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통합암학회(SIO)에서는 암 예방과 치료에 유용한 10가지 식이보충제를 선정했다. 그중 밀크시슬은 간암 예방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 ▲ 밀크시슬
밀크시슬(Milk Thistle) 사용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디오스코리데스가 살던 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히포크라테스가 '의학의 아버지'라면 디오스코리데스는 '약학계의 선구자'라 할 수 있다. 약학대학 학생들은 약사로서의 다짐으로 디오스코리데스 선서를 하기도 한다.
의사이자 약사, 식물학자였던 그는 로마 군의관 시절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600종 이상의 식물, 35종의 동물성 약물, 90종의 광물성 약물의 효능을 수록한 <약물학> 전집을 펴냈다. 근대 약전의 근간을 이루는 그의 저서를 보면 밀크시슬은 뱀에 물린 경우나 기력이 없는 영아의 치료에 효과가 좋았다고 기술돼 있다.
뱀독이 몸에 퍼지면 간의 기능을 망가뜨리게 되는데, 밀크시슬이 간 보호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는 사실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100여 년 후 영국의 유명 약초학자인 컬페퍼는 밀크시슬이 간 기능 개선뿐 아니라 요로결석 제거, 신장 기능 보완에도 효능이 있다고 언급했다.
<중국본초도록>에는 밀크시슬이 '수비계'라는 이름으로 써 있는데, 그 효능은 청열해독(열을 내리고 독을 없애는 방법으로 치료함), 보간(간의 기능을 보완), 이담(간을 정화하고 독성을 제거), 보뇌(뇌를 건강하게 함)에까지 이른다. 우리나라에서는 밀크시슬과 비슷한 엉겅퀴를 오래전부터 약으로 사용해왔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밀크시슬을 '서양 엉겅퀴'라 부르기도 한다.
<본초강목>에는 엉겅퀴가 맛이 쓰고 서늘한 기운을 가지고 있으며, 큰 엉겅퀴는 어혈을 흩어버리고, 작은 엉겅퀴는 혈압을 낮춘다고 기록돼 있다. 또 <동의학사전>에는 엉겅퀴가 출혈을 멈추고 부스럼을 낫게 한다고 언급되기도 했다.
이처럼 오랜 기간 인류의 건강 유지에 도움을 준 밀크시슬이 현대 생물학과 약리학자들의 연구대상이 된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밀크시슬이 함유하고 있는 8종의 주요 성분(통틀어 '실리마린'이라 부른다)은 자연 유래 식품성분이기 때문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지정하는 건강기능식품으로 공식 인증을 받았다.
- ▲ 밀크시슬은 국화과의 1~2년생 초본으로 가시가 많은 큰 잎을 가진 식물이다. 6~8월에 작고 둥근 모양의 붉은 보라색 꽃이 핀다.
밀크시슬이 간암 위험요소들을 억제
아직 많은 형태의 암에 대한 임상 연구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암 예방, 항암제 독성 완화 및 삶의 질 제고에 대한 몇 가지 희망적인 결과들이 보고됐다. 또 밀크시슬의 항암 효능에 대해 다수의 연구들이 진행 중이다.
가장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건 간암 예방 가능성에 대한 연구다. 간암은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많은 요인에 의해 진행이 되지만 간염, 간섬유증, 간경변 등이 간암의 주된 위험 요소로 알려져 있다. 몇몇 연구 그룹에서 실리마린의 간암 예방 효능을 입증하기 위해 급성간염 환자와 간섬유증 환자에 대해 임상실험을 실시했다.
미국 메릴랜드 의대 스트릭랜드 박사 연구진이 주도한 임상실험에서는 실리마린이 급성간염 환자의 증상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그리고 기타 독성은 없는지 살펴봤는데, 그 결과 큰 독성 없이 갈뇨 및 황달 증세가 완화되는 결과를 얻었다.
물론 이 연구는 간암의 치료를 목적으로 한 실리마린 투여가 아니기 때문에 실리마린이 암 치료에 효능이 있다고 받아들이면 안 된다. 하지만 암 예방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에 밀크시슬이 간암 진행의 위험요소들을 억제한다는 사실은 암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또 미국 국립암센터 프리드먼 박사 연구진은 간섬유증에서 간경변, 간암으로 이어지는 병세 악화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실리마린을 이용한 임상실험을 했다. 그 결과, 실리마린은 간섬유증에서 간경변으로의 진행을 억제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비록 간암과의 직접적인 통계적 연관성을 도출해내지는 못했지만, 1000명이 넘는 환자를 대상으로 8년 이상 관찰한 결과 실리마린의 간암 예방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건 대단히 고무적이다.
환자에게 직접 실리마린을 투여한 연구들 중 괄목할 만한 성과는 어린이 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간독성 억제 효능이다. 미국 컬럼비아 의대 켈리 박사 연구진이 소아 백혈병 환자 50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실리마린은 백혈병치료제가 일으키는 간 손상을 효과적으로 억제했다.
이때 항암제는 실리마린과의 특별한 상호작용 없이 고유의 치료 효과가 그대로 유지한다는 사실이 보고됐다. 실리마린이 백혈병 환자의 투병생활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다는 건 보완의학적인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밖에 조선대 약학과 최준식 교수 연구진이 쥐를 대상으로 약동학 실험을 수행했는데, 실리마린이 유방암 치료제인 타목시펜의 흡수를 돕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비록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결과는 아니지만 실리마린이 차후 간암, 백혈병 이외의 질병에도 유익한 목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라 할 수 있다.
밀크시슬로 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다
삶의 질은 통합기능의학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 중 하나다. 체코에서 전립선 절제술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실리마린과 셀레늄을 복합처방했을 때 환자들의 삶의 질이 좋아졌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삶의 질 지수를 측정하는 건 분자생물학처럼 정확한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리마린의 어떤 특성이 이런 결과를 도출했는지 확실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실제로 하루하루 암과 싸워나가는 환자들의 처지에서는 눈여겨볼 만한 사항이다.
- ▲ 신현종 소장
신현종
제네신의학연구소 소장.
서울대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제약회사 한국 대표를 역임했다. 의과대학원에서 예방의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분자종양학 연구 개발 자문 역과 함께 약물유전체학을 응용한 통합기능의학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 에디터 배만석 bms1197@chosun.com
글 = 신현종(제네신의학연구소 소장)
사진 = 셔터스톡, 헬스조선DB
월간헬스조선 4월호에 실린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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