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은 몸보다 마음을 아프게 하는 병이다. 몸에서 암 조직을 없애도 가슴이 사라지거나 일그러지면 마음의 상처는 고스란히 남는다. 그래서 유방암은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의술과 환자에 대한 배려가 그 어떤 병보다 중요하다.
- ▲ 유방암 환자 수
환자를 위한 가장 큰 배려는 환자가 병원에 최대한 적게 오도록, 불안해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상급종합병원 여건상 환자가 유방암 진단을 받고 치료하려면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수개월이 걸린다. 진료받은 다음 암을 확진하기 위해 각종 검사를 하고, 결과를 들은 후 수술을 받으며, 수술 후 관리까지 받으려면 수도 없이 병원에 가야 한다.
여기서 오는 문제는 번거로움뿐만이 아니다. ‘가슴에 만져지는 멍울이 혹시 암 덩어리 아닐까’ 하는 불안에서 시작된 병원 방문은 암이라는 최종 진단을 받고 “수술이 잘 됐습니다”라는 말을 들을 때까지 환자를 괴롭힌다.
이대여성암병원 유방암센터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원스톱 서비스를 마련했다. 이대여성암병원 백남선 병원장은 “우리 유방암센터는 환자가 병원에 온 첫날 모든 검사를 마치고 수술이 필요한지 여부까지 알려주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수술은 환자가 처음 병원을 방문했을 때부터 일주일 안에 해준다”고 말했다.
원래 유방 모양 살리는 유방보존술 최초 도입
과거에는 유방암이 생기면 유방 전체를 도려내야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방을 최대한 살리면서 부분적으로 암 조직만 떼어내는 유방보존술이 유용하게 쓰인다.
유방보존술은 2006년 백남선 병원장이 아시아 최초로 도입했다. 백남선 병원장은 “유방암은 환자가 자살이나 이혼할 위기까지 만들 정도로 삶의 질을 좀먹는 병인데, 이 수술법을 도입한 후 환자들의 만족도가 크게 올라갔다”고 말했다.
유방보존술을 한 직후 성형외과와의 협진을 통해 재건술까지 하면 한 번의 수술만으로 암도 떼어내고 유방 모양도 원래와 비슷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환자의 불안함과 우울감이 크게 줄어든다.
이대여성암병원 유방암센터는 이 수술법을 계속 발전시켜 지금은 환자의 75% 정도를 유방보존술로 치료한다. 백남선 병원장은 “병이 심한 환자는 본래 유방보존술을 하기 힘든데, 우리 센터에서는 수술 전 적절한 항암요법을 통해 암 크기를 줄여서 상당 부분 수술을 가능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 ▲ 유방암 센터 치료 순서
완치 후 행복 찾을 때까지 관리
어찌 보면 병원의 임무는 수술을 잘 해주고, 수술 후에 합병증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삶의 질이나 행복은 개인의 영역일 수 있다. 하지만 이대여성암병원 유방암센터는 환자가 행복을 찾는 순간까지 책임지는 게 진정한 의술이라 생각한다.
센터는 ‘파워 업’ 프로그램을 마련해 수술 후 통증 관리 같은 의료 영역부터 삶을 풍요롭게 하는 비의료 영역까지 관리한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행복바이러스 합창반, 행복찾기-웃음치유, 탈모 후 두피 관리부터 모자 활용법까지 알려주는 외모관리, 부부의 성(性), 희망 텃밭, 하지림프부종 관리 등이다.
지난해부터는 성북예술창작센터 미술치료사팀과 협력해 미술치료 프로그램을 추가했다. 유방암 환자 모임인 ‘이유회’도 조직해서 환자들이 서로 심리적 위안을 얻고 정보를 공유하도록 했다. 의료진과 함께 떠나는 산행 프로그램인 ‘아름다운 동행’도 정기적으로 주최해서 환자와 완치된 일반인이 치료받았던 의사와 함께하며 상태를 확인받을 수 있게 한다.
- ▲ 유방보존술 및 재건술 그림
유방보존술 및 재건술
유방을 부분적으로 절제하고 자연 유방과 비슷한 모양으로 만들거나 양쪽 크기를 맞추는 수술.
➊ 겨드랑이나 유방 밑 부분 피부 일부를 절개해 가슴을 최대한 살리면서 피부 아래에 있는 암 조직을 떼낸다.
➋ 환자에게 맞는 모양과 크기의 실리콘을 넣거나 뱃살 또는 등근육 같은 조직을 넣어 피부 아래 빈 공간을 채운다. 경우에 따라 실리콘과 환자의 지방을 모두 사용할 수도 있다.
- ▲ 박남선 병원장
“환자도, 의사도 인정하는 팀이 돼야죠”
이대여성암병원 백남선 병원장 인터뷰
유방암센터 의료진이 추구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명의(名醫)가 되는 겁니다. 환자도, 환자 아닌 사람도, 동료 의사도 인정하고 존경하는 의사가 되는 거죠. 이를 위해서는 환자를 안심시킬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눈에 띄는 업적을 쌓는 게 기본이 돼야 해요. 그 위에 환자가 궁극적으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자세를 쌓는 거죠. 이런 통합적 노력이 명의라는 결과물을 내거든요.
센터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세계 최고로 자리매김하는 겁니다. 우리나라 유방암 5년 생존율은 91%에 달하고, 10년 생존율은 80%나 돼요. 이는 전 세계 최고 수치거든요. 결국 치료 실력으로는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는 얘기죠. 여기에 더해 우리는 삶의 질 관리 부분에서도 세계적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해요. 벌써 반응이 오고 있죠. 센터 개소 초기에 비해 환자가 5배 정도 늘었는데, 그중 상당수가 해외 환자거든요.
세계 최고 유방암센터로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
해외 환자의 국내 체류 기간을 줄이기 위해 ‘외국인 환자 우선 진료 시스템’을 만들어 대기시간을 최소화했습니다. 중국어, 러시아어 등 해외 국가별 외국어가 가능한 코디네이터를 통해 외국인 환자에게 1대1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죠. 의료진에게도 외국어 공부를 권장해요. 아랍에미리트, 몽골, 중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미국, 스위스, 노르웨이, 베트남, 태국, 멕시코 등 60개국에서 환자가 오는데 말이 안 통하면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친밀감을 쌓을 수도 없으니까요.
삶의 질도 중요하지만 실력 쌓는 게 우선일 것 같은데요.
기본 중의 기본이죠. 유방암 치료가 많이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100% 치료가 되는 건 아니니 어떻게 하면 더 많은 환자를 완치로 인도할 수 있을지 연구해요. 최근에는 면역세포를 이용해 치료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에요. 우리 몸에서 암세포를 잡아먹는 수지상세포나 티(T)세포를 배양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이용하면 암을 없앨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좀더 많은 환자가 완치돼서 예쁜 유방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계속 달려야죠.
- ▲ 문병인 유방암센터장
나에게 유방암센터는 ‘올인’이다
-외과 문병인 유방암센터장
“말 그대로 제가 가진 모든 걸 건다는 말입니다. 환자에게 올인하는 거죠. 그렇게 할 수 있는 걸 다해야 환자가 만족하고 저 역시 후회하지 않거든요.”
유방암 수술 건수 등을 봤을 때 이대여성암병원 유방암센터는 국내 5위에 해당한다. 규모만 놓고 본다면 다른 대형병원에 비해 굉장히 높은 수치. 여성 환자들에 특화된 병원이라는 인식이 강한 덕분이다. 5년 600% 성장이라는 목표를 3년 만에 달성했고 지금은 새로운 목표인 1000% 성장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렇게 급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문 센터장의 역할이 컸다.
“제가 센터장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화합이에요. 일을 하 다 보면 서로 치고받는 경우가 분명 있거든요. 그건 좋은 모습은 아니죠. 화합하는 데 가장 좋은 건 술입니다. 하하. 꼭 술 을 마셔야 한다는 게 아니라 그렇게 허물없이 어울릴 수 있는 자리가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래야 저희 센터가 목표로 하는 유방암 분야 세계 최고를 향해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 ▲ 임우성 교수
나에게 유방암센터는 ‘봄 소풍’이다
-외과 임우성 교수
“항상 설레는 마음으로 가니까요. 유방암 환자 에게 완치의 기쁨을 선사하는 일이 얼마나 설레는지 몰라요. 저희 센터에서는 몸은 물론 마음까지 치유해 주니 환자들이 정말 기뻐한답니다.”
임우성 교수가 수술하면서 신경을 가장 많이 쓰는 건 유방을 본래 모양 그대로 보존하는 것. 암세포를 제거하더라도 지방조직은 대부분 보존할 수 있도록 한다. 흉터 역시 가능한 한 작게 남을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그래야 유방 외형 변화로 인해 환자가 상처받는 걸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혹여 유방 전체를 제거해야 한다고 해도 동시에 재건수술을 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인다.
“다른 질환과 달리 유방암은 환자가 외과로 가장 먼저 옵니다. 우선 환자의 마음이 편해지도록 잘 얘기하죠. 유방암은 상대적으로 치료가 잘 되는 병이기 때문에 치료와 관리를 잘하면 더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거든요. 당장 인생이 끝나는 게 아니니 힘내서 치료하자고 설득하죠.”
- ▲ 박보영 교수
나에게 유방암센터는 ‘힐링 스폿’이다
-성형외과 박보영 교수
유방암 환자의 몸과 마음을 어루만지며 치료를 담당하는 의료진의 마음까지 훈훈해지니 절로 힐링이 되는 곳일 수밖에. 센터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박 교수지만 벌써 이곳의 매력에 푹 빠졌단다.
“사실 병원은 공장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분업해서 각자 자기 일만 하니까요. 근데 이대여성암병원 유방암센터는 달라요. 하나부터 열까지 선생님들이 모두 책임지고 하거든요. 그래서 환자들도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다른 암과 달리 유방암은 성형외과의 역할이 큰 편이다. 한쪽 유방이 사라지면 상실감에 우울증이 올 수 있고, 신체 불균형으로 인해 어깨와 척추가 틀어져 일상생활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동시 재건술은 물론 지연 재건술을 받는 환자가 점차 늘고 있다고.
“보형물을 넣어 재건할 수도 있지만 저희 병원에선 자가지방을 넣는 수술법을 추천해요. 배에 있는 지방으로 가슴을 만드는데 환자 만족도가 아주 높아요. 배는 쏙 들어가고 가슴은 나오니까 요. 지난 4월부터 전절제술 환자에 대해 보험이 적용된다고 하니 보다 많은 분들이 가슴을 되찾았으면 좋겠어요.”
- ▲ 박경란 교수
나에게 유방암센터는 ‘희망 공작소’다
-방사선종양학과 박경란 교수
“희망이 먼 곳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희 센터가 가진 역량으로 환자를 온전히 치료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희망을 주는 일 아닐까요. 방사선치료로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암세포를 없애 전이되지 않도록 해서 환자들의 희망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게 제 역할이죠.”
유방암에는 방사선치료가 다른 암보다 효과적이다. 그래서 유방을 국소절제해 암 세포를 제거한 후 나머지 유방에 방사선치료를 하는 게 표준치료가 됐다. 유방의 경우 다른 장기에 방사선이 미치지 않도록 치료할 수 있어 부작용도 거의 없는 편이라고. 왼쪽 유방을 치료할 때는 방사선이 최대한 심장에 닿지 않도록 하는 특수 기술(Deep Inspiration Breath-Hold Technique)을 쓴다.
“일반적인 치료는 5~10분이면 끝나는데 이 기술을 쓰면 20분 넘게 걸려요. 보험 수가 적용도 안 되지만 환자를 생각하면 이 방법을 써야죠. 방사선이 심장에 닿으면 심장혈관을 막히게 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 ▲ 이경은 교수
나에게 유방암센터는 ‘만남의 광장’이다
-혈액종양내과 이경은 교수
혈액종양내과는 유방암 환자의 항암치료를 담당하는 곳. 재발 방지 항암치료는 물론이고 완치가 안 돼 마지막 수단으로 선택하는 항암치료까지 이곳에서 한다. 그렇기에 환자의 임종을 보는 일이 많은 편이다.
“저에게 유방암센터는 진정성을 가지고 환자와 만나 얘기를 나누는 곳이에요. 일단 환자를 이해시키는 게 우선이거든요. 유방암은 다른 암과 달라요. 기본 생존기간이 5년이 넘고 재발하더라도 오래 살 수 있죠. 그렇다고 무조건 희망만을 주는 건 아니에요.”
항암치료를 환자에게 굉장히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게다가 약물의 영향으로 머리카락까지 빠져 환자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낙심한 환자들의 마음에 위로를 건네는 것 역시 이경은 교수의 역할. 가족을 위해 의학적으로 최선을 다해보자고 환자를 설득한다.
“환자들이 겁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대로 치료도 안 해보고 포기하는 환자도 있더라고요. 그럴 때 진정성을 가지고 대화를 나누면 다시 의지를 갖게 되죠. 유방암은 치료를 하면 정말 잘 지낼 수 있거든요.”
- ▲ 차은숙 교수
나에게 유방암센터는 ‘새로운 일터’다
-영상의학과 차은숙 교수
“처음 여기 올 때부터 도전이었거든요. 새로운 일, 새로운 사람들 그리고 새로운 환자들까지. 이곳에서 일한 지 5년이나 됐지만 저에게는 늘 새로운 곳이에요. 센터도 저도 계속 발전하고 있으니까요.”
영상의학과에선 유방암 환자의 처음과 끝을 책임진다. 처음 암을 진단하는 것도, 완전히 암세포가 사라졌다는 걸 진단할 때도 말이다. 검사받을 땐 환자의 가슴이 두근거릴 수밖에 없다. 검사 전날은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초죽음이 돼서 오는 환자도 있다고. 그렇기에 차 교수는 정확한 판독에 더 신경을 쓴다.
“좀더 세밀하게 관찰하고 편하게 조직을 떼낼 수 있는 첨단 장비를 많이 도입했죠. 하나라도 놓치면 안 되는 게 제 임무거든요. 그리고 검사할 땐 표정 관리를 잘해야 해요. 환자들이 화면을 봐도 잘 모르지만 제 표정을 보면 금세 알아채거든요.”
남들 보는 건 물론이고 남들이 못 보는 것까지 찾아내는 게 그가 지닌 노하우. 차 교수의 숙련된 경험이 이대여성암병원 유방암센터가 지금의 명성을 갖기까지 든든한 한 축을 담당했다.
/ 배만석 헬스조선 편집장 bms1197@chosun.com
/ 김하윤 헬스조선 기자 khy@chosun.com
/ 포토그래퍼 김지아 jkim@chosun.com
/ 일러스트레이터 신은영
월간헬스조선 6월호에 실린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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