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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정관진 제2군단/암정보

[아미랑] “암환자에게 완치란 없습니다”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22. 4. 15.

헬스조선DB

암에 걸리고 5년을 산다는 것이 기적이던 때가 있었습니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그랬습니다. 암 종류를 불문하고, 5년간 생존하는 확률이 40%에 불과했지요. 그래서 5년이 지나면 ‘완치’라는 판정을 내리고 기뻐했습니다. 그런데 5년이라는 게 정말 그렇게 큰 의미가 있는 걸까요?

완벽히 나았다고 오해 말아야
저는 '5년 생존율'을 암마다 예후가 다른 것을 무시하고 만든 획일성의 결과물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기 판정이 가능한 암도 있지만 조기 판정이 어려운 암도 있습니다. 어떤 환경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여 생존했느냐가 중요하지, “5년 생존율이 100%다” “10년 이상 생존율이 50%가 넘는다” 따위의 수치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5년 생존율’이라는 것에 굳이 의미를 두자면 ‘지금 걸린 암이 없어졌다’ 정도입니다. 이 말은, 암에 걸리기 전과 똑같이 생활하면 암이 또다시 생길 수도 있다는 겁니다. 암에서 완전히 해방되지 않은 것이지요. ‘완치’라는 말을 ‘완벽히 나았다’라고 오해해서는 안 됩니다.

간암이 폐로 전이된 말기 암 환자 한 분이 있었습니다. 병원에서 한 달 안에 이식받지 못 하면 죽는다는 일종의 사형선고를 받았던 분입니다. 그분은 저와 함께 꾸준히 면역력을 증진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여, 간 이식을 받지 않고도 5년을 더 사셨습니다. 5년을 생존했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완치 판정을 내렸습니다. 그 분은 아마 누구보다 기뻤을 것입니다. 완치 판정을 받자마자 그간 고생했던 것들이 복받쳐 올라왔는지, 여행을 가고 해방감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사느라 바빠 보였습니다. 정기적으로 병원에 와서 몸 상태를 감시해야 했는데 그러지 않으셨습니다. 허망하게도, 완치 판정을 받은 6개월 만에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결승점 아닌 시작점
암은 완치 판정을 받고 난 후의 관리가 더 중요한 병입니다. 한 번 암이 생긴 몸은 암과 친해진 상태여서, 또 다른 암을 부를 수 있습니다. 해방감을 느끼지 마세요. 평생 암과 동거한다고 생각하고 망루에 파수꾼을 세워 놓으세요. 그래야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삽니다. 두바이에 사는 환자 한 분은 1년에 두 번씩 한 번도 빼먹지 않고 꼭 저를 찾아옵니다. 2009년에 대장암 진단을 받고 수술한 후 항암치료와 함께 면역치료를 시작한 분입니다. 두바이에서도 잘 먹고, 잘 쉬고, 적당히 운동하고, 어떤 문제가 생겨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살고 있다고 합니다. 이 분이 지금까지도 건강하게 잘 살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 분명한 건 1년에 두 번씩 삶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가진다는 겁니다. 자신이 왜 암에 걸렸는지를 알고, 다시 암에 걸리지 않도록 수비를 철저히 했다는 겁니다.

완치는 결코 결승점이 아닙니다. 지속적으로 자신의 몸을 돌보기 시작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암에 걸렸는데도 5년을 살아냈다는 건 분명 축하받을 일입니다. 하지만 거기서 끝내면 안 됩니다. 또다시 5년을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하고, 하루하루 좋은 삶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세요. 이를 위해서는 ▲식사, 운동 등 통합적인 방법으로 면역력을 올리고 ▲검증되지 않은 것들에 현혹되지 말고 ▲기쁨, 기도, 감사를 매일 되새기고 ▲가족 혹은 친구와 함께 하고 ▲잘 웃고 잘 울고 ▲신앙, 봉사, 취미생활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아무리 예후가 좋은 암이라도 암은 암입니다. 5년이 지났다고 하더라도 몸을 함부로 대하지 마세요. 평소 자신의 면역력을 훼손하던 삶을 돌아보고 바꾸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오늘도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2/04/13/202204130193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