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창수 고려대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1년 전 치매 진단을 받은 70세 어머니를 돌보고 있는 주부 송모(45)씨가 필자를 찾아왔다. 첫 진단 당시 이미 중증(重症)에 가까워 별다른 치료를 시도하지 못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가족을 전혀 알아보지 못하는 등 증상 악화가 예상보다 훨씬 빨라 송씨가 크게 낙담했다.
치매는 경도(초기), 중등도(중기), 중증(말기)의 3단계로 구분한다. 경도 치매는 약속이나 물건, 단어 등을 자주 잊어버리는 정도이고, 중등도가 되면 돈 계산이나 가전제품 조작을 제대로 못하고 화장실 이용이 서툴게 된다. 의심이 많아지는 등 성격도 변한다. 중증으로 악화되면 인지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져서 자식을 알아보지 못하고, 식사 및 화장실 이용 등 단순한 일상생활도 보호자의 도움이 없으면 못한다. 자꾸 집을 나가려 하고 성격은 난폭해진다.
치매에 걸려도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병의 진행을 늦추고 삶의 질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다. 경도나 중등도일 경우 인지 자극 등의 비약물 치료, 식이조절, 운동 등과 함께 인지기능 개선제를 쓴다. 하지만, 중증까지 진행하면 치료방법은 제한적이 된다. 인지기능 개선을 위해 쓰는 약물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증이 되면 치료를 아예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중증 치매도 인지기능 개선제를 고용량 처방하거나, 효과와 약리작용이 다른 두 가지 이상의 약제를 함께 처방하는 병용요법으로 다스릴 수 있다. 이런 치료를 적절하게 받으면 중증 환자도 비탈길에 주차된 자동차 바퀴에 벽돌을 고여 놓은 것처럼 뇌 기능이 떨어지는 속도가 지연된다. 혼자 화장실을 갈 수 있을 정도로 일상생활 능력을 유지할 수 있으며, 기억력과 인지기능이 어느 정도 호전된다.
인지기능 개선제 병용요법은 치매 악화 속도를 늦춰 요양병원 입소율을 현저히 감소시키고, 화장실 가기·혼자 텔레비전 보기 등과 같은 일상생활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여럿 있다. 하지만, 아직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진료 현장에서 환자에게 적극적으로 처방하기는 어렵다.
오는 7월부터 치매특별등급제도가 시행돼 경도 치매 환자에게 장기요양보험이 적용된다. 치매와의 싸움은 장기전이므로 초기부터 환자와 가족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가장 힘든 싸움은 중증 치매의 치료이므로 이 단계에 들어선 환자와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는 지원이 절실하다.
/ 한창수 고려대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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