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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치료/수술

스크랩 “위·췌장 다 떼는 수술해도 쌍꺼풀보다 저렴… 공공병원에 어느 의사가 오겠나”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24. 7. 20.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위, 신장, 췌장, 비장 등을 한 번에 제거하는 수술을 진행해도 쌍꺼풀 수술보다 못 받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외과 의사를 자처할 이는 없을 것이며, 공공병원이라면 더더욱 기피할 것입니다.”

서울적십자병원 외과 신동규 과장의 말이다. 그는 서울의료원과 서울적십자병원 등 공공병원에서 외과 수술만 5000건 가까이 집도한 의사다. 국내 공공병원 필수의료의 한 축을 담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그가 17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미디어 아카데미에 참석해 공공병원이 무너져 내리는 현실과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정책의 잘못된 점에 대해 지적했다.

공공병원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설립·운영하는 병원을 뜻한다. 국립대병원, 국립의료원, 시·도립 병원 등이 속한다. 민간병원 대비 진료비가 저렴해 취약계층이 찾는 병원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신동규 과장에 따르면 공공병원만 맡을 수 있는 역할이 있다. 그는 “진행성 위암 판정을 받은 45세 여성이 내원한 적이 있다”며 “큰 대학병원에서 수술이 의미 없다는 판정을 받았는데 2014년에 좌측 상복에 있는 모든 장기를 들어내는 ‘LUAE’ 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 과장은 이어 “환자의 간절한 요청에 따라 위암 수술을 진행했고 6개월이었던 기대 여명을 24개월까지 늘릴 수 있었다”며 “비록 자녀가 학교에 입학하는 걸 보고 싶다는 환자의 소망은 이뤄지지 못했지만 남편에게 감사 인사를 받았던 기억이 선명하다”고 말했다.

공공병원에서만 수행할 수 있는 연구도 있다는 게 신 과장의 설명이다. 그는 “공공병원에는 쪽방이나 고시원에 거주하는 의료급여 환자들이 많이 내원하는데 수술이 잘 돼도 갑자기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위암 수술을 받았던 247명의 환자를 분석해보니 의료급여 환자들의 위암 1기 5년 생존율은 전체 평균인 94%보다 많이 떨어지는 65%로 사실상 병기가 하나 더 높다고 볼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원인은 분명 낙후된 생활여건인데 여기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발표하는 서울적십자병원 외과 신동규 과장./사진=오상훈 기자

다만 이러한 공공병원은 더 이상 기능하기 어렵다는 게 그의 관측이다. 지나친 전공 세분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그가 공공병원에서 집도한 외과 수술 5000건은 탈장, 맹장, 위·식도, 담낭, 대장 등 매우 다양하다. 이처럼 대부분의 공공병원 필수의료는 전문의 한 명이 모든 것을 담당하고 있다. 젊은 의사들이 유입되지 않기 때문에 공공병원 필수의료는 전문의 한 명이 사라지면 사실상 전멸이라고 할 수 있다.

신 과장은 “국내 임상현장에서는 전문의의 전공이 지나치게 세분화돼 있어 환자의 배를 열어놓고 여러 분과 전문의들이 들락날락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며 “특정 질환의 성적은 좋을 수 있겠지만 욕창, 봉와직염, 단순화상 등은 외과 분야임에도 전문의들이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당연히 원래 못 했던 게 아니라 한 우물만 파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며 “최소한 상부위장관을 주전공으로 정했으면 하부위장관은 부전공으로 선택하는 정도는 돼야 한다”고 말했다.

열악한 재정은 공공병원 운영의 어려움을 얘기할 때 항상 등장한다. 특히 수술이 많은 외과는 수가 얘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을 정도. 신 과장은 “앞서 언급한 LUAE 수술을 진행하면 우리나라 수가 체계에서 최초 장기 적출에는 100%를 받지만 그 이후 장기부터는 75%, 50%를 받는다”며 “종합적으로 따져보면 쌍꺼풀 수술보다 저렴한데 전문의 1명을 뽑을 정도도 안 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요즘에는 수술하다 문제가 생기면 환자와 보호자로부터 소송을 당하는 경우도 많아졌고 의대생들도 이러한 사실을 다 알기 때문에 필수의료는 거들떠보지 않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끝으로 신 과장은 최근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 역시 공공병원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 것이라 주장했다. “학령 인구가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원을 그대로 뒀던 건 사실상 늘린 것”이라며 “현재 정책처럼 정원만 대폭 늘린다면 의료비는 증가하는데 외과 같은 필수의료 인력은 줄고 그나마 남아있는 필수의료 진료과도 소송 우려로 인해 방어 진료를 펼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4/07/17/202407170247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