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기능식품, 안전성 어떻게 높일까 건기식 고시형 전환에 대한 헬스조선 정책토론회 특정 회사가 다양한 성분을 연구·개발하고 안정성 검사를 거쳐 제품을 만들면 건강 개선 및 유지에 도움이 되는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받아 시판이 된다. 그런데 이로부터 3년 뒤엔 어떤 업체든 이 회사가 개발한 성분 한두 가지를 넣고 함량을 맞추면 ‘똑같은 기능이 있다’는 이름하에 제품을 시판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건강기능식품 업계, 전문가 단체는 “그런 제품이 정말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무엇이 문제이며, 전문가들은 어떤 입장을 갖고 있을까. 지난 11월 3일 헬스조선 주최로 열린 ‘건강기능식품 고시형 전환에 따른 소비자 안전성 확보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전문가 5인의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지난 11월 3일 헬스조선 주최로 열린 건강기능식품 고시형 전환 관련 정책토론회. (왼쪽부터 김솔 과장, 박태선 교수, 홍헌표 취재본부장, 안철우 교수, 유경선 보좌관, 조윤미 대표)
<토론 참가자> 김솔 식품의약품안전처 건강기능식품정책과 과장 박태선 연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유경선 새정치민주연합 김춘진 보건복지위원장실 보좌관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대표
건강기능식품은 크게 개별인정형과 고시형으로 나뉜다
홍헌표(헬스조선 취재본부장, 이하 헬스조선) 건강기능식품 업계의 ‘빅 이슈’가 개별인정형 제품 원료의 고시형 전환입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개별인정형 건강기능식품 26개 원료(사탕수수왁스알코올, 참당귀뿌리추출물, 포고버섯균사체분말, 정어리펩타이드, 히비스커스등복합추출물 등)를 고시형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게 무슨 말인지 참 생소합니다. 건강기능식품이면 건강기능식품인데, 개별인정형은 무엇이고 고시형은 무엇입니까.
김솔(식품의약품안전처 건강기능식품정책과 과장) 개별인정형 건강기능식품은 개인이나 연구소 등이 기능성 있는 특정 원료를 발굴해,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동물실험 및 인체시험 자료를 식약처에 제출하고 심의·허가를 받아 독점 판매하는 겁니다. 고시형은 식약처가 고시(告示)한 기준과 규격에 부합하도록 원료를 넣어 만든 건강기능식품입니다.
식약처는 개별인정형 제품의 원료를 차근차근 고시형으로 전환해왔습니다. 건강기능식품 법에 의하면 개별인정형 원료는 신고한 날부터 3년이 지난 후부터, 또는 3개 업체가 판매를 신고하는 경우 고시형으로 전환될 수 있거든요. 이에 따라 2009년에는 개별인정형 원료 1종을 고시형으로, 2010년에는 6종을 전환했습니다.
헬스조선 개별인정형 제품의 원료를 고시형으로 전환한 취지는 무엇인가요?
김솔 건강기능식품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함입니다. 개별인정형 제품은 판매 허가를 받은 업체만 독점적으로 판매할 수 있잖아요. 하지만 개별인정형 제품이 고시형으로 전환돼 식약처로부터 인증받을 때의 규격만 지키면 다른 업체도 누구든지 만들 수 있어요. 결과적으로 건강기능식품 산업의 문턱을 낮추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소비자가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품을 살 수 있게 만들기 위함입니다. 고시형으로 전환되면 누구나 해당 제품을 만들 수 있으니 업체 간 가격경쟁이 될 것입니다.
헬스조선 고시형 제품이 만들어질 때의 기준 규격을 좀더 자세히 알 수 있을까요?
김솔 개별인정형 제품이 시판된 지 3년 이상이라는 시간적 기준만 넘었다고 해서 무작정 고시형으로 전환되는 것은 아닙니다. 건강 효과를 내는 지표 성분이 꼭 들어가야 하는 양의 범위가 있어서 그 범위 내의 양을 꼭 포함해야 합니다. 중금속, 미생물 등의 검사를 해서 섭취해도 괜찮다는 판단이 나와야 제품으로 시판할 수 있는 겁니다.
김솔 (식품의약품안전처 건강기능식품정책과 과장)
고시형 제품도 개별인정형 제품과 똑같이 안전하고 효과적일까
헬스조선 하지만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는 이에 대해 우려가 많은 듯 보입니다.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건강 효능을 나타내는 유효 성분 한두 가지와 함량을 맞춰 제품을 만든 고시형 제품이 과연 개별인정형 제품과 똑같은 제품일 것인가 의문이라는 겁니다.
조윤미(녹색소비자연대 대표) 소비자 입장에서 크게 두 가지 부분이 우려됩니다. 첫 번째는 개별인정형이 고시형으로 전환될 때 함량 정도만 규격이 정해져 있을 뿐, 그 외의 제형 등에는 전혀 제제가 없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기능이 있다는 특정 성분을 넣어 캡슐로 만든 제품과, 특정 성분을 밥에 넣어 만든 제품이 같을 수 있을까요. 지금은 건강기능식품의 제형이 매우 다양화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성분만 가지고 건강기능식품의 효능 유무를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결과적으로는 특정 성분을 넣은 제품에 대한 효능 등을 증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3년이라는 시간이 무의미해 보인다는 점입니다. 개별인정형 제품이 팔린 지 3년이 됐든 10년이 됐든, 팔리는 동안 이 제품에 문제가 있었는지 여부가 제대로 추적 관찰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맨 처음 제품이 허가받을 때 안전해 보여 판매가 시작되고, 이후 조사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 시장에서 팔리면서 문제가 있을 수도 있잖아요. 소비자가 이상증세를 보일 수도 있고요. 그 상태에서 3년 등의 기간만 채우면 맨 처음 식약처로부터 안정성 등을 인정받은 자료만을 토대로 고시형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우려스럽습니다.
박태선(연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헬스조선 건강 효능이 있다는 원료를 넣고 규격만 맞춰 만든 고시형 제품들이 개별인정형 제품과 동일한 기능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나요?
박태선(연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개별인정형 건강기능식품의 원료 대부분은 식물추출물입니다. 단일 화합물이 아니에요. 바로 이 부분에서 원료의 함량만 같다고 같은 효과를 내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쉽게 설명해볼까요. 체지방 분해에 효과 있는 개별인정형 건강기능식품을 만들 때 그린커피빈추출물이 들어있었습니다. 그리고 식약처는 그린커피빈추출물에 들어 있는 클로로제닉산이 건강 효과가 있는 성분이라고 인정했어요. 개별인정형 건강기능식품의 원료가 고시 형으로 전환된 후에는 클로로제닉산만 규격 함량만큼 넣으면 얼마든지 다른 건강기능식품을 만들 수 있겠죠. 그렇다면, 클로로제닉산은 그린커피빈추출물뿐 아니라 많은 종류의 차, 식물 등에서 나오고 있으니 꼭 그린커피빈이 아니라도 클로로제닉산만 뽑아서 넣으면 되는 거잖아요.
하지만 실제로 연구해보면 결과가 다르게 나타납니다. 동물에게 클로로제닉산을 섭취시켰을 때와, 같은 양의 클로로제닉산이 함유된 그린커피빈추출물을 섭취시켰을 때의 효능이 다르다는 겁니다. 단일 성분에 비해 추출물을 섭취시켰을 때의 효능이 훨씬 좋아요. 식물 추출물 안에는 우리가 기대하는 효과를 내는 단일 성분뿐 아니라 수백, 수천 가지의 화학물질이 들어 있잖아요. 결국 건강 효과를 최적으로 낸 것은 이런 화합물이 함께 작용한 결과라는 말이죠.
모든 식물 추출물이 똑같은지도 의문입니다. 식물을 어디서 어떻게 기르고 재배하느냐에 따라 추출물 속 성분의 양과 질이 다를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유해성 검사에서 중금속이나 농약 함유량 정도는 검사같은 것은 하겠지만, 건강 효능이 똑같이 나타나는지에 대한 답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는 겁니다. 차라리 고시형으로 전환하더라도, 원료에 대한 기준만 세우지 말고 그 원료를 넣어서 만든 결과물인 제품이 원래의 개별인정형 건강기능식품과 똑같은 효과를 내는지 여부를 검증하는과정이 있어야 생각합니다.
제가 아는 바로는 미국·유럽·일본·중국의 어떤 법에도 개별인정형 건강기능식품을 일정 기간 지나서 고시형으로 전환해준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고시형으로 전환하는 것은 이런 단일 화합물이 아니라 영양소에 국한합니다. 영양소는 비타민C나 칼슘 같은 것을 말합니다. 영양소는 영양학이라는 학문이 생겼을 때부터 수천 편의 연구와 논문으로 효과와 기능이 밝혀졌습니다. 누가 만들건, 추출하건, 합성하건 비타민C의 구조는 똑같아서 효능도 거의 비슷합니다. 이런 게 아니라 추출할 때의 환경에 따라 건강 효과가 달라질 수 있는 단일 화합물을 고시형으로 전환하는 것은 검토가 좀 필요합니다.
헬스조선 개별인정형 건강기능식품의 원료가 고시형으로 바뀌는 기준 중 기간에 한한 것이 3년으로 맞춰져 있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박태선 한참 부족합니다. 과거 비타민C가 감기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나온 적이 있어요. 이를 토대로 관련 제품이 엄청 나왔죠. 그런데 20~30년간 수천 편의 연구를 하다 보니, 효과 있다는 연구가 절반이고 효과 없다는 연구가 또 절반인 겁니다. 그래서 공식적으로 ‘효과를 보장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어요. 그러니 한두 편의 연구로 해당 성분이 확실한 효과가 있다고 2~3년 안에 결론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헬스조선 제도적 문제가 좀 있어 보입니다.
유경선(새정치민주연합 김춘진 보건복지위원장실 보좌관) 안 그래도 관련 제도가 근본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아까 제형 말씀하셨는데, 지적하신 것처럼 기능성 성분을 어떤 형태로든 넣기만 하면 건강기능식품 판매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된 겁니다. 식품에 특정 기능성 원료를 넣어서 결과적으로 건강 효능이 발현될 수 있다는 게 증명되면, 제품 겉면 등에 이 식품에는 이런 기능성, 이런 영양소가 추가로 더 들어 있다는 것을 표시하는 방식의 제도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안철우(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약 아닌 건강기능식품도 충분히 위협적이다
헬스조선 이쯤에서 궁금한 게 있습니다. 건강기능식품을 잘못 먹으면 실제로 이상 사례가 생기나요? 건강기능식품은 분명 약이 아닌데요.
안철우(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상당합니다. 그 자체의 이상 반응은 대단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만, 건강기능식품을 먹는 대다수 사람들이 건강하지 않다는 게 중요합니다. 건강기능식품을 잘못 먹으면 원래 앓고 있던 병과 결합해 부작용이나 유해성이 증폭될 수 있어요. 간단하게 속이 메스껍고 소화가 잘 안 되는 정도로 끝나는 게 아니라, 당뇨병 환자에게 혈당을 올리는 역할을 해서 각종 합병증이 빨리, 심한 정도로 생기게 만들 수도 있는 겁니다. 게다가 약물의 부작용이나 이상 반응은 복용 3개월 뒤에 바로 나타나는 게 아닙니다. 당대에는 아무 문제 없다가 후손에게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요.
조윤미(녹색소비자연대 대표)
조윤미 건강기능식품은 장기 복용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약은 처방된 기간만 먹고 더 이상 먹지 않아요. 하지만 건강기능식품은 약이 아니고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길게는 수십 년간 장복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특정 성분이 몸에 쌓이면 의약품보다 더 심각한 유해성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개별인정형과 고시형을 나누는 기준이 원료 아닌 제품 돼야
헬스조선 건강기능식품의 개별인정형과 고시형 제도,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요?
안철우 건강기능식품으로서 건강하게 기능할 수 있는 제품만 시장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식약처의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식약처 김솔 과장이 고시형 건강기능식품의 취지인 산업 활성화를 말씀하셨는데, 이 부분도 적절한 규제가 있어야 더 잘 될 것입니 다. 사실 업체를 무조건 풀어주고 값싼 가격으로 제품을 보급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가격은 합리적이면서 효과 있고 안전한 제품만 시장에 풀리는 게 중요하니까요. 건강기능식품 업계가 질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 과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 산업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경쟁을 벌여야 하는데, 이렇게 규제가 약하면 우리나라 건강기능식품 분야의 연구와 산업이 빛을 발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신뢰할 만한 연구가 여럿 있는 제품만 기능성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 해준다든지, 소비자연대와 전문가 등이 연대해서 안정성이나 논문의 타당성 등을 검토하는 과정을 넣는 등의 방법을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박태선 개별인정형 제도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한 번 개별인정형으로 제품을 인정해줬어도, 재평가가 돼야 해요. 건강기능식품은 식품이 아니니까 100%, 200% 안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안정성 측면에 대한 재평가가 수시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철우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안정성에 대한 모니터링은 끝없이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고 추적 관찰할 수는 없겠지만 의사 입장에서 봤을 때 3년은 턱없이 부족해 보입니다.
유경선 (새정치민주연합 김춘진 보건복지위원장실 보좌관)
유경선 원료 중심의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관리체계에 근본 원인이 있는 것 같아요. 시장에 판매하려는 제품을 관리하는 게 아니라 제품에 들어간 원료를 기반으로 관리하는 거잖아요. 이런 원료 중심의 법이 개별인정형과 고시형을 만들어낸 거고요.
따라서 법이 허점을 줄이고 안정성 등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쪽으로 가려면 원료형에서 제품형으로, 또는 완전히 다른 형식의 입법 체계로 바꾸는 것을 고려해봐야 합니다.
김솔 식약처가 개별인정형을 고시형으로 바꿀 때 3년 등의 단순한 기준만 들이대는 것은 아닙니다. 이건 최소한의 자격조건입니다. 그래서 개별인정형을 고시형으로 바꾼 경우도 1년에 3종 정도뿐이었습니다. 후보에는 올랐지만 최종적으로 고시형이 되지 않은 것도 수십 종에 달합니다. 자료를 분석하고, 건강회사식품 위원회에 자문도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평가 한 다음에 고시형으로 가도 되는지 여부를 검토하는 것입니다.
재평가를 말씀하셨는데, 식약처도 2016년부터 재평가 사업을 계획 중입니다. 식약처에서 한 번 인정해준 개별인정형이든, 고시형으로 전환된 것이든 식약처에서 인정해준 기능성 원료는 주기적으로 재평가 하겠다는 것이죠. 예를 들면 고시형으로 전환된 소팔메토(전 립선 건강에 도움된다는 건강기능식품)도 재평가한 결과, 안정성과 기능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취소할 겁니다. 식약처도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 제품 판매 기준을 하향조정할 생각은 아닙니다. 상향조정해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우리나라 제품이라면 믿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목표입니다.
백수오 사태 등으로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신뢰가 국내에 많이 떨어졌다고 판단됩니다. 정부 주도만으로 해결책을 찾지 않고, 여러 이해 관계자들과 의견 수렴을 하면서 개선하겠습니다.
토론 모습
헬스조선 국민의 건강과 안전한 건강기능식품 섭취에 대해 모두가 좀더 힘써야 할 것 같습니다.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