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의 힐링 라이프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는 어느 봄날,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으로 향했다. 자동차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제대로 입력한 게 맞는지 몇 번이나 확인하며 시골길을 달렸다. 자연에서 나는 식재료가 좋아 시골로 내려간 박종숙 자연요리연구가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차 한 대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은 비포장도로길 끝자락에 있는 그의 집은 눈부시게 하얗고 아담했다. 마당 곳곳에 자연산 나물이 돋아나고 있었으며, 각종 장류와 효소가 담긴 장독대가 즐비했다. 요리란 무릇 최대한 가공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를 즐기는 것이라는 그의 철학이 그대로 드러나는 듯했다.
자연요리는 절대 어려운 것이 아니다
마당에 나와 있던 박종숙 씨는 기자를 보자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아침 드셨어요?” 아침 일찍 서둘러 나오느라 식사를 못 했다는 말에, “입 맛 돋우는 상큼한 꽂초밥 어떠세요?” 라고 묻는다. 꽃초밥이라니, 생각지도 못한 호사다. 그는 꽃초밥에 쓸 목련 꽃을 따러 가야 한다며 소쿠리를 챙긴다. 그를 따라 논밭을 지나 탁 트인 언덕으로 향했다. 그곳엔 제비꽃, 매화, 목련 등이 화사하게 피어 있었다. 이러한 꽃나무가 가을에 열매를 제대로 맺으려면 꽃을 솎아줘야 한다. 매년 꽃을 솎아내다 보니 자연스레 꽃요리를 하게 됐다는 박종숙 씨. 그는 꽃잎에는 비타민·단백질·미네랄·섬유질 등의 영양소가 많이 들어 있어, 요리로 잘 이용하면 건강에 이롭다고 했다. 그리고 목련을 식용으로 쓸 때는 너무 환히 핀 꽃보다는 약간 덜 핀 것이 좋다고 말했다.
“꽃요리 하면 호화로울 것 같지만, 실제 들어가는 재료는 그렇지 않아요. 봄이면 흔히 볼 수 있는 백목련을 따다 잘 씻어서 초밥을 만들어놓으면 정말 근사해요. 만들기는 쉬우면서 흔하지 않고, 보기에도 예쁘고요.”
자연요리는 왠지 쉽게 따라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하자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자연요리는 절대 어렵거나 복잡한 게 아니에요. 자연에 나는 식재료를 가지고 최소한의 첨가제를 첨가해 만드는 것이 자연요리입니다. 오늘처럼 손님 오는 날에는 색다른 요리를 하지만요. 일상에서의 자연요리는 오히려 단출하고 소박해요. 시장 나가서 곰취를 사오면, 장독대에 묻어둔 된장 떠다가 쌈을 싸먹는 것. 그게 딱 자연요리죠.”
천연 조미료도 직접 담가
그가 말하는 ‘쉬운’ 자연요리에도 한 가지 철칙은 있다. ‘첨가제를 최대한 쓰지 않는 것’이다. 종합편성채널 음식 관련 프로그램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외식업체들이 얼마나 많은 화학첨가제를 넣는지 알고 나서 김밥 한 줄도 마음 놓고 사먹을 수가 없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 자연요리에 더욱 애착이 간다고.
“자연요리는 그야말로 내추럴한 맛이 매력이에요. 최소한의 양념으로 자연의 맛을 최대한 느낄 수 있도록 하니까요. 처음 맛보는 사람들은 간이 심심해서 딱히 맛있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기 쉽지만요, 하하. 그건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에요.”
시중에 파는 조미료는 일절 쓰지 않는 그의 요리에 단골로 등장하는 양념은 효소다. 이곳 경기도 곤지암은 공기가 좋고 햇빛도 잘 들어, 효소 만들기 최적의 장소란다. 효소는 채소·뿌리·매실 등 어떤 것을 넣어도 다 만들 수 있다. 그중에서도 그는 매실 효소를 자주 쓴다. 매실 효소는 음식의 감칠맛을 더해주는 장점이 있고, 설탕을 대신해 단맛을 낼 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에게 효소를 잘 만드는 비법을 물었다.
“효소발효액은 설탕으로 담그는데, 1년 이상 발효시켜서 먹어야 해요. 1년 미만의 것은 당분이 세서 그냥 설탕을 먹는 거나 마찬가지랍니다. 저는 매년 효소를 담그고, 보통 3년 정도 지난 효소를 요리에 사용해요.”
그는 장도 직접 담근다. 100년 넘은 씨간장을 넣고 담근 장을 보여주며 “보물 같은 간장”이라고 말했다. 직접 담근 장에서는 진한 향이 코끝을 찔렀고, 감칠맛이 도는 깊은 맛이 났다. 맛있기만 한 게 아니었다. 몇 해 전 MBN 프로그램 <천기누설>에서 그가 직접 담근 간장을 대덕 연구단지로 보내서 성분 검사를 한 적 있다. 제작진은 무조건 잘 보관하라고 했단다. 간장에 좋은 성분이 많이 들어 있어 보약 같다면서 말이다.
요리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종합예술
자연요리연구가이다 보니 종종 지인들에게 요리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최근 한 손님에게 의뢰받은 일을 털어놓는 그의 얼굴에는 뿌듯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지인의 어머니가 칠순이었어요. 어머니가 요즘 통 입맛 없어한다면서 생일 상차림을 부탁했어요. 어머니가 제철 식재료로 아름답게 요리한 음식을 다 드시고서는 제 손을 꼭 붙잡고 ‘정말 잘 먹었다’며 인사하시더라고요. 이런 일이 있을 때는 정말 요리하길 잘했다 싶어요.”
그의 요리는 입으로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도 즐긴다. 요리의 맛뿐만 아니라 모양새를 중시한다. 엉겅퀴 새순을 찹쌀가루물에 묻혀 구워낸 것을 둥근 접시에 담 고 매화꽃잎을 흩뿌리자 하나의 예술작품이 된다. 새하얀 목련꽃초밥은 길고 검은 돌판 위에 올리고, 제비꽃 부케를 만들어 장식한다.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배가 부르고 기분이 좋아진다.
“요리는 종합예술이라고 하죠. 잘 만든 요리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기도 하니까 예술이 맞는 것 같아요.”
그가 요리를 배우던 시절에는 단순히 요리만 해서는 안 됐다. 요리하면서 와인·커피 등 식음료도 배우고, 요리를 어떻게 담는지도 세심하게 배운 것이다. 그는 요리하다보니 자연스레 그릇에 관심이 갔다고 한다. 기왕이면 음식과 잘 어울리는 그릇에 담아내야 보기도 좋기 때문이다. 요리하면서 한 점, 두 점 사 모은 그릇이 집안 곳곳에 가득하다. 30년 전 강남고속터미널 지하에서 싼값에 구입한 그릇을 아직도 쓰고 있다. 몇십 년 묵은 그릇은 지금 보아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단아한 느낌이 살아 있다.
좋은 식재료로 만드는 자연요리 카페 낼 계획
자연요리연구가는 왠지 더 건강한 삶을 살 것만 같다. 그에게 건강을 위해 따로 하는 것이 있느냐 물었다.
“특별한 건 없어요. 비닐하우스에서 나오는 채소보다는 제때 나오는 식재료로 밥 해 먹어요. 봄에는 새싹, 여름 에는 열매, 가을에는 뿌리, 그리고 겨울엔 절임식품을 먹는 편이에요.”
문득 그의 매 끼니가 궁금해졌다. 아침은 항상 든든히 챙겨 먹는다. 바쁜 하루 일과를 소화하려면 에너지를 충분히 섭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침으로는 자연발효종을 넣어 만든 빵에 직접 만든 무설탕 잼을 발라서 먹는다. 점심이나 저녁에는 산나물 뜯어다가 된장찌개를 끓여 간단하게 먹는다.
건강하게 매 끼니를 챙겨 먹는 자연요리 전문가다보니 식재료를 고르는 눈이 남다른 건 사실이다. 주변 사람 들이 그에게 두부 한 모, 콩나물 한 줌도 어디서 사 먹어 야 할지 물어본다. 실제로 그는 좋은 식재료를 찾기 위해 전국을 헤맸다. 그렇게 발품을 판 덕분일까. 두부, 콩나물, 토종 통밀가루, 달걀 등 유기농으로 정성스레 키우는 식자재를 판매하는 곳들을 찾았다. 두부는 김포에 있는 두부 가게 ‘김구원 선생 두부’로, 4대째 걸쳐 두부만 만들어오는 집이다. 우리나라 친환경 콩으로 만들어서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란다.
콩나물도 까다롭게 고른다. 그는 보통 콩나물을 대량으로 생산할 때는 성장촉진제를 많이 쓴다며, 전통 재래식으로 재배하는 곳을 수소문해서 찾았다. 그곳은 ‘한울황토농원 콩나물’ 인데 우리나라 쥐눈이콩으로 콩나물을 재배한다. 그는 이렇게 정성을 담아 생산한 식재료를 가지고 요리하는 자연요리 카페를 차릴 계획이다.
“좋은 재료로 정성껏 명품 요리를 해내고 싶어요. 그래 서 더 많은 이들에게 행복한 맛을 느끼게 하는 것이 요즘 제 꿈이에요.”
박종숙 자연요리연구가의 제철 자연식 레시피
목련초밥
재료(3인분)
공깃밥 3공기, 매실발효액 2큰술, 현미식초 1큰술, 참기름 1큰술, 소금 1작은술, 목련꽃잎 10송이, 부추 10가닥
조리법
1. 밥은 따뜻할 때 발효액, 식초, 소금, 참기름에 잘 버무려서 한 입 크기로 쥐어둔다.
2. 부추는 끓는 소금물에 데쳐둔다.
3. 목련꽃잎은 흐르는 물에 씻어서 물기 없이 채에 받친다.
4. 꽃잎 두 장을 앞뒤로 싸고, 부추로 허리를 묶어 완성한다.
엉겅퀴새순 찹쌀구이
재료(2인분)
엉겅퀴새순 두 줌, 찹쌀가루 1/2컵, 다시마 물 1/2컵, 달걀흰자 1개분, 소금 1/2작은술, 현미유 적당량
꽃잎소스 재료: 조선간장 1큰술, 다시마물 2큰술, 레몬즙 1/2큰술, 발효액 1큰술, 매화꽃이나 제비꽃 한 줌
조리법
1. 엉겅퀴새순은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다.
2. 찹쌀가루에 다시마물, 달걀흰자, 소금을 넣고 잘 젓는다.
3. 엉겅퀴새순에 찹쌀가루물을 입힌다.
박종숙 자연요리연구가는…
30여 년 동안 한식 자연요리를 연구해온 자연요리연구가. 각종 방송프로그램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가 운영하는 곤지암의 작업실은 국제외교관부인회의 자연요리 체험장으로 지정됐다.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5/19/201605190103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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