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증상 없고 크기 작아
MRI·CT 촬영하다가 드러나
방치하면 수술해야 할 수도
뇌종양은 의외로 우연히 발견되는 사례가 많다. 우리나라는 인구당 MRI·CT 보급률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아 건강검진이나 자동차 사고 등으로 뇌 영상의학적 검사를 시행한 다음 우연히 뇌종양을 발견한다.
한국뿐만이 아니다. 2007년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인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도 뇌종양과 관련한 흥미로운 논문이 실렸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거주하는 45세 이상 건강한 성인 지원자 2000명을 대상으로 뇌 MRI를 촬영한 결과 이들의 1.6%(31명)에서 뇌종양이 발견됐다. 뇌 MRI를 촬영할 때 종양이 잘 보이도록 하는 조영제는 쓰지 않았고, 뇌하수체선종의 경우 크기가 1㎝ 이상인 것만 종양으로 진단하는 등 실제 뇌종양 진단율을 과소평가한 연구결과인 데도 이 정도다. 올해 ‘뇌 영상과 행동(Brain Imaging and Behavior)’에 비슷한 내용의 논문이 발표됐다. 70세 이상 건강한 노인 503명을 대상으로 뇌 영상을 촬영했더니 이들의 3%(15명)는 뇌종양인 것으로 진단됐다. 우연히 뇌종양을 진단·발견하는 경우가 예상보다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이처럼 뇌종양을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가 더 늘었다.
일반인에게 뇌종양은 무서운 질병이다. 하지만 뇌종양으로 진단받았다고 절망할 필요는 없다. 우연히 발견하는 뇌종양은 대부분 증상이 없고 크기도 작다. 뇌수막종·뇌하수체선종·신경초종 같은 양성 뇌종양이 대표적이다. 이들 양성 뇌종양은 뇌암으로 불리는 악성 뇌종양과는 성질이 다르다. 뇌에 종양이 자라고 있지만 평생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따라서 양성 뇌종양으로 진단받았다면 일차적으로 영상의학적 추적관찰을 권고한다. 뇌종양이 자라는 성장 속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성장 속도가 빠른 종양이 아니라면 영상의학적 추적관찰을 계속한다. 대부분의 문헌에서도 양성 뇌종양은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추적관찰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처음 뇌종양을 발견·진단한 이후 3개월에서 1년 사이에 다시 한번 뇌 MRI 촬영을 한다. 이후에는 시간 간격을 늘리면서 추적관찰을 지속하는 것이 좋다. 실제 위에서 소개한 논문에서 뇌종양으로 진단받은 46명 중 바로 뇌수술을 한 경우는 10% 미만이다. 나머지는 장기적인 추적관찰을 시행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없고 MRI·CT 검사비가 부담된다는 이유로 추적관찰을 소홀히 하는 것은 곤란하다. 추적관찰을 하지 않고 수년이 지나 머리가 아파 병원을 찾는 환자가 간혹 있다. 뇌종양이 너무 커져서 급하게 머리를 여는 수술을 해야 한다. 반면 뇌종양 크기가 작을 때는 머리를 열지 않는 방사선 수술로도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 추적관찰을 지속하지 않으면 이 시기를 놓치기 쉽다. 결국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아야 한다. 뇌종양 치료는 신경외과 전문의를 믿고 뇌종양이 얼마나 성장하는지 지속적으로 추적관찰해 적기에 치료하는 것이 최선의 치료법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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