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 1위인 ‘갑상샘암’. 발병률은 높지만 착한 암으로 불린다. 다른 암에 비해 완치율이 높고 진행 속도가 느려서다. 이로 인해 조기검진의 필요성과 치료 방법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암이기도 하다.
갑상샘암 어떻게 치료할까
지난 19일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는 환자 및 가족, 일반인을 대상으로 ‘혼돈의 갑상샘암 어떻게 할까’를 주제로 건강강좌가 열렸다. 이를 토대로 갑상샘암의 특징과 올바른 치료법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갑상샘은 목의 앞부분 정중앙에 좌우로 배치된 내분비기관이다. 혈류 공급이 많고 주위로 목소리와 관련된 신경이 지나간다. 위치만큼 역할도 막중하다. 체온 유지와 신체대사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갑상샘 호르몬’과 뼈 세포에 작용해 혈중 칼슘량을 조절하는 ‘칼시토닌’을 만들고 분비한다.
갑상샘암은 여기에 생긴 암을 총칭하는 말이다. 모양, 암의 분화 정도에 따라 유두암과 여포암·수질암·미분화암 등으로 나눈다. 갑상샘암의 80~90%가 유두암이다. 퍼지는 속도가 느려 거북이 암으로 불린다. 하지만 갑상샘을 둘러싸고 있는 얇은 막인 피막을 침범했을 때는 사정이 달라진다. 림프절 전이가 잘 일어나고, 시간이 지날수록 나쁜 종류의 암으로 변할 수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장항석 교수는 “갑상샘암이 다른 암에 비해 치료 경과가 좋지만 제때 진단받지 못해 병을 키우거나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하는 환자가 있다”고 말했다.
증상 거의 없고, 원인도 불명확
건강강좌에 참석한 갑상샘암 말기 환자 김모(56)씨의 사례가 그렇다. 2008년 1차 수술 후 암이 재발했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5회나 시행했지만 반응하지 않았다. 결국 다른 장기로 원격 전이돼 폐와 신장까지 절제했다. 김씨는 “갑상샘암이라면 심각한 암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다수”라며 “수술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가볍게 생각했지만 결국 재발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갑상샘암은 과연 ‘착한 암’ ‘거북이 암’일까. 갑상샘암은 결절이나 덩어리 형태로 나타나지만 증상이 거의 없다. 신체검사로 갑상샘이 커졌는지, 결절이 만져지는지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대부분 원인도 알 길이 없다. 다만 두경부(頭頸部)에 방사선 노출이 있었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 더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결절의 암 여부는 세침검사로 진단한다. 갑상샘 결절 안의 세포를 채취한 뒤 현미경으로 특성을 확인한다. 갑상샘암으로 판명되면 수술 여부를 따져야 한다. 절제 범위는 암의 종류와 크기, 환자 나이와 병기 등을 고려해 정한다. 주로 피막 침범이나 전이가 없고 크기가 작은 초기에는 갑상샘의 일부를, 그외의 고위험군일 때는 전체를 제거한다. 갑상선내분비외과 박정수 교수는 “전이가 있거나 재발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면 수술 후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권한다”고 설명했다.
표적치료 이상 반응, 용량 조절해 해결
방사성 요오드는 갑상샘과 암 조직에 흡수된다. 요오드에서 방출하는 방사능이 갑상샘 및 암세포를 파괴한다. 수술로 제거하지 못하는 미세한 전이 병변을 제거할 수 있다. 문제는 요오드 치료에도 반응하지 않을 때다. 생존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다행히 치료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최근에는 방사성 요오드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를 대상으로 표적치료제를 사용한다. 암의 발생과 성장, 진행에 관여하는 특정 변이 유전자만을 선택적으로 공격하고 억제한다. 임상 결과, 방사성 요오드에 반응이 없는 분화 갑상샘암 환자에게 표적치료제를 사용했더니 무진행 생존기간이 약 5개월 연장됐고, 종양 크기 역시 줄어드는 효과를 얻었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에 반응이 없던 김씨의 경우 표적치료제로 질환을 관리하고 있다. 표적치료제 사용 3개월 후 암 수치가 1375에서 16.8까지 떨어졌다. 갑상선내분비외과 김석모 교수는 “표적치료제의 이상 반응을 걱정하는 환자가 많다”며 “수족 증후군, 몸무게 감소 같은 증상은 용량을 조절하거나 대증요법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난치성 갑상샘암의 새로운 치료법”이라고 강조했다.
미니 인터뷰 강남세브란스병원 박정수 교수
성대·피막·기도에 생긴 결절은 작아도 수술해야
갑상샘암은 다른 암에 비해 공포심이 덜하다. 완치가 잘 되고 환자의 생존율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기에 따라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어 방심은 금물. 갑상샘암 치료의 권위자인 박정수 교수에게 치료법을 물었다.
Q 갑상샘암의 발병 특징은.
“갑상샘암은 일반적으로 여성에게 많이 발병한다. 특히 유두암은 여성이 남성보다 4~5배 잘 생긴다. 연령대별로 보면 50대가 약 29%로 가장 많고 40대·30대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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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적절한 수술 시기는.
“결절 크기가 1㎝ 미만일 때는 고위험군과 저위험군으로 나눈다. 결절이 성대·피막·기도·식도에 위치하거나 림프절·폐 전이가 있는 고위험군은 크기가 작더라도 수술한다. 반면에 크기가 1㎝ 미만이고 위치가 나쁘지 않은 저위험군은 정기검진을 하며 관찰한다. 다만 6~12개월 사이 3㎜ 이상 결절이 자라거나 림프절 전이가 발생하면 수술을 권한다.”
Q 수술 후 재발하거나 전이 시 치료법은.
“말기는 치료 예후가 나쁘다. 환자 상태나 치료 경과를 잘 살펴 맞춤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하거나 반응이 없을 때는 표적치료제를 고려한다.”
[출처: 중앙일보] [건강한 당신] ‘착한 암’ 방심하다 전이 … 방사성 요오드 효과 없으면 표적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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