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지만 소문난 병원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방이동 올림픽선수촌아파트 상가에서 27년째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킴스패밀리의원 한의원'. 현대식 병원 안에는 한의원에서 볼 법한 약방이 있고, 진료 과목도 감기부터 치매까지 다양하다. 이곳을 찾는 환자들 역시 20여 년을 훌쩍 넘긴 단골이 많다. 병원을 지키는 사람이라곤 의사 1명, 간호사 2명뿐이건만 사람들이 끊임없이 몰리는 이유는 뭘까.
병원을 찾은 이들에게 직접 물었다! 내가 이 병원 단골이 된 이유
- ▲ 감기부터 치매 진료까지 믿고 찾는 단골
"양방과 한방을 오가며 저에게 맞는 치료법을 찾아줍니다"
감기, 배탈, 당뇨, 고혈압 등 몸이 안 좋을 때면 고민 없이 이곳을 찾습니다. 원장님이 양방과 한방을 함께 공부해 상황에 맞게 처방을 내려주니 진료에 믿음이 갑니다. 지금은 가족 모두 킴스패밀리의원 한의원 단골입니다. -윤덕중(70세, 송파구 방이동)
"올해로 25년째, 저보다 제 몸을 잘 아는 주치의입니다"
병원은 한 곳을 오래 다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여 년 동안 제 건강 상태를 지켜본 주치의로, 이제는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단번에 파악하시는 것 같아요. 급할 때는 전화로 상태를 설명해도 시원스레 해결책을 알려주십니다. -이기조(72세, 송파구 방이동)
"아파서가 아니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오는 병원이죠"
지금은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갔지만 1년에 서너 차례 이 병원을 찾습니다. 평소에는 감기와 같은 일반 진료를 보고, 1년에 두 차례 봄과 가을에는 보약을 지어 먹습니다. 지금도 원장님 말씀에 귀 기울이면서 건강 관리에 힘쓰고 있습니다. -김윤옥(45세, 강남구 청담동)
인기 비결 1
한 곳에서 한 의사에게 한방과 양방 진료를 받는다
- ▲ 킴스패밀리의원 한의원
킴스패밀리의원 한의원 김철수 원장의 진료실에는 전문의 자격증과 한의사 면허증이 나란히 걸려있다. 김 원장은 전국에서 250여 명 존재한다는 의사·한의사 복수 면허 소유자다. 킴스패밀리의원 한의원을 찾으면 환자는 자연스럽게 양방과 한방을 오가며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김 원장은 일단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서면 환자를 서양의학으로 치료해야 할지, 한의학으로 치료해야 할지, 아니면 동시에 치료해야 할지를 결정한다. 청진기를 사용하다가도 금세 손가락으로 환자의 맥을 짚으며 상태를 살핀다.
감기로 병원을 찾았다고 하더라도 으슬으슬 오한이 드는 초기 단계라면 약을 쓰기보다 몸을 따뜻하게 덥혀주는 약재를 사용해 체온을 끌어올린다. 반면 열, 콧물, 기침이 심하다면 합병증을 막기 위해 증상에 빠른 효과를 보이는 약과 주사를 처방한다.
약을 처방할 때도 김 원장 나름의 방법이 있다. 김 원장은 "같은 증상이라고 하더라도 환자의 몸 상태와 체질에 따라 약이 조금씩 다르다"고 말했다. 이런 김 원장의 세심한 배려 덕에 환자는 몸의 부담을 최소화하며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 현재 킴스패밀리의원 한의원에서는 내과, 소아과 진료뿐 아니라 한방내과, 신경과, 침구과 등 한의원 진료를 동시에 받을 수 있다.
- ▲ 01 늘 미소로 환자를 반기는 최명애 간호사는 김철수 원장 부인이다. 02 환자에게 처방하는 모든 한약은 병원 내에서 직접 만든다. 모든 약재는 흐르는 물에 살짝 씻은 뒤 면보에 내린다. 03 필요한 환자에게는 직접 침을 놓기도 한다. 위경련 때문에 병원을 찾은 환자가 복통을 가라앉히기 위해 침을 맞고 있다.
인기 비결 2
평생 주치의로서 환자와 마음으로 소통한다
킴스패밀리의원 한의원은 늘 한결같은 모습이다. 김철수 원장과 김 원장의 부인인 최명애 간호사, 그리고 신숙경 간호사 역시 20년 넘는 시간 동안 그 모습 그대로 병원을 지키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곳을 찾는 단골 환자들의 이름과 가족력, 진료기록을 외우는 일도 흔하다. 엄마 손을 잡고 오던 어린이 환자가 결혼해서 또다시 자신의 아이를 데리고 오기도 하고, 이사 간 뒤에도 아프면 다시 이곳을 찾기도 한다. 스스로를 가리켜 '패밀리'라 부르는 단골 환자들은 이곳을 다시 찾는 이유를 "믿고 진료를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병원과 환자와의 긴밀한 관계는 치료 효과를 높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김 원장은 "아무리 의사가 환자를 치료해주고 싶은 마음이 커도 의사에 대한 환자의 믿음과 의지가 없으면 치료가 힘들다"며, "환자가 병원을 찾아 치료를 지속해나가는 데 중요한 것은 의사가 환자와 충분히 소통했느냐에 있다"고 말했다. 환자가 왜 병원을 찾았는지, 자신의 상태를 얼마나 이해했는지, 의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과 환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얼마나 일치했는지 확인하는 것이 곧 치료의 중요한 열쇠인 셈이다.
인기 비결 3
치매 예방과 치료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킴스패밀리의원 한의원은 환자와 함께 성장하고 변화해나가는 곳이다. 개원 당시에는 소아과 진료가 가장 많았지만 어린 환자들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병원을 찾는 이유도 당뇨,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으로 변화해갔다. 중년이었던 고객들이 노인이 돼 치매에 걸리는 일이 종종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치매 관리에도 신경을 쓰게 됐다.
현재 킴스패밀리의원 한의원에서는 '청명프로그램'이라는 치매 특화 클리닉을 운영한다. 치매에 걸린 장모를 치료한 김 원장의 경험과 임상시험을 바탕으로 한 치매 예방과 치료 프로그램이다. 김 원장은 "건강하고 정상적인 40~50대 가운데 약 80%가 이미 치매를 향해 가기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며, "뇌 건강을 지키려면 아프기 전 예방주사를 맞는 것처럼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곳의 치매 예방과 치료는 증상이 나빠지는 속도를 줄이기 위해서다. 또 다른 목적은 치매가 이미 진행된 상태라면 적절한 치료를 통해 '예쁜 치매'가 되게 하는 데 있다. 청명프로그램은 일반 진료와 달리 오랜 시간 상담이 필요하므로 예약제로 운영된다. 지난해 10월부터는 매주 수요일을 '치매 집중 상담의 날'로 정하고 되도록 일반 진료는 보지 않으려고 한다.
Mini Interview
킴스패밀리의원 한의원 - 김철수 원장
건강백세, 똘똘백세! 몸도 뇌도 건강하게 늙어갑시다"
어떻게 오랜 시간 한 자리에서 진료를 볼 수 있었나?
공간이 좁아 병원 이전을 여러 번 생각했지만 단골 환자들 때문에 결심이 번번이 무너졌다. 27년째 한 자리를 지키다보니 병원을 제 집처럼 들락거리는 환자가 하루 100여 명쯤 된다. 조금 더, 조금 더 한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 이제는 고령 환자가 많이 늘어서 대기 공간을 좀 늘려야 할 것 같다.
의학을 마치고 다시 한의학을 전공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세브란스병원에서 가정의학과 1기로 전문의 과정을 마친 후 개원해 5년 동안 하루 300명이 넘는 환자를 진료했다. 건강도 챙길 겸 당분간 쉬려고 했는데 이참에 한의학 공부를 해보면 어떻느냐는 아내의 권유를 받았다. 예전부터 한의학에 흥미를 가진 터라 1995년에 경희대 한의과대학 본과에 편입해 2000년 한의사 면허를 땄다. 질병의 예방과 건강 유지 등 환자의 지속적인 건강관리가 가정의학과의 목표라면 한의학은 사람이 가진 원기를 이용해 병을 약화시키고 건강을 회복시키는 것이 목표다. 두 가지를 공부한 덕에 건강과 질병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진 것 같다.
건강 주치의로 일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보람 있었던 경험은?
환자들이 오랜 시간 변하지 않고 의사인 나를 찾아줄 때 가장 보람된다. 얼마 전 난임으로 치료받던 환자가 임신에 성공해 건강한 아이를 출산했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는지 알기에 진심으로 기뻐해줄 수 있었다. 산모는 산후풍 때문에 또 진료를 받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미소가 행복해 보였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지금처럼 '의사 김철수'로 환자를 돌보며 지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부터 치매 예방에 힘써야겠다고 생각한다. 누구보다 똑똑하게 열심히 살던 사람이 갑자기 치매로 무너지는 경우를 종종 본다. 요즘 환자들을 대할 때마다 "건강백세, 똘똘백세!"라는 말을 전하는데, 나부터 신체 건강, 뇌 건강을 지키자는 스스로의 다짐이기도 하다.
/ 강수민 헬스조선 객원기자
/ 포토그래퍼 김지아 jkim@chosun.com
월간헬스조선 4월호에 실린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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