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수술이 도입되면서 더 정교한 직장암 수술이 가능해졌다. 사진은 로봇으로 직장암 수술을 진행하고 있는 백승혁 강남세브란스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의 모습.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2018년 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기대수명(83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이 37.4%이다. 그 중 '대장암'은 다섯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흔하다. 대장암(발생률 10만명당 580명)은 2018년 기준 위암·갑상선암·폐암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이 발생했다. 또한 대장암 중 40%가 항문에서부터 15㎝까지 부위에 발생하는 암인 '직장암'인데, 정교하게 수술하지 않으면 항문 보존이 어려워 평생 인공 장루(腸瘻)를 달아야 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대장항문외과 백승혁 교수는 "그럼에도 최근 항암제가 발달하고 각종 새로운 수술 기법, 특히 로봇수술이 도입되면서 직장암 환자의 생존율이 높아지고, 항문과 배뇨·성 기능 보존이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로봇수술, 유연한 관절로 정교하게 암 절제
대장 아래쪽에 있는 직장암은 대장 위쪽에 있는 결장암보다 치료가 까다롭다. 사방이 골반 뼈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백승혁 교수는 "넓으면 10~11㎝, 좁으면 7~8㎝ 정도의 공간 안에서 수술을 진행해야 해 어쩔 수 없는 공간 제약적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과거에는 암 제거 수술 중 항문괄약근이 손상되고 인공 장루를 달아야 하는 환자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항문괄약근을 손상시키지 않는 경우가 늘었고, 설령 손상시킨다고 하더라도 항문을 살릴 수 있는 기술이 발달해 인공장루를 다는 환자 비율이 10년 전에 비해 50% 이상 줄었다는 것이 백 교수의 설명이다. 과거에는 수술 중 골반 자율신경이 손상돼 배뇨기능이나 성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역시 정교한 로봇수술의 도입으로 크게 줄었다. 실제 수술 후 소변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비율이 개복수술에 비해 로봇수술에서 현저하게 낮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로봇수술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될까? 백승혁 교수는 "수술자의 손동작을 크기가 작은 로봇이 체내에서 그대로 재현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복강경 수술의 평면 시야와 달리 3D 시야로 입체감을 느낄 수 있고, 암이 생긴 부위를 10배로 확대해 자세히 볼 수도 있다. 백 교수는 또한 "좁은 골반 내 공간에 수술 도구가 접근하기 어려울 때가 있는데, 역시 360도 회전 가능한 로봇 관절을 활용하면 손쉽게 원하는 부위에 도달해 정교한 암 수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눈으로 직접 보고 암을 절제하는 개복수술에 비해 부정확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로봇수술이 개복수술에 비해 정확하게 암 조직을 제거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같은 이유로 수술 중 출혈, 수혈 여부도 개복수술에 비해 적은 편이다. 몸에 가해지는 무리도 적어 수술 후 회복 기간도 더 짧다. 지난 2013년 강남세브란스병원 대장암센터가 직장암 환자 165명을 조사한 결과, 수술 환자의 회복 속도를 보여주는 첫 가스 배출 시간과 연식 식사 시작일이 개복수술에 비해 로봇수술, 복강경수술이 더 빨랐고, 입원기간도 로봇수술, 복강경수술, 개복수술 순으로 짧았다.
직장암 1~2기 환자는 물론, 3기 환자도 로봇수술 대상이 될 수 있다. 백승혁 교수는 "직장암 3기는 국소림프절 전이가 있는 경우를 말하는데, 인접 장기에 암세포가 퍼지지 않았다면 로봇수술로 암 절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 백 교수에게 로봇수술을 받은 직장암 3기 환자는 130명이 넘고, 5년 생존율이 86.8%나 된다. 그럼에도 1~2기 환자에게 로봇수술이 더 많이 행해지는 이유는 생존율이 더 높고, 그만큼 수술 후 삶의 질을 적극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백승혁 교수, 아시아 최초 로봇 직장암 수술 집도
직장암 로봇수술의 성패는 의사의 경험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백승혁 교수는 지난 2006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로봇수술기 다빈치를 이용해 대장· 직장암 수술을 실시했다. 지난 2008년에는 세계 최초로 다빈치 로봇 직장암 수술 100례를 집도했다. 지난 2015년에는 'Annals of Surgery' 저널에 세계 최초로 로봇 직장암 수술의 장기 생존율을 발표해 학계의 공식적 인정을 받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백 교수의 수술 결과 1~3기 직장암 로봇수술 환자의 전체 5년 생존율은 92.8%였고, 무병생존율(암 재발이 없는 상태에서의 생존율)은 81.9%, 국소 재발률(암이 발생한 부위에서의 재발률)은 2.3%였다. 반면 당시 NEJM(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에 발표됐던 서구의 복강경 직장암 수술 결과는 전체 3년 생존율이 86.7%, 무병생존율은 74.8%, 국소 재발률은 5.0%에 불과했다. 또한 백승혁 교수가 집필한 로봇수술 전문서적 'Robotic Surgery'는 전세계적으로 4만5000번의 다운로드가 이루어지며 로봇 수술 관련 주요 자료로 인정받고 있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1/03/16/202103160202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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