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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그밖의 중요 질병

[스크랩] 신경세포 고장난 `다발성경화증`, 하루 약 한알로 관리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5. 7. 22.

면역계 이상 '자가면역질환' 시력저하·감각기능 떨어져
증상 다양해 진단 어렵지만 조기치료하면 증상 억제 가능

특별한 직업이 없는 백모(남·33)씨는 8년 전 군복무 시절 갑작스럽게 왼쪽 다리에 마비가 왔다. 하지만 의무대에서 별다른 검사와 제대로 된 처치를 받지 못했다. 며칠 후 증상은 자연스레 없어졌다. 제대 후 사회생활을 하면서 마비와 회복이 몇 차례 이어졌고 다리의 힘은 점점 약해졌다. 정형외과에 계속 갔지만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한 채 물리치료만 받았다. 백씨는 2년 전 다발성경화증(多發性硬化症) 진단을 받았다. 진단 당시에는 병이 너무 많이 진행돼 있어 치료를 받아도 효과는 크지 않았다. 현재 백씨는 보조기 없이는 혼자서 보행이 불가능한 상태다.

◇전선 피복 벗겨지듯 중추신경 손상돼 발생

중추신경의 신경세포는 여러 개의 피복(수초·髓�)이 전선을 감싸고 있는 형태다. 다발성경화증은 수초가 손상돼 신경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병이다〈그래픽〉. 어느 위치의 신경이 손상되느냐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시신경이 손상되면 시야가 희미해지고, 척추 신경이 망가지면 다리에 힘이 빠지고 감각이 없어진다. 증상이 다양하다 보니 제대로 진단하기가 쉽지 않고, 증상이 생겼다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증상이 없어지기 때문에 별 일 아닌 것으로 여기기 쉽다.

신경과 김호진 교수가 다발성경화증의 원인을 설명하고 있다.
다발성경화증은 진단이 어려워 치료시기를 놓치기 쉽지만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큰 어려움 없이 생활할 수 있다. 국립암센터 신경과 김호진 교수가 다발성경화증의 원인을 설명하고 있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국립암센터 신경과 김호진 교수는 "다른 과에서 오진을 하거나 원인을 제대로 찾지 못해 잘못된 치료를 받거나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증상이 없어진다고 병이 낫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다시 재발하기 때문에 방치하면 결국 신체 기능을 잃고 만다"고 말했다.

◇중추신경에 생기는 자가면역질환

다발성경화증은 면역계가 정상세포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으로 자가면역질환 중에서도 굉장히 드물다. 학계가 추산하는 국내 환자 수는 약 1600명이다. 제대로 치료를 못 받으면 장애가 심해지기 때문에 삶의 질이 떨어진다. 환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직업이 있는 환자는 32%에 불과했고 이들 중 3분의 1은 병 때문에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또 병을 앓는 기간이 길수록 직업을 잃는 경우가 많아 10년 이상 병을 앓는 환자 중 직장인 비율은 11%에 불과했다.

다발성경화증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불치병이었다. 치료를 포기하고 있다가 병이 급격하게 진행되면 스테로이드로 염증을 조절하는 정도였다. 류마티스 치료제인 생물학적제제(TNF-α 억제제)는 류마티스를 비롯해 건선, 염증성장질환 등 다른 자가면역질환으로 쓰임새가 넓어지고 있지만 다발성경화증에는 쓸 수 없다. 김호진 교수는 "다발성경화증이 생기는 중추신경계는 약 성분 같은 외부 물질을 차단하는 '뇌혈류 장벽'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 환자에게 류마티스 치료제를 쓰면 오히려 증상이 악화된다"고 말했다.

다발성경화증의 원인 그래픽
◇먹는 약으로 병 진행 억제

다발성경화증 치료제가 본격적으로 쓰인 것은 1990년대 초부터다. 과도한 면역을 억제해 병을 누그러뜨리는 인터페론-베타 주사제인 레비프(머크), 베타페론(바이엘) 등이 나왔는데, 이틀에 한 번씩 주사를 맞아야 했다. 또 면역이 억제되면서 몸에 열이 나고 몸살이 생기는 등 독감과 비슷한 증상이 쉽게 생겨 환자가 힘들어 했다.

2000년대 들어 특정 항원을 표적으로 하는 약이 개발됐다. 티사브리 (UCB)는 과도하게 생긴 면역세포가 중추신경계에 들어가는 것을 막는 약이고, 렘트라다(젠자임)은 활성화된 면역세포가 림프구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는 약이다. 이들 약은 효과는 좋지만 환자가 스스로 주사를 놓아야 하기 때문에 교육을 잘 받는다고 해도 증상이 진행되면 운동기능이 떨어져 주사기를 놓는 데 어려움이 생기기도 했다.

최근에는 먹는 약이 나와 환자들의 편의성을 높였다. 오바지오(젠자임)는 하루 한 알로 증상을 관리할 수 있다. 김 교수는 "다발성경화증으로 장애가 생기기 전에 치료를 시작하면 더 진행하지 않고도 약으로 관리하면서 충분히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고 말했다.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7/21/2015072102746.html



출처 : 암정복 그날까지
글쓴이 : 정운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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