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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비만

[스크랩] 병·의원에 활개치는 `비만약 칵테일 처방`, 부작용은 나몰라라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5. 6. 12.

피부과, 성형외과, 산부인과 등 개원가에서 여러 약을 섞어 살을 빼준다는 '비만약 칵테일' 처방이 활개를 치고 있다. 비만약 칵테일 처방은 2~3종류의 식욕억제제, 이뇨제, 소화제, 변비약, 항우울제 등 7~8가지 약물을 혼합한 것이다. 이런 처방은 식욕억제제의 용량이 과도해 질 수 있고, 여러 약들을 한꺼번에 먹게 되면서 부작용 위험은 높아진다. 비만 전문가들은 "비만약 혼합 처방은 안전성 측면에서 검증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위험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다이어트 효과를 높이기 위해 여러 약들을 혼합 처방하는 ‘비만약 칵테일 처방'이 횡행하고 있다
다이어트 효과를 높이기 위해 여러 약들을 혼합 처방하는 ‘비만약 칵테일 처방'이 횡행하고 있다. 여러 약을 한꺼번에 먹으면 간과 신장 등 몸에 위험 부담이 크다./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직장인 김모(26)씨는 2년 전 단기간에 살을 빼기 위해 집 근처 성형외과에서 여러 약들이 혼합된 '비만약'을 처방받았다. 병원을 처음 방문할 때 의사는 "살을 뺄 수 있는 가장 강한 단계, 중간 단계, 약한 단계의 약이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약한 단계의 약을 2주일 치 처방 받았다. 그러나 약을 복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심장이 두근거리고 손이 떨리며, 밤에 잠을 못잤다. 약을 먹은 지 한 달 정도 지난 어느 날, 그녀는 온몸에 힘이 빠져 길을 가다가 쓰러져 크게 다칠 뻔했다. 당시 체중은 10㎏ 가까이 줄었지만, 현재는 원래 체중으로 돌아온 상태다.

비만약은 원래 한가지 종류만 처방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것도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으로 고도비만이면서 생활습관을 3개월 정도 개선해도 살이 빠지지 않을 때 처방한다. 비만약 중에서도 뇌의 중추신경에 영향을 미치는 식욕억제제는 부작용 위험이 커서 3개월 미만으로 먹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런 원칙들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체질량지수(BMI)가 20(정상)인 본지 기자가 '비만약 처방전 1주일에 2만원'이라는 광고 문자를 받고 홍대입구 근처의 한 의원을 찾았다. 의사에게 "살 빼는 약을 처방해주세요"라고 하자 의사는 키와 몸무게만 묻고 쉽게 비만약 일주일 치를 처방해줬다. 어떤 약인지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일주일에 못해도 2~3㎏ 이상 빠질 것"이라며 "기대에 못미치면 일주일 뒤에 약을 바꾸자"고 말했다. 간호사는 약이 잘 맞으면 다음에는 의사 진료를 보지 않고, 2만원만 내면 처방전을 받을 수 있다는 '팁'도 줬다.

기자가 받은 처방전〈작은 사진〉을 분석해보니, 푸링(식욕억제제), 벨빅(식욕억제제), 엘디엘(식욕억제제), 휴모리드(소화제), 이지에스(비만·관절통·부종 개선 약), 바리움(항불안제), 바실로비(변비완화제)가 들어 있었다.

한양대병원 가정의학과 황환식 교수는 "비만이 아닌 사람은 이런 약들을 먹으면 안 된다"며 "약물을 오남용하면 간과 신장 등 인체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러 약이 혼합된 비만약을 먹고 부작용을 겪은 사람이 많아 한 개원의는 인터넷 카페를 열어 부작용 경험자들이 올려 놓은 비만약 성분을 분석해주고 있다. 이 인터넷 카페에는 이뇨제 과다 복용으로 인한 콩팥 기능 저하, 식욕억제제를 평소보다 2~3배량 늘려 심장 두근거림 등의 증상 악화, 식욕억제의 효능이 불분명한 약의 처방 등 다양한 사례들이 올라와 있다.

더 큰 문제는 의사 진료를 보지 않고도 환자가 돈만 지불하면 처방전을 쉽게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처방전 장사'는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약을 여러 개 섞을수록 부작용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의사들이 환자 상태를 꼭 모니터링 해야 한다"며 "환자 얼굴도 안보고 약을 처방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잘못된 비만약 사용 실태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약 처방은 의사들의 판단에 의해 이뤄지므로 현행법으로는 의사들의 처방 자율권을 제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한아름 헬스조선 인턴기자

출처 : 암정복 그날까지
글쓴이 : 정운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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