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박모(44·인천 연수구)씨는 2012년 가을 유방암 2기 진단을 받았다. 박씨는 수능시험을 한 달 앞둔 딸이 충격을 받을까봐 수술 날짜를 수능시험 이후로 잡았다. 수술을 기다리는 한 달 동안 외로움과 우울감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 왔다.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월경도 멎었다. 남들보다 10년 정도 빨리 폐경이 된 것이다. 박씨는 사소한 일에 짜증을 내고, 이유 없이 남편을 원망했다. 남편이 건강 관리를 도와주면 "내가 불쌍해 보이냐"고 가시돋힌 말을 했다. 함께 TV드라마를 보다가도 "예쁜 여자 보니 흐뭇하냐"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박씨는 '암이 아니라 의부증, 우울증 때문에 죽겠다' 싶어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다. 병원의 웃음치료, 요가교실에서 친구를 만나고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 안정을 찾았다.
- ▲ 여성 암환자는 남성 환자에 비해 치료 과정에서 더 심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스트레스 관리가 암치료 만큼 중요하다. 웃음치료에 참가한 암환자들의 모습.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암'보다 '여성'에 초점 맞춰야
우리나라 암 발생 비율은 1999년 10만명당 219.9명에서 2011년 319.8명으로 연평균 3.6%씩 늘었다. 여성 암환자 증가는 더 많다. 같은 기간 173.3명에서 316.7명으로 연간 5.7%씩 늘었다. 남자 암 발생율(1.5%)의 3.5배다. 이중 여성암으로 불리는 갑상선암, 유방암, 자궁암, 난소암 등 4개 암이 절반이 넘는다.(국립암센터 중앙암등록본부 자료)
여성 환자는 치료과정에서 남성보다 더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여성암 환자의 85%가 화병을 앓는데, 일반인 화병 비율(4~5%)의 20배나 된다는 조사도 있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나경세 교수는 "여성은 남성보다 정서적인 반응이 커 병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더 심하게 받는다"며 "아내와 엄마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 한다는 죄책감, 가족들에게 배려받지 못한다는 소외감으로 우울증이 쉽게 생긴다"고 말했다. 이는 다시 면역력을 낮춰 치료 효과를 떨어뜨리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자궁암, 난소암 환자는 수술을 하면서 생식기를 들어내는 경우가 많다. 유방암 환자는 항암치료를 1년 이상 받으면 80% 이상이 조기폐경을 겪는다. 난소 조직도 모발, 손톱처럼 빨리 자라는 조직이기 때문에 항암제 영향을 잘 받는다. 유방을 잘라내면 상실감은 더 커진다. 좌절감이나 스트레스를 치유하는 것이 암치료 만큼 중요한 이유다. 길병원 여성암센터 박흥규 센터장은 "여성암 환자들은 여자로서의 정체성을 잃었다는 상실감 탓에 더 힘들어 한다"며 "이들의 치료는 암보다는 여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환자 모임, 스트레스 줄이고 면역력 높여
최근 많은 암센터, 암병원이 환자의 회복을 돕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되찾도록 쿠킹클래스, 웃음치료, 외모 관리, 명상 같은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다. 암환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임을 만들어 취미를 즐기거나 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하기도 한다. 박흥규 센터장은 "웃음이나 명상, 적절한 사회활동은 면역력을 키우는 엔도르핀 분비를 늘려 암을 이기는 데 도움이 된다"며 "여성 환자들은 공감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무언가를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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