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와 영희는 부부다.
둘 다 연금을 받는다. 영희는 어느 날 동내 지하철역에 있는 플래카드에 기차 타고 당일 기차 여행객 모집인 것을 보았다. 목적지가 젓갈로 유명한 시장이다. 곧 김장철인데 잘 되었다고 두 명 신청하였다. 당일 목적지에 도착하니 점심시간이다. 엄청 사람이 많다. 그야말로 도깨비 장터다. 떠밀리다시피 다녀야 한다. 철수는 성질이 났다. 그냥 동내에서 사서 먹지 왜 여기까지 와서 고생이냐고 영희에게 고함을 쳤다. 철수 성질을 잘 아는 영희는 대꾸도 못 하고 좀 한가한 가게로 얼른 들어갔다. 빨리 사고 점심 먹으러 갈 계획이다. 종업원이 오젓 육젓 추젓이 있다고 설명한다. 영희는 덩달아 급하다. 기차 시간은 멀었지만, 철수가 한번 짜증 내면 오래 간다는 것을, 알기에 얼른 좋은 것으로, 넉넉하게 샀다. 담아주는데 생각보다 무겁다. 철수 표정을 보니 금방 성질낼 표정이다. 영희가 종업원에게 말했다. 기차 타고 왔는데 집으로 택배해 줄 수 있냐고 물었다. 당연하다고 말한다. 지금 여기 시장은 다 그렇게 한다고 한다. 영희는 후회되었다. 혼자였으면 천천히 둘러보고 흥정해서 더 싸게 살 수 있었는데 영희가 포장지를 달라고 하였다. 철수가 얼른 종이에 주소를 써주고 가자고 한다. 향토음식점에서 점심을 먹고 반주를 걸친 철수는 그제야 표정이 밝아졌다. 인수는 대학생이다. 주말에 내려와 부모님 일을 돕는다. 부모님은 젓갈 장사를 오래 하셨다. 어느 날 부모님은 상갓집을 가셨다. 부득이 두 분이 함께 가야 할 곳이다. 잠깐 다녀오신다고 하셨지만, 옷은 갈아입으셔야 했다. 옷에서 젓갈 냄새가 배었기 때문이다. 인수는 김장철엔 가계를 처음 본다. 손님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다른 집보단 한가 했는데 그런데도 정신이 없다. 여기저기 물어보는 사람 빨리 달라고 하는 사람 혼이 나갈 정도다. 중년 손님 두 분이 들어왔는데 가격을 물어보더니 돈을 내고 택배 되냐고 물어본다. 된다고 했더니 급한지 종이에 주소를 쓰고 가신다. 이렇게 장사하면 밤새워 장사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분이 가고 나서는 손님이 더 들이닥쳤다. 그야말로 물밀듯이 돈이 서랍에 쌓였다. 잠시 후에 부모님이 오시고 숨을 돌릴 무렵 택배기사가 왔다. 그때야 비로소 종이에 주소 써주고 간 손님이 생각났다. 근데 정확히 뭘 주문하고 얼마를 받았는지 전혀 생각이 안 났다. 아버지 눈치를 보았다. 아버지도 행동이 느린 것을 못 보는 성격이다. 인수는 중간급 제품을 얼른 담아서 포장하였다. 다음날 택배를 보내면 받는 사람은 하루가 더 늦어지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 다음날도 손님이 많았다. 인수는 점심 후엔 서울로 가야 한다. 그때 전화가 왔다. 어머니가 받았다. 항의 전화였다. 어제 그 젊잖으신 중년 부부이다. 어머닌 서울에서 유명 대학 다니는 우리 아들이 절대 실수하고 그럴 일 없다고 펄펄 뛰셨다. 돌이켜 생각하면 어머닌 혹시 아들이 아버지에게 야단이라도 맞을까 봐 그런 게 아닌가 생각한다. 인수는 직장도 다니고 사업을 하다 별로 신통치 않아 부모님 사업을 물려받았다. 김장철이 되면 두 손님이 생각난다. 얼굴은 떠오르지 않지만 또 오시면 깊이 사죄하고 몇십 배로 갚을 수 있는데 하면서 야단만 치던 아버지도 생각난다. 보호해 주던 어머니 보다, 아버지가 생각나는 것은 왜? 일까? 스스로 자문해 본다. 낼 모래면 아버지 기일이다. |
출처: 크리에이터 정관진 제1군단 원문보기 글쓴이: 청천고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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