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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별 암/유방암

“암만 떼는 게 아니라 유방 모양까지 살리는 수술이 진정한 ‘유방 보존술’ 입니다”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9. 12. 22.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유방암 수술 명의' 이대여성암병원 유방암센터 임우성 센터장

 

유방암은 우리나라 여성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유방암 환자는 '여성의 상징'인 유방을 잃는다는 상실감 때문에 다른 암에 비해 극심한 스트레스나 우울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 유방암 5년 생존율은 2012~2016년 기준 92.7%로 높다. 치료가 잘 되기 때문에 환자의 치료 후 남은 삶도 생각해야 한다. 이대여성암병원 유방암센터 임우성 센터장은 유방암 수술을 '예쁘게'하는 의사로 소문이 나있다. 유방암 환자의 상실감을 줄이기 위해 여러 최소침습 수술 기법을 개발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방암 수술 명의 임우성 센터장에게 유방암 수술의 모든 것에 대해 들었다.

이대여성암병원 유방암센터 임우성 센터장
이대여성암병원 유방암센터 임우성 센터장 /이화의료원 제공

-유방암은 병기와 상관없이 모두 수술하는 것이 원칙인가?

그렇다. 현재로서는 0기 암이라도 수술을 해야 한다. 유방암은 암이 있는 유방만 절제할 수도 있지만, 림프절 전이가 있으면 겨드랑이 주변의 림프절도 절제해야 한다. 수술 전 항암요법만으로 50~60%의 환자가 암이 완전히 없어지는 ‘완전 관해’가 된 연구가 2013년 나와 학계 이슈가 됐다. 그러나 완전관해가 됐다고 해도 남아있는 암세포를 확인하기 위한 수술은 해야 한다.

-유방 양성종양도 수술을 해야 할 때가 있나?

현재 진찰 소견과 초음파를 통해 양성과 악성을 구분한다. 이런 검사에서도 확실하지 않은 경우에는 조직검사를 한다. 양성종양 중에서 섬유선종, 섬유낭종 등은 특별한 치료가 필요 없다. 관내 유두종은 유두에서 혈성 분비물이 나오는데, 피가 나와서 큰일 났다고 생각하지만 수술을 꼭 안 해도 되는 양성종양이다. 양성과 악성의 경계에 있는 종양도 있다. 엽상종양이 대표적이다. 이 때는 수술을 해야 한다. 양성종양은 수술해야 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추적관찰 한다. 일부 병원에서 양성종양 제거를 위해 맘모톰 시술을 과도하게 하는데, 맘모톰 시술 역시 시술 후 출혈이 있고, 회복 과정에서 유방 내부 압력이 올라가 통증을 느낀다. 꼭 필요한 경우에만 시술을 해야 한다.

-유방암은 부분절제술과 전절제술이 있다.

유방 부분절제술은 말 그대로 암만 도려내는 수술이다. 1990년에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유방 전절제술과 부분절제술에 생존율 차이가 없다는 것이 공식 발표되면서 전세계적으로 적극 시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대 들어서 국가암검진 사업에 유방암 검진이 포함돼 조기발견이 증가한 것도 부분절제술 증가의 한 이유다. 유방 부분절제술의 비율은 2000년 27.9%에 2016년 61.6%까지 증가했다. 전절제술은 유방을 모두 절제하는 수술로 같은 기간 71.2%에서 37%로 감소했다.

-부분절제술이 가능한 경우는 언제인가?

부분절제술은 암이 유두와 떨어져 있고 크기가 크지 않으면 가능하다. 환자의 유방 조직을 보존하는 수술이지만, 거기서 끝나면 안 된다. 모양까지 살려야 진정한 보존술이다. 실제 부분절제술한 환자의 상당수는 양쪽 유방의 비대칭이 심하다. 이럴 바에는 전절제술을 한 다음에 보형물을 삽입하는 수술을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유방 부분절제술을 할 때 유의할 점은 어떤 것이 있나?

부분절제술을 할 때는 세심한 수술 테크닉이 필요하다. 먼저 유방 주변의 지방 조직을 잘 살려야 한다. 유방 단면을 보면 피부-지방-암이 있는 유선조직-지방-근육으로 구성돼 있다. 암만 떼고 지방조직을 잘 보존하면 유방 모양을 살릴 수 있다. 변형이 생길 것 같으면 주변에 남아있는 조직을 재단해서 메꿔야 한다. 시간이 걸리지만, 환자의 남은 삶을 생각해서 미용적인 부분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전절제술을 해야 하는 경우는 언제인가?

암이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이 되면 전절제술이 불가피하다. 유방을 모두 절제하는 전절제술을 하는 경우에도 보형물 등을 이용한 유방 재건술을 한다. 2015년부터 유방 재건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유방암 진단을 위해 맘모그램 검사를 하는 모습
유방암 진단을 위해 맘모그램 검사를 하는 모습/이화의료원 제공

-유륜 주위 절개선을 통해 유방암 수술을 하고 있다.

부분절제술을 해도 유방 피부에는 절개 흉터가 남는다. 흉터는 한 번 생기면 없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고안해 낸 수술법이 유두 유륜을 절개해 암 조직만 절제하는 수술이다. 유륜을 절개하면 수술 자국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유륜은 원의 절반을 넘지 않게 절개를 한다. 유륜에 가까운 암은 물론, 12.3cm까지 떨어져 있는 암도 수술을 성공해서 학회 발표를 했다. 유륜 절개를 통해 전절제술도 가능하며 동시에 재건술도 할 수 있다.

-유륜 절개를 통한 유방암 수술을 고안해 낸 이유는?

유방암 환자들은 치료가 잘 되니깐 암 수술 시 미용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흉터를 평생 갖고 살아가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여성들도 적지 않다. 수술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흉터를 최소화할까 고민하다가 고안해 낸 것이 유륜 절개를 통한 암 수술이다. 지금까지 200건이 넘는 수술을 했다. 유륜 절개를 통한 수술은 유방의 해부학적 구조를 정확하게 알아야 하며 수술 감각도 좋아야 한다. 촉진을 하면서 수술을 하기 때문이다. 수술 시간은 일반 수술 보다 오래 걸리지만 환자 만족도는 높다. 그러나 피부에 암이 너무 붙어있으면 수술이 어렵다. 암이 겨드랑이 가까이에 있으면 겨드랑이 절개를 통해 수술을 한다.

-수술 후 유방 재건술을 동시에 하는 경우와 나중에 하는 경우가 있다. 각각의 장단점은?

암 수술과 동시에 성형 수술을 하는 동시재건 수술을 하는 것이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 한 번에 모든 수술을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는 수술대에 두 번 올라가는 것만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시간을 두고 하는 지연 재건술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유방 피부가 너무 얇아서 유방 보형물 삽입술을 하면 피부 괴사가 생길 것 같을 때 등이다. 암 수술을 할 때 유방의 지방조직을 충분히 보존해야 보형물 삽입술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다. 수술 후 방사선 치료가 필요한 환자도 지연 재건술을 해야 한다.

-유방 재건술의 결과가 좋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유방 재건술의 결과가 좋으려면 외과 의사가 유방 전절제술을 잘 해야 한다. 특히 유방하주름이나 겨드랑이 꼬리 부분의 지방 조직까지 크게 절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수술하면 보형물을 삽입했을 때 양쪽 유방 모양의 차이가 발생한다. 또한 유방 피부를 너무 얇게 남겨 놓으면 보형물 삽입 후 염증이 생기거나 피부가 괴사되는 등이 문제가 생긴다. 보형물 삽입술은 성형외과 의사가 하지만 성공 여부는 처음에 암을 절제했던 외과의사 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방암 수술 후 림프부종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많다.

림프절 전이가 있어서 림프절을 절제해 림프액이 빠져 나가지 못하면 부종이 생긴다. 특히 겨드랑이 큰 혈관인 겨드랑이 정맥 아래쪽 림프관을 절개하지 않고 잘 보존해야 림프부종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이 림프관을 절개하면 십중팔구 심한 림프부종이 생긴다. 과거에는 겨드랑이 림프절 다 떼어 팔에 부종이 오는 등 환자 불편이 심했지만, 최근에는 림프절 전이가 있어도 다 안 떼고 주요 림프절만 떼낸다. 이렇게 수술을 해도 생존율이나 삶의 질이 큰 차이가 없다는 연구가 나왔기 때문이다.

-유방암 수술 후 심리적 공허감 잘 극복하려면

유방을 상실한 후 심정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하다. 그래서 2015년에 유방 재건술이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유방 재건술은 미용 성형이 아니라 '중요한 치료'라고 본 것이다. 유방 상실로 인한 스트레스는 유방암 재발에도 영향을 미친다. 재건술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라고 하고 싶다.

이대여성암병원 유방암센터 임우성 센터장
이대여성암병원 유방암센터 임우성 센터장 /이화의료원 제공

-임우성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이대여성암병원 유방암센터 센터장이다. 관심분야는 최소침습 유방암 수술이다. 가급적 흉터를 최소화 한 암 수술을 해서 환자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그런 노력의 결과로 유륜 절개를 통한 암 수술을 국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유륜 절개를 통해 전절제술과 동시에 유방 재건술을 한 사례는 세계에서 처음이다. 유방암 수술을 ‘예쁘게’ 한다고 정평이 나 이화의료원 직원 중 유방암 환자는 임 교수에게 수술을 받으려고 한다고...

수술 전 항암요법의 효과 대한 글로벌 임상 연구를 국내 대학병원과 함께 하고 있다. 수술 전 항호르몬 치료 연구도 진행 중이다. 서울대 의대 외과학교실 젊은 연구자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출처 :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2/13/201912130271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