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에 사는 주부 신모씨(56)는 조금만 걸어도 가슴 통증이 심해 그 지역의 한 대학병원에 갔다. 심장내과 의사는 심장혈관(관상동맥)이 좁아진 협심증을 의심했다. 정밀 검사 결과, 혈관(좌주관동맥)이 80% 협착돼 있었다. 혈관이 아예 막혀 심장이 멈출 수 있는 응급 상황이었지만, 심장내과 주치의는 흉부외과 의사와 협진을 해야 했다. 이 병원에는 흉부외과 의사가 없어 약 100㎞ 떨어져 있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협진을 의뢰했다. 하지만 환자 진료를 요청하는 소견서를 보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 사이 신씨는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져 다른 병원으로 이송됐고 끝내 사망했다.
지난 9월 보건복지부가 확정한 '심장 스텐트 시술 급여 기준'에 맞게 진료를 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가상 사례(대한심장학회 제공)다. 12월부터 적용되는 새 급여 기준에 따르면, 스텐트의 적정한 사용을 위해 일부 관상동맥질환자는 심장내과 의사와 흉부외과 의사가 협의해 치료방침을 결정해야 한다. 협진 없이 심장내과 의사가 임의로 스텐트 시술을 하면 시술에 대한 보험 급여가 삭감된다. 이에 대해 대한심장학회는 "우리 나라 의료 현실에서 새로운 기준이 적용되면 신씨와 같은 사례가 빈번하게 생길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복지부가 밝힌 심장내과·흉부외과 협진 대상은 좌주관동맥 질환(좌주관동맥에 협착이 있을 때), 다혈관 질환(좌전하행동맥 포함 2~3개 동맥에 협착이 있을 때) 환자로, 스텐트 시술 등이 필요한 관상동맥 질환의 25~50%를 차지한다. 대한심장학회 오동주 이사장(고대구로병원 심장내과 교수)은 "좌주관동맥 질환·다혈관 질환은 언제 응급상황으로 이어질지 모르는 질환"이라며 "협진 절차 때문에 환자의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환자들의 불편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011년 기준으로 스텐트 시술을 하는 병원은 전국에 145곳, 흉부외과 수술(관상동맥 우회로술)이 가능한 병원은 81곳이다. 띠라서 스텐트 시술만 하는 64개 병원은 12월부터 협진을 위해 흉부외과 수술이 가능한 병원 의사에게 협진을 의뢰해야 한다. 그러나 흉부외과 수술이 가능한 병원의 50% 이상이 서울·경기·인천에 집중돼 있다. 경북 지역에는 단 한 곳도 없다. 대한심장학회 김병옥 보험이사(상계백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상태가 위중한 환자가 먼 지역의 병원까지 가야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협진'을 의무화한 근거는 2010년 유럽심장학회의 가이드라인이다. 이에 따르면 중증 협심증 시술 시 여러 전문가의 협진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가이드 라인은 2014년 다시 바뀌었다. '2010년의 가이드라인은 비효율적이므로 스텐트 시술은 각 병원에서 상의해서 하라'고 지침이 바뀐 것이다. 대한심혈관중재학회 안태훈 이사장(길병원 심장내과 교수)은 "유럽, 미국은 물론 전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협진을 강제하는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복지부 측은 "이번 고시는 한국의 관상동맥 질환자의 스텐트 시술 비율(94%)이 OECD 국가 평균(70~80%)에 비해 높아 적정한 진료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병옥 보험이사는 "OECD 국가 별로 스텐트 시술과 흉부외과 수술의 비율은 변이가 크다"며 "오히려 인구 대비 스텐트 시술 건수는 한국이 OECD 국가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 보험이사는 "또한 스텐트는 지난 20년 동안 개발·발전 돼 환자 적용 범위가 크게 늘어나면서 시술 건수가 증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복지부 고시로 협진이 시행되더라도 많은 환자가 스텐트 시술을 원할 것이라고 추정한다. 흉부외과 수술은 가슴을 열고 심장을 멈춰야 해 수술 부담이 큰데다 수술 비용도 3~4배나 되기 때문이다. 한편, 새 급여기준에 따라 3개까지만 보험 적용이 되고 있는 스텐트 시술이 개수에 관계없이 보험 적용을 받는다. 네 개 이상 스텐트를 넣어도 환자 부담이 190만원에서 10만원으로 크게 줄어든다.
☞심장 스텐트 시술
관상동맥이 좁아져 심장 마비의 위험이 있을 때 그물망 같은 스텐트를 넣어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시술이다.
/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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