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에 덧셈... 손발 운동도
뇌종양 각성 수술을 받고 있는 환자가 “내 말이 들리면 엄지손가락을 올려 보라”는 사진기자의 요청에 엄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수술 중에 의식이 깨어나는 '각성 수술'. 수술대 위에서 머리가 열린 채 누워있다는 상상만 해도 오싹하다. 각성 수술은 뇌의 중요 부위를 수술 할 때 환자를 수술 중간에 깨워 신경학적 증상을 확인하면서 진행하는 수술이다. 환자와 대화하거나 환자의 행동을 확인하면서 진행하는 뇌 수술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수술 중에 의도치 않게 깨어나는 ‘수술 중 각성’과는 다르다.
뇌종양 환자가 대상
각성 수술은 거의 '뇌종양' 환자가 한다. 뇌종양 중에서도 뇌교종 환자가 주요 대상이다. 뇌교종은 뇌 조직에 침윤을 보이고 종양과 정상 조직과의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종양을 제거할 때 종양 주변이 신경 기능을 확인하면서 하는 각성 수술이 필요하다. 종양을 최대한 떼면서 마비가 오는 등 장애가 안 생기는 경계를 찾아서 수술해야 한다.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장종희 교수는 "각성 수술은 간질 수술에 처음 도입됐다"며 "현재는 간질 수술이 줄고 수술 중 모니터링 장치가 늘면서 각성 수술 건수가 줄었지만, 우리 병원의 경우 한 해 20~30명에게 각성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뇌 위치에 따른 기능 사람마다 달라
언어기능, 운동기능 같은 뇌의 기능을 담당하는 뇌 영역은 모든 사람이 지도처럼 똑같지 않다. 사람에 따라 뇌 발달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뇌의 각 영역의 기능이 비슷할 수는 있어도 동일하지는 않다. 특히 언어기능처럼 상위 뇌 기능은 각 개인별로 많은 차이를 보인다. 장종희 교수는 “뇌교종은 저등급의 경우 종양이 4~5년간 천천히 자라는데, 그 기간 동안 종양이 자라는 부위의 뇌 기능이 다른 부위로 이동한다”며 “이를 ‘뇌 기능 재분포’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사람마다 뇌 영역에 따른 기능이 제각각일 수 있어, 언어 기능을 담당하는 부위를 제거할 때는 말을 하게 하고, 사고를 담당하는 부위를 절제할 때는 덧셈 뺄셈 등을 시킨다. 운동을 담당하는 부위를 떼낼 때는 손발을 계속 움직이게 한다. 갑자기 말이 어눌해지거나, 계산을 못하거나, 손발에 마비가 생기기 시작하는 등 뇌 기능이 조금씩 떨이지는 순간이 되면 절제를 중단해야 한다. 종양이 남아 있어도 더 이상 잘라내지 않고 남은 종양은 수술 후 방사선이나 항암 치료로 없앤다.
뇌종양을 떼낼 때는 환자를 마취에서 깨우고 전기로 뇌 표면을 자극하면서 다양한 지시를 한다./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수술 중 전기로 뇌표면 자극하면서 말 시켜
각성 수술은 수술 내내 환자가 깨어 있지는 않고, 종양을 절제하는 1~2시간만 깨어난다. 수술을 시작할 때는 환자를 수면마취시켜 재운다. 뇌는 통증을 못 느끼지만 두피는 다르기 때문에 두피에 신경차단술을 한 뒤 두피와 두개골, 뇌막을 절개한다. 종양을 떼낼 때 환자를 마취에서 깨우고 전기로 뇌 표면을 자극하면서 다양한 지시를 한다.
장종희 교수는 “많은 환자가 각성 수술을 두려워하지만 각성 수술에 대해 충분히 인지를 시키고, 각성 수술을 통해 최소한의 후유증과 빠른 회복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시키면 환자가 잘 따라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각성 수술 전 수술실 내에서 벌어질 상황에 대해 시뮬레이션해 보며, 수술 전 환자와 치료 합의점을 찾는 과정도 거친다.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넓은 범위까지 종양을 제거해야 하지만 뇌 기능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출처 :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0/11/02/202011020226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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