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와 영희는 80대 부부다.
뒷산에 둘레길이 있다. 철수는 걷는 것을 좋아하지만 영희는 싫어한다. 거의 매일 억지로 영희를 끌고 산을 탄다. 철수는 산 한 바퀴 돌 동안 한 번도 안 쉬지만, 영희는 서너 번은 쉰다. 어느 날 산 반 바퀴쯤 돌고 쉬고 있는데 저 멀리서 어떤 여자가 오면서 안녕하세요? 한다. 쉬고 있는 사람은 둘밖에 없으니, 철수가 네! 하고 대답하였다. 좀 더 다가오면서 잘 지내시죠? 한다. 얼굴을 보니 삼사십 대로 보이는데 전혀 모르겠다. 하지만 예의상 철수는 네 잘 지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숨 쉴 겨를도 없이 사모님도 잘 지내시죠? 하고 묻는다. 여기 옆에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지만 그 여자는 가볍게 목례 만 하고 그냥 지나친다. 영희가 누구냐고 꼬치꼬치 묻는다? 모르는 여자라고 대답해도 믿지 않는다. 그리곤 두 번 다시 산에 안 온다고 엄포를 놓는다. 철수는 젊어서 바람피운 전과가 있어 할 말이 없다. 순자는 애 둘이 있는 가정부다. 초등학생 중학생 살을 빼려고 거의 매일 산에 다닌다. 빠른 걸음으로 뱃살을 주로 빼는 게 목표이다. 주변에선 날아다닌다고 표현할 정도다. 운동을 하면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데 이명이 생겨 목소리가 커졌다. 이명이 있는 사람은 상대방도 잘 못 듣는지 알고 목소리가 대체로 크다. 빠른 걸음으로 가는데 아이의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이가 가끔 말썽을 부리는데 그때마다 남자 담임은 순자에게 전화한다. 그냥 따끔하게 혼내 주면 좋으련만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죠? 사모님도 잘 지내시죠? 일단 선수를 치는데 앞에서 쉬고 있던 할아버지가 뭐라 하시는데 애가 무슨 사고를 쳤는지 궁금해서 할아버지가 뭐라는지는 신경 쓸 겨를이 없다. 할머니와 두 분이 앉아 계시는데 참 다정해 보인다. 가볍게 끄덕이고 지나쳤다. |
출처: 크리에이터 정관진 제1군단 원문보기 글쓴이: 청천고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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