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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치료/암치료 후 생활

스크랩 [아미랑] 암을 벗고 예술을 입다… 암 경험자 예술 축제 ‘콜라주’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24. 12. 13.

지난 5일, 암 경험자 회복을 위한 예술 축제 '콜라주'가 성료됐다./사진=아미북스 사회적협동조합 제공

암 진단을 받는 순간, 누군가의 엄마·자식·친구였던 정체성 위에 ‘암 환자’라는 낯선 수식어가 덧씌워지곤 합니다. 보호받아야 할 존재, 약한 존재라는 사회적 인식은 그들이 병을 이겨내고 암이라는 단어를 삶에서 지워내기 어렵게 만듭니다. 편견 속에서도 이를 당당하게 극복하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이들이 있습니다. 지난 5일,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에서 암 경험자 회복을 위한 예술 축제 ‘콜라주’에 다녀왔습니다.

◇사회적 복귀 돕는 뜻깊은 행사
콜라주는 암 경험자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자존감을 높여 사회 복귀를 돕는 것을 목표로 한 예술 축제로, 올해로 2회를 맞는 행사입니다. 암 경험자를 비롯한 취약계층의 건강한 생활을 돕는 아미북스 사회적협동조합이 주최하고 ▲암 경험자들의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개선하는 ‘아미다해’ ▲2030세대 암 경험자 커뮤니티 ‘리버스’ ▲부산·경남지역 암 경험자 커뮤니티 ‘보:듬하다’ 세 개 단체가 공동 주관합니다. 네 단체가 모여 마음의 조각을 모은다는 의미에서 ‘콜라주’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번 행사에는 300여 명의 암 경험자, 가족, 지인들이 참석했습니다.

나담음 사진전 사진=나:담음 사진전은 암 경험자들의 가장 나다운 모습을 사진에 담아 전시하는 사진전이다./사진=헬스조선DB

행사장은 각 단체별 소개 부스와 아미북스 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이 준비한 제품 이벤트 구역 ‘나:담음 사진전’으로 꾸며졌습니다. 나:담은 사진전은 사단법인 바라봄의 후원으로 매년 12명의 암 경험자를 선정해 예쁘게 단장한 후 그 모습을 촬영해 전시하는 사진전입니다. 암 치료 과정에서 변했던 외모가 회복되는 과정을 사진을 통해 담아내는 것이 주목표입니다. 올해는 싱그러운 자연을 배경으로 촬영해 그 속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을 담아냈습니다. 부스에서는 각 단체별 구성원이 만든 예술 작품, 굿즈 등을 판매하고 단체를 소개했습니다. 제품 이벤트 존에서는 마스크팩, 두유, 그래놀라, 비누 등 이번 행사를 지지하는 여러 기업들에서 보내준 제품들을 뽑기로 받아갈 수 있었습니다.

◇암 경험자·가족 모두에게 치유와 위로의 시간을
콜라주의 주요 프로그램인 핸드팬 연주가 인상 깊었습니다. 암 경험자 핸드팬 연주단 ‘아미더팬’의 핸드팬 공연이 행사를 열었습니다. 핸드팬은 2000년도에 스위스에서 개발돼 사운드 테라피에 활용되는 악기입니다. 아미더팬 리더 한혜주씨는 “아미더팬은 2023년도에 결성된 연주단으로 핸드팬을 만난 시기는 각자 조금 다르지만 핸드팬을 연주하면서 치유하고 위로받는 마음은 동일하다”며 “연주를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가 다른 누군가에게도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아미더팬은 차례로 ‘연결’, ‘선물’, ‘자유 연주곡’을 선보였습니다.

아미더팬 사진=​암 경험자 핸드팬 연주단 '아미더팬'이 핸드팬 연주를 하고 있다./사진=아미북스 사회적협동조합 제공

암 경험자들이 모델로 직접 서는 나:담음 런웨이도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암 경험자들은 치료로 인한 신체적 고통뿐 아니라 외적인 변화로 인한 상실감, 자존감 저하 등으로 힘든 시간을 보냅니다. 그런 암 경험자들에게 바른 자세로 꼿꼿하게 걷는 모델 워킹을 통해 바른 자세를 만들어 자존감을 높이고 런웨이에 직접 서보는 경험을 통해 내면의 강인함과 아름다움을 다시 발견하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사회적협동조합 아미북스 조진희 이사장은 “암 치료를 받을 때는 병원에 입원해 있거나 머리가 빠지는 등 외적인 변화를 겪으면서 외부와의 교류가 줄어든다”며 “그런 암 환자들이 런웨이를 통해 자존감을 올리고 사회로 복귀하는 것을 돕기 위한 취지의 프로그램”이라고 말했습니다.

올해 나:담음 런웨이는 모델 김수연씨가 지난해에 이어 총연출을 맡았습니다. 대관 및 드레스 협찬은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이은미 모델학과장, 스타일링은 유원경 교수와 팀원들이 재능 기부했습니다. 17명의 참여자들은 9~12월 주 1회 워킹 수업을 들으며 런웨이를 준비했습니다. 나:담음 런웨이의 한 참여자는 “워킹 수업을 통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에너지가 충전됐다”며 “암 환자라는 사실을 잊어버린 채 당당한 나로서 행사를 즐기는 시간이었고, 다른 암 환자들과 소통하면서 우울감이 줄어드는 등 회복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나담음 런웨이 사진=암 경험자들이 런웨이에서 당당한 워킹을 선보이며 암 치료로 인해 변한 외모로 떨어진 자존감을 회복하는 시간을 가졌다./사진=아미북스 사회적협동조합 제공

암 환자들이 런웨이를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고 사회 복귀로 발돋움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감동적이었습니다. 아파서 매일 집에 누워만 있던 엄마, 암 진단 후 자존감이 크게 떨어졌던 아내가 무대에 서서 당당히 걸어가는 모습에 가족, 친구, 지인들이 응원과 지지를 보냈습니다.

조진희 이사장은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암 생존율은 높아지고 있지만 암 경험자의 사회복귀는 여전히 제자리이다”라며 “차별 없는 치료 환경과 암 경험자에 대한 편견 없는 사회가 되도록 여러 단체가 연대하여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내년에는 암 경험자뿐 아니라 발달장애인, 자립 준비 청년 등 다양한 단체와 연대해 문화 예술 축제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예술적 활동에 참여해 보세요
암 경험자 예술 축제 ‘콜라주’는 창작의 즐거움을 넘어 암 환자들의 신체적·정신적 회복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듯 보였습니다. 미국 로체스터약대 연구팀이 암 환자의 예술 활동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예술 활동을 하는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불안감과 우울감이 각각 46.9%, 24.5% 감소했다고 합니다.

아미북스 사회적협동조합에서는 ▲출판 도서 북토크 ▲명상·아로마·싱잉볼 등 자격증을 보유한 암 경험자가 진행하는 강의나 예술 축제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아미다해는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는 ‘치유 밥상’ ▲핸드메이드 소품 등을 제작하는 ‘자립 프로그램’ ▲나:담음 사진 촬영 ▲나:담음 런웨이 등을 진행합니다. 2030 암 경험 커뮤니티인 리버스는 매달 온라인 모임과 오프라인 트래킹 모임을, 부산·경남지역 암 경험자 커뮤니티 보:듬하다를 통해서는 매달 도예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온라인 모임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단체 말고도 암 경험자의 예술 활동을 돕는 모임이 전국에 많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단체에 가입하고 암 극복의 여정을 함께 할 프로그램에 참여해보는 건 어떨까요?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4/12/09/202412090223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