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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별 암/대장암

[스크랩] “전이(轉移) 있었던 말기 대장암 환자였지만, 지금은 마라톤하고 지내요”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6. 11. 23.

환자와 의사
4기 대장암 이겨낸 70대 금종관 씨 & 주치의 김희철 교수

4기 대장암 이겨낸 70대 금종관 씨 & 주치의 김희철 교수

큰 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고 충격받지 않는 환자는 없다. 이때 환자와 보호자를 잘 이끌어줄 수 있는 사람이 주치의다. 주치의와 잘 소통하며 깊은 신뢰를 쌓은 환자·보호자는 병을 이기는 힘이 강해진다. <헬스조선>은 환자와 의사를 한자리에서 만나 이들의 역경 극복 스토리를 소개하고 있다. 여덟 번째 주인공은 4기 대장암을 이겨낸 ‘마라톤 할배’ 금종관 씨, 주치의 삼성서울병원 외과 김희철 교수다.

잔잔한 햇살에 서늘한 바람이 함께 느껴지던 10월 초, 삼성서울병원 산책로에서 금종관 씨(75)와 주치의 김희철 교수를 만났다. 사진 촬영을 부탁하니, 금종관 씨는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비웠다. ‘천천히 다녀오시라’는 기자의 말에도 걷지 않고 뛸 정도로 건강한 모습이었다. 사진 촬영 당시, 두 사람은 특별히 포즈를 부탁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자연스럽게 서로를 마주 보며 담소를 나눴다. 바라보며 웃어달라고 요청하지 않았지만 카메라 속 두 사람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웃고 있었다. 시종일관 서로를 ‘평생의 은인’과 ‘힘이 되는 인연’이라 말하던 두 사람의 이야기.


헬스조선: 두 분은 언제, 어떻게 처음 만났나요? 치료하기 전에 질환의 상태는 어땠는지도 알려주세요.

금종관 씨 교수님과는 2010년에 처음 만났습니다. 집이 포항이에요. 그때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권유하는 정기검진을 받으러 집 근처에 있는 ‘김양식내과’에 갔습니다. 병원이 어딘지 기억날 정도로 생생하네요. 그곳에서 대장내시경을 했어요. 내시경이 끝나자마자 의사가 하는 말이, 빨리 큰 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겁니다. 삼성서울병원으로 가는 게 좋겠다며 진료의뢰서를 써줬어요. 최대한 빨리 가라는 말에 얼른 채비를 해서 포항에서 서울까지 기차를 타고 4시간, 기차역에서 삼성서울병원까지 1시간, 이렇게 5시간 동안 차를 타고 병원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교수님을 처음 만났죠.

김희철 교수 외래 환자로 오셨습니다. 컴퓨터단층촬영(CT)과 대장내시경을 해보니, 대장암으로 확인됐어요. 그 당시 상황은 나빴습니다. 대장암은 더 이상 ‘무조건 죽는 병’이 아니지만 암이 전이되는 건 무서운 상황이죠. 금종관 환자는 대동맥 주변 임파선까지 전이된 4기 대장암 환자였습니다. 임파선 전이라고 하면 생소해 심각성이 잘 느껴지지 않을 수 있는데, 폐나 간으로 전이된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김희철 교수가 금종관 환자와 가족에게서 받은 편지. 10통이 넘는다

헬스조선: 4기 암이면 말기(末期)인데요, 수술 결정이 쉽지 않았겠습니다.

김희철 교수 쉽지 않았죠. 아무리 뛰어난 의사라도 4기 암환자를 100% 낫게 할 순 없습니다. 진행이 많이 된 상태거든요. 여기까지는 객관적인 생각입니다. 의사는 객관적인 정보를 인지해야 합니다. 그러나 목표는 높게 잡아야죠. 의사도 사람입니다. 환자가 살려고 의지를 보이는데, 객관적으로 낫기 어려운 상태니 치료하지 말자고 할 순 없죠. 환자분은 스스로 나으려는 의지가 뚜렷했어요. 환자가 망설이거나, 치료를 포기하면 모를까, 적극적인 환자 앞에서 ‘안 됩니다’라고 할 순 없었어요. 환자와 의사는 서로의 의욕을 돋워줘서 ‘으싸으싸’한 상태로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래야 치료도 잘 되죠.

금종관 씨 저는 암진단을 받기 전날까지 아무런 증상이 없었어요. 발견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요. 통증도 전혀 없었어요. 한 가지 맘에 걸린 건 술이었어요. 제 직장이 농업기술센터였습니다. 34년간, 일과가 끝나면 매일같이 농민들과 술을 마시곤 했습니다. 그게 원인이 아니었을까 해요. 그것 말고는 평소에 멀쩡했거든요. 건강했고. 그러니 암이란 소리를 듣고 멍했죠. 제가 평소 건강을 위해 마라톤을 곧잘 합니다. 매년 9월 17일은 반드시 포항 북구 두호동에서 육거리 사이 6km구간을 달립니다. 88서울올림픽 개막을 기념하기 위해섭니다. 그때 제가 88서울올림픽 성화봉송 주자로 참가했어요.

88서울올림픽 말고도 아테네올림픽, 부산아시안게임, 전국체전 등에도 7군데에서 성화봉송 주자로 뛰었죠. 동네에서는 ‘마라톤 할배’로 불립니다. 마라톤이 제 인생에서 제법 큰 비중을 차지하는 셈이죠. 암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멍하고 놀랐지만, 곧바로 김 교수님께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저는 마라톤을 하는 사람입니다. 꼭 수술해서, 다시 마라톤 할 수 있게 해주세요. 부탁입니다’ 하고 손을 꼭 잡았어요.

김희철 교수 환자분에게 몸 상태와 수술치료 등에 대해 자세히 말해 드렸어요. 그런 뒤 ‘다시 마라톤 할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하고 약속했습니다. 간혹 암이라고 환자가 충격 받을까봐 자세히 이야기를 안 하거나, 가족들이 정보를 말하지 말라고 부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환자에게 상태를 상세히 말해요. 환자도 적절한 정보를 받아야 의료진을 신뢰할 수 있습니다.

한 사람 눈을 가린 채 같이 어딘가로 걸어가면 제대로 가겠어요? 둘 다 눈 뜨고, 손잡고 가야죠. 병을 치료하는 동안 환자와 의사는 결혼한 것과 마찬가집니다. 살다보면 부부싸움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이혼할 순 없잖아요. 환자도 병을 치료하다보면 우여곡절을 겪습니다. 그때 의사를 신뢰하려면 의사가 환자에게 숨기는 게 없어야 해요.

금종관 씨 네, 맞습니다. 그래서 전 교수님을 더 신뢰한 것 같아요.


4기 대장암 이겨낸 70대 금종관 씨 & 주치의 김희철 교수

헬스조선: 결과는 어땠나요?

김희철 교수 병이 많이 진행된 상태라 최대한 빨리 수술을 잡았습니다. 암을 제거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 항암치료를 3개월간 했어요. 원래 항암치료는 6개월간 하려 했는데, 연세도 있으시고 몸이 쇠약한 상태라 절반만 받았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걱정이 좀 있었죠. 큰 수술을 받았고, 항암치료도 부족한 부분이 있었고. 그래도 잘 이겨내셨습니다.

금종관 씨 암수술 뒤, 수술을 한 번 더 했어요. 복수(腹水) 때문이에요. 수술이 끝난 뒤 배가 남산만큼 부르기 시작했어요. 배에 복수가 찰 수 있다고 조그마한 관을 배에 달고 있었는데, 하루에 1000mL 콜라병으로 10병씩 나올 정도였죠.

김희철 교수 복수는 임파선절제술을 하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임파액이 지나가는 길이 임파선인데, 대동맥 주변은 그 길이 커요. 그래서 물이 많이 나온 거죠. 흔한 합병증은 아니라 저도 당황스러웠습니다. 보통 1~2주 지나면 좋아지거든요. 자연스럽게 흡수가 되어야 하는데…. 그래서 절제한 곳을 봉합해주는 수술을 했어요. 다시 개복 수술을 한 거죠. 다행히 수술이 잘 됐고, 환자분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금종관 씨 한 달 반 정도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거의 다 나아갈 무렵 제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세요? 교수님과 가족들이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해서 건강해졌으니 앞으로 하지 말라는 건 절대 하지 말아야겠다, 했습니다.

김희철 교수 술 말씀하시는 건가요(웃음)?

금종관 씨 그렇죠. 이제 모임에 가도 술은 안 마셔요. 그렇게 많이 마셨는데…. 아, 그런데 밥 먹을 때 가끔 막걸리 한 잔씩은 괜찮나요? 가끔 생각이 납니다(웃음).

김희철 교수 안 드시는 게 좋아요(웃음).


헬스조선: 두 분 사이에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고 들었는데요.

김희철 교수 네 맞습니다. 퇴원하신 이후로, 환자분이 저에게 1년에 1~3통씩 편지를 보내세요(편지를 모아둔 가방을 꺼내며). 환자분의 따님이 보내신 편지가 1통 있고, 나머지 편지는 모두 환자분이 보내신 겁니다. 때로는 3장씩 긴 글을 보내기도, 때로는 1장의 짧은 편지를 보내기도 하세요. 어림잡아 10통이 넘네요.

금종관 씨 아니, 교수님 이걸 다 모아두셨어요? 버리셨을 줄 알았는데요. 저도 이렇게 모아두신 건 오늘 처음 봅니다.

김희철 교수 이렇게 큰 선물이 어디 있습니까. 당연히 다 모아둬야죠. 제가 수술한 환자가 건강하게 잘 살아있다는 증거 아니겠어요. 여기 보면 금 환자분이 저를 위해 보내주신 육행시(六行詩)도 있어요.

금종관 씨 제가 한번 읽어볼까요? ‘김’, 김교수님의 이름난 명의 의술로, ‘희’, 희귀한 나의 병 암을 잘 수술하여, 철, 철통같이 단단하게 나아지게 하니, ‘교’, 교수님의 깊은 은덕에 감사하며, ‘수’, 수명이 다하여 죽는 그날까지, ‘님’, 님과 같이 모시고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하하, 제 마음입니다(웃음).


헬스조선: 서로의 신뢰로 말기암을 극복한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대장암 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한 말씀 해주세요.

금종관 씨 의사를 신뢰하세요. 의사도 환자가 자신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믿는지 아닌지 다 안다고 합니다. 목숨은 하늘에 맡겼다고 생각해도, 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죠. 그러려면 의사의 조언을 잘 따라야 합니다.

김희철 교수 환자는 의사의 말에 희망과 절망을 느끼지만, 의사도 마찬가지입니다. 희망을 잃지 않는 환자를 보면 힘이 납니다. 힘든 상황에서도 함께 노력하면 좋겠어요. 금종관 환자분에게도 참 감사합니다. 암이 낫고 난 후에도 식이조절이나 운동 등 올바른 생활습관을 잘 유지하고 계세요. 이런 환자분들 보면 저도 즐거워요.


김희철 교수가 알려주는 대장암 예방 수칙

1 적절한 운동이 암을 예방할 수 있다. 적어도 주 3일 이상, 한번에 30분 이상 정기적으로 해야 도움된다.
2 비만 관리가 필요하다. 비만은 대장암 등 여러 성인병의 원인이 된다.
3 지나친 육식은 삼가자.
4 가공식품 혹은 인스턴트 제품을 피하자. 특히 소시지·햄 등 가공육은 대장암을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자제하는 것이 좋다.
5 술, 담배는 대장암 위험을 반드시 증가시킨다. 금주·금연하자.
6 신선한 채소 및 과일 섭취를 늘리자.
7 적당한 견과류 섭취는 대장암 예방에 도움된다.
8 비타민이나 칼슘이 풍부한 음식을 고루 먹자. 약으로 복용하는 것보다는 음식으로 복용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9 항상 긍정적이고 즐겁게 살자. 우울증, 불안감 등은 암 예방에도 나쁘고, 암이 걸린 경우 치료성적도 나쁘게 한다.
10 조기 암은 증상이 전혀 없다. 아픈 것과 상관없이 정기적인 내시경검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

출처 : 암정복 그날까지
글쓴이 : 정운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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