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59)씨는 2년 전부터 대변을 볼 때 가끔 피가 보였다. 김 씨는 단순 치질 탓으로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최근 들어 출혈이 잦고 소화도 잘 안 돼 병원을 찾았다 대장암을 진단받았다. 다행히 대장암 초기여서 간단한 복강경 대장절제술(배에 작은 구멍 몇 개를 뚫어 수술하는 것)로 암을 제거했다. 항문 출혈이 없었다면 병원을 찾지 않아 암이 더 진행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겨울에는 항문 질환 치질 중 '치핵'이 유독 잘 생긴다. 치핵은 항문 안쪽 점막 조직이 압박받아 만들어진 덩어리로, 변을 보는 과정에서 밖으로 나오고 변에 긁히면서 출혈을 유발한다. 문제는 혈변을 봤을 때 단순 치핵으로 오인하기 쉽다는 점이다.
혈변을 문제로 대장내시경을 시행한 321명의 환자를 조사한 결과, 이중 68%가 치핵이 있었지만, 29%에서는 대장용종이, 10%에서는 대장암이나 진행성 대장용종이 발견됐다는 국내 최근 연구결과가 있다. 또 50세 미만 젊은 혈변환자 중에도 5%가 대장암을 진단받고, 23%는 양성종양이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까지 국내에는 치핵이나 혈변이 있다고 해서 대장내시경검사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지침은 없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50세 이상이면서 체중감소, 배변습관 변화, 혈변과 빈혈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혹은 대장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등의 위험 요소가 있을 경우 대장내시경검사를 시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중앙대병원 대장항문외과 김범규 교수는 “치핵이 대장암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혈변의 원인이 대장암 등 다른 질환에 있으나 추가적인 검사 없이 치핵 때문으로 오인하는 것은 문제”라며 “모든 치핵 환자에서 대장내시경을 시행하는 것은 무의미 하지만, 평소 대장암 정기검진을 받지 않는 환자나,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는 위험요소가 있는 경우 치핵에 대한 치료 전 대장내시경 검사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30대 젊은 사람이 혈변을 본다면 단순 항문질환인 치핵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40대 이후 중장년층인 경우 과거에 없던 치핵이 갑자기 생기거나 변비, 설사 혈변, 점액변, 잔변감, 복통, 복부팽만, 체중감소, 빈혈 등의 증상이 갑자기 발생했다면 반드시 대장암 확인을 위해 전문의와 상담 후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치핵이 암으로 진행되지는 않지만, 대장암 징후인 변비나 설사가 지속하면서 치핵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대장점막에 국한된 조기대장암이 생겼다면 대장내시경을 통한 절제가 가능하며, 그 외 점막하층 이상을 침범한 대장암의 경우는 대장절제 수술이 필요하다. 대장암의 위치에 따라 절제 범위를 결정해 대부분 복강경이나 로봇수술을 통해 대장암 수술을 진행하고 있으며, 복강경 수술이 어려운 경우에만 개복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과거에는 대장암 진단을 받으면 복부를 크게 절개하는 수술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수술법의 발달로 복강경이나 로봇수술을 하는 경우가 80% 정도에 달한다. 복강경이나 로봇을 통한 대장수술은 최소 절개한 후 수술이 이뤄지므로 통증과 흉터가 적고 수술 후 회복이 빠르다.
김범규 교수는 “대부분의 대장암은 대장선종(용종)이 자라서 발생하기 때문에 대장암 예방을 위해서는 45~50세 이상의 성인의 경우 정기적인 대장내시경검사를 통해 대장선종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며 "선종이 있는 경우에는 내시경이나 수술을 통해 제거해야 대장암 발생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2/15/201612150121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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