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차가버섯"에 대해서 길게 설명하자면 한없이 길어지겠지만, 간략하게 말씀드리면 "영하 40도의 기온이 40일 이상 계속되는 북위 45도 이상의 지역에서 자작나무 속에서 10년, 바깥으로 나온 지 5년 이상 자란 차가버섯을 채취하자 마자 주먹 크기로 쪼개고 잘 건조해서 통기가 가능한 포장에 담아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보관한 것"입니다.
차가버섯이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오기 시작한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에는 러시아 서점에 들러 책을 뒤져보는 노력만 해도 알 수 있는 이런 내용 조차 파악하지 않은 채 차가버섯이 암에 좋다는 말 한 마디만 듣고 아무 거나 마구잡이로 들여오는 사람들도 있다 보니 별 희안한 물건들이 들어왔습니다.
첫번째로 어린 차가버섯입니다. 차가버섯은 자작나무에 착생된 후 나무 속에서 10년 정도 자란 뒤 나무 밖으로 성장하여 우리가 알고 있는 차가버섯의 모습을 나타내게 됩니다. 차가버섯이 자작나무의 밖으로 나온지 적어도 5년 이상은 돼야 자작나무의 수액과 영양분을 충분히 저장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냥 자작나무에 붙어있는 시꺼먼 물체만 보면 무조건 베어 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 겨우 바깥으로 삐져나온 어린 차가버섯까지 마구 잘려나옵니다.
두번째로는 따뜻한 지역에서 자란 차가버섯입니다. 따뜻하다고 해도 우리나라보다는 엄청나게 추운 곳이지만, 북위 45도 이상 지역의 시베리아에 비하면 그저 "따뜻한 남쪽나라"일 뿐입니다. 주로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사는 러시아 남부지역과 몽골, 중국, 그리고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채취된 차가입니다.
추운 지역의 차가버섯은 환경이 척박한 까닭에 생장하는 속도가 느리지만 생명력이 강인합니다. 그래서 자작나무의 영양분을 악착같이 끌어당깁니다. 크기는 작지만 돌처럼 단단합니다.
그러나 덜 추운 지역의 차가는 그냥 공짜로 쑥쑥 자랍니다. 이런 차가버섯들은 대략 자작나무 밖으로 나온 지 1~2년만 지나도 크기가 송아지 머리만큼 커집집니다. 그래서 유효성분이 크기에 비해 턱없이 적습니다. 크기만 아주 보기좋게 우람합니다.
그나마 이런 것도 채취하자마자 잘게 쪼개서 잘 건조해서 보관하면 건강에 얼마간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차가버섯의 용도를 관상용으로 착각하는지 분재처럼 울퉁불퉁한 그 모양 그대로 자루에 담아 가져옵니다. 이런 차가버섯을 잘라보면 가운데가 텅 비어있습니다. 바깥쪽 부분의 조직이 생존을 위해 안쪽의 영양분을 뽑아 소모시키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에 이런 것들을 박스에 담아 테이프로 완전 밀봉해서 가져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박스를 칼로 잘라 열어보면 후끈후끈한 열기가 확 올라옵니다. 밀봉된 상태에서 발효가 되든지 부패가 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시퍼런 곰팡이가 여기 저기 슬어있습니다.
이렇게 들여온 것을 햇빛 잘 드는 진열장과 진열대에 잔뜩 쌓아놓습니다. 조금이라도 존재하고 있었을지 모르는 영양분은 햇빛을 만나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이렇게 들어온 물건들이 개마고원 차가, 백두산 차가, 캄차카 차가 등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이름을 붙인 채 판매됐습니다. 경동시장의 모업체가 몇 컨테이너를 들여왔다는 소리가 끝도 한도 없이 돌아다녔던 적이 있었습니다.
거기다가 캄차카반도의 화산재가 날아다니다가 자작나무에 앉으면 그게 차가버섯이 된다는 둥, 소나무 기름을 넣어 먹어야 된다는 둥, 끓여서 재탕 삼탕을 해먹어도 된다는 둥, 200g으로 10리터를 만들어서 먹는다는 둥 온갖 근거없는 얘기들이 난무하고 있었습니다.
차가버섯은 극냉지역에서 채취해서, 채취하자 마자 주먹 크기의 조각으로 쪼개서 즉시 건조해야 합니다. 그리고 통풍이 잘되는 마대자루에 보관해야 하고 절대적으로 습기를 피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와 뜻을 같이 하는 업체들은 힘을 모아서 러시아의 곳곳의 채취지역 인근에 건조장을 만들고, 선별된 제품을 마대자루에 담아 비행기로 수송했습니다. 그리고 수입한 후에는 냉장창고에 보관했습니다.
그리고 추출분말이 개발된 이후에는 채취지역의 건조장 시설을 더욱 현대화하고 제품 생산을 철저히 계획화해서 채취해서 비축하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있으며, 현지 대학에서 생물학 등을 전공한 전문가를 현지 직원으로 위촉해서 엄격한 기준으로 선별하여 추출 및 건조 과정에 투입합니다. 러시아 현지 직원을 박사학위 소지자로 채용한 업체도 있습니다.
혹시 저와 뜻을 같이했던 업체들이 5~6년 전에 그렇게 했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듯이 채취에서부터 건조, 선별, 수송, 보관의 문제를 거의 미친 사람처럼 깐깐하게 취급한 덩어리 제품이 있다면, 불편함과 저효율에도 불구하고 자연물을 선호하시는 분들께 권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러시아에 사는 이모가 차가버섯 덩어리를 보내주셨는데요~~"라며 문의를 하시는 분들이 받으셨다는 그 차가버섯은 그런 깐깐한 과정을 거쳐서 전달되었을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러시아 전역을 다 확인해볼 수는 없지만 한국 사람들이 많이 가는 도시의 시장에서는 대부분 차가버섯을 판매합니다. 그 중 상당수는 노점 수준입니다. 하지만 러시아에도 나름대로 신뢰할 만한 차가버섯 전문업체들이 있으므로 러시아에 있는 친척이나 지인으로부터 선물을 받은 것이라면 그래도 믿은 만한 차가버섯 원물 제품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혹시 우리나라 어느 시장에서 구입했다면 그것은 5~6년 전에 컨테이너로 들어왔다가 아직도 처분되지 못해 유령처럼 시장을 떠돌아다니는 물건일 수도 있습니다.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차가버섯 덩어리는 (기념품이라면 모를까) 건강을 돕기 위한 식품으로 활용하지 않는 것이 현명합니다. 아주 특별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복잡다단한 개발과정을 거쳐 엄격한 관리 하에 생산되는 추출분말을 선택하시는 것이 수백 배 더 현명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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