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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정관진 제2군단/크리에이터 정관진 저작권 글

스크랩 갑과을 병의 이야기 16.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24. 9. 9.

철수와 영희는 80대 부부다.


뒷산에 둘레길이 있다. 철수는 걷는 것을 좋아하지만 영희는 싫어한다.


거의 매일 억지로 영희를 끌고 산을 탄다.


철수는 산 한 바퀴 돌 동안 한 번도 안 쉬지만, 영희는 서너 번은 쉰다.


어느 날 산 반 바퀴쯤 돌고 쉬고 있는데 저 멀리서 어떤 여자가 오면서 안녕하세요? 한다.


쉬고 있는 사람은 둘밖에 없으니, 철수가 네! 하고 대답하였다.


좀 더 다가오면서 잘 지내시죠? 한다. 얼굴을 보니 삼사십 대로 보이는데 전혀 모르겠다.


하지만 예의상 철수는 네 잘 지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숨 쉴 겨를도 없이 사모님도 잘 지내시죠? 하고 묻는다. 여기 옆에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지만


그 여자는 가볍게 목례 만 하고 그냥 지나친다.


영희가 누구냐고 꼬치꼬치 묻는다? 모르는 여자라고 대답해도 믿지 않는다.


그리곤 두 번 다시 산에 안 온다고 엄포를 놓는다.


철수는 젊어서 바람피운 전과가 있어 할 말이 없다.




순자는 애 둘이 있는 가정부다. 초등학생 중학생 살을 빼려고 거의 매일 산에 다닌다.


빠른 걸음으로 뱃살을 주로 빼는 게 목표이다. 주변에선 날아다닌다고 표현할 정도다.


운동을 하면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데 이명이 생겨 목소리가 커졌다.


이명이 있는 사람은 상대방도 잘 못 듣는지 알고 목소리가 대체로 크다.


빠른 걸음으로 가는데 아이의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이가 가끔 말썽을 부리는데 그때마다 남자 담임은 순자에게 전화한다. 그냥 따끔하게 혼내 주면 좋으련만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죠? 사모님도 잘 지내시죠? 일단 선수를 치는데


앞에서 쉬고 있던 할아버지가 뭐라 하시는데 애가 무슨 사고를 쳤는지 궁금해서 할아버지가 뭐라는지는 신경 쓸 겨를이 없다.


할머니와 두 분이 앉아 계시는데 참 다정해 보인다. 가볍게 끄덕이고 지나쳤다.
 

출처: 크리에이터 정관진 제1군단 원문보기 글쓴이: 청천고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