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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정관진 제2군단/크리에이터 정관진 저작권 글

스크랩 갑과 을 그리고 병의 이야기 17.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24. 10. 8.

우리나라에 지하철이 처음 생길 즈음


철수는 고등학생이었다.


비 내리는 어느 날 어느 지상 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어떤 중년 남자가 중년 여자를 비닐우산으로 사정없이 내리치고 있었다. 여자는 손으로 막아보지만 역부족이다.


머리 등 팔, 다리 아무 데나 막 때리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비가림막도 시원치 않아 비를 맞아 가면서 때리는 사람이나 막는 사람이나 비에 흠뻑 젖어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특히 여자는 실신 직전이었다.


주변엔 학생들이 많았다. 학교는 다르지만, 여학생 남학생 삼삼오오 꽤 됐다.


철수가 용기를 내었다. 때리는 남자의 손목을 양손으로 잡고 비틀어서 우산을 뺏었다.


우산은 비닐은 다 날아갔고 뼈대만 앙상히 남았는데 대나무 살이라 끝이 뾰족했다.


남자도 때리다 지쳤는지 아니면 철수의 완력을 당하지 못하였는지 저항하지 않고 머리를 숙였다.


철수가 여자를 부축해서 일으켜 세우려는 찰나 여자가 고래고래 고함을 치면서 일어난다.


학생 놈의 XX가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남의 일에 끼어든다고~ 때리던 남자에게 폭력이라고 가했으면 더 무지막지한 욕이 날아왔을 거다.


편들어 들 줄 알았던 학생들은 여자의 기세에 눌려 하나둘 자리를 떠났다. 아주 멀찍이


지금 같으면 휴대전화로 신고하면 끝날 일을


철수는 그날 아주 더러운 하루를 보냈다.


50년 이 훌쩍 지난 일이지만 철수는 남녀 간 특히 부부간 일에 절대 관여하지 않는다.


아래는 그때 일이 이러지 않았을까 하는 허무맹랑한 가상의 이야기다.


남자와 여자는 중년 부부다.


결혼한 지는 10년이 넘었지만 거의 매일 싸운다.


남자는 의처증 여자는 의부증이 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어느 날 인천에 가려고 어느 역에서 전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비가 갑자기 많이 내리는 터라 기다리는 사람들의 옷이 흠뻑 젖었다. 몸에 달라붙었는데 속살이 비칠 정도다.


부부는 다행히 집에 있던 비닐우산을 가져와 비를 덜 막고 있었다.


남자가 힐끗힐끗 여자들을 쳐다본다. 여자가 옆구리를 툭툭 친다. 남자가 무안해한다.


이번엔 여자가 남자들을 쳐다본다. 당시 주로 학생들이 많았는데 여학생들은 하얀 상의 비를 맞아 몸에 달라붙어 브래지어가 보일 정도고 남학생들의 하의도 몸에 달라붙어 팬티가 비칠 정도였다.


남자의 눈은 여자들 상의로 여자의 눈은 남자를 하의로 향하고 있었다.


둘이 서로 뭐라 하더니 남자가 여자를 우산으로 사정없이 내리친다.


말리는 사람도 하나 없다. 순간 철수가 막아선다.


여자가 때리는 남자 편을 든다. 안 그러면 집에 가서 더 뚜드려 맞을 것이다.


50여 년이 훌쩍 지났는데 생존해 있을까?
 

출처: 크리에이터 정관진 제1군단 원문보기 글쓴이: 청천고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