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 예술을 만나면> 한 해를 마감하는 12월에 접어들면, 지난 한해를 돌아보는 미술작업을 진행합니다. 올해 암 진단을 받은 분부터 항암의 힘겨운 여정을 보내고 있는 분, 드디어 잘 맞는 약을 찾은 분까지 미술치료 시간에는 다양한 사연을 가진 분들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가 오갑니다. “그래도 올해 잘 살아왔습니다.” “얼마나 힘드셨어요. 그래도 잘 견뎌내셨네요!” 내년에는 힘든 일이 없기를 바란다며 서로 이야기하지만, 사실 우리의 삶이 바람처럼 흘러가지는 않는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분들이기도 합니다. 이때 주로 제가 그리자고 제안하는 것은 ‘빗속에 서 있는 사람’입니다. ‘빗속의 사람’ 그림 검사는 미술치료 임상에서 자주 사용되는 투사적 그림검사기법입니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한 사람이 어떻게 반응하고 대처하는지 보고자 할 경우 유용한 그림 검사입니다. 스트레스를 어떻게 지각하고 느끼는지, 스트레스 받은 감정 표현은 얼마만큼 이뤄지는지,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심리적 자원은 얼마만큼 가지고 있는지 등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암을 경험하신 분들은 심리적 통찰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빗속에 서 있는 사람을 그리고는 서로의 그림을 분석하고 이야기를 나누시기도 합니다. 그 가운데 오고가는 말 중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비는 우리 노력으로 오게 할 수도, 멈추게 할 수도 없다”는 말입니다. 마치 우리의 삶 속에서 암을 만났던 것처럼 말이죠. ‘그 비 오는 길을 어떻게 걸어 나갈 것인지’만이 우리에게 주어집니다. 어떤 분은 장화도 신고 우비도 입고 아주 커다란 골프 우산도 들겠다며 그림을 그리시고, 어떤 분은 가볍게 우산 하나와 슬리퍼를 신을 것이라 하십니다. 비는 막을 수 없더라도 내 자신을 비로부터 보호하는 장비를 준비하겠다는 겁니다. 혹은 우산도 없이 그저 내리는 비를 온몸으로 맞고 그 순간을 즐기겠다고 하는 분도 계실 테지요. 그리고는 따뜻한 집으로 가서 깨끗이 씻고 따끈한 차 한 잔 마시겠다고요. 이 또한 좋습니다. 우리의 삶은 계획대로, 또 바람대로 살아지지 않습니다. 삶에 순종하지만, 그 시간을 보내는 주인공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걸 깨달으면 됩니다. 비오는 날, 여러분은 무엇을 챙기실 건가요? 암을 극복하는 지금, 여러분 곁에 무엇을 두실 건가요? 누군가는 기도문을, 누군가는 반려견 사진 한 장을, 누군가는 사랑하는 자식들의 편지를 소중히 품으실 겁니다. 그게 무엇이든 간에, 뜻하지 않았던 길을 걷고 계신 여러분에게 큰 힘이 돼주기를 바라봅니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4/12/10/2024121001991.html |
출처: 크리에이터 정관진 제1군단 원문보기 글쓴이: 니르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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