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꼭 권할 만한 책이다. 의사신문 남궁예슬 기자 asdzxc146@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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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크리에이터 정관진 제1군단 원문보기 글쓴이: 니르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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