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세대의 나이를 살면서 이런 생활은 생전 처음입니다.
남편의 직장을 따라 집을 이사하거나 아이들의 학교를 전학하거나
살던 터전을 떠나 보긴 했지만 집과 이곳을 번갈아 오가며 살고 있습니다.
일주일은 이곳에서 휴가나온 펜션 생활처럼 살고 집으로 가는 돌아간 생활 역시
일주일은 본 집에서 안정된 마음인듯 살고 있답니다.
처음에는 정말 맘에 드는 전원주택이 있으면 앞으로 다가 올 남편의 퇴직과 함께
노후생활이 될 수 있는 곳을 찾던 중이었는데 마음만 급할 뿐
'이 곳이 내가 살 평생의 안정된 곳이다'하는 생각이 들만큼
만족한 집은 도무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런 가운데 마침 일년 정도 지낼 만한 곳 한군데가 정해졌습니다.
골목길을 지나가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들이 담벼락에 벽화로 그려져 있더라구요.
어쩜 아주 오랜만에 만나는 내 어릴적 꿈속의 고향같은 그림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내 나이 열살쯤 동생을 업고 모내기 하러 나간 엄마에게
아기 젖먹이러 갔던 아련함이 묻어나는 추억속의 한 장면이었죠.
큰 비가 내리지 않으면 엄마는 늘 밭으로 나갔고 학교에서 돌아오면 텅빈 집에서
가마솥 안에 덩그러니 반쯤 식은 김치와 콩나물을 넣고 끓인 '갱시기'라는 경상도식 김치죽이었죠.
그 죽 정말 맛 없어서 부뚜막에 걸터 앉아 시장을 반찬으로 꾸역꾸역 먹던 기억만 납니다.
친구들과 학교 운동장에 모여 앉아 작은 돌멩이를 줏어 모아 '공기놀이'하던 기억이 엊그제 같습니다.
그 시절은 이제 다시 돌아 올 수 없는 진달래 먹고 물장구치며 놀던 기억 일 뿐 입니다.
더러는 친구들은 영영 돌아오지 못 할 곳으로 떠나기도 했습니다.
뒷동산 기슭에 피어났던 할미꽃이 피고 지면 호호 늙은 할머니 머리카락같은 하얀털은 날리며 놀았습니다.
길가에 민들레 노랑저고리 입고 피는 이른 봄 담장 밑에 앉아 민들레 꽃 하얀 홀씨 불며
누가 멀리 더 멀리 날아가나 내기도 하며 놀았답니다.
그 시절 역시 아련하지만 이런 벽화를 보면 지금 당장 그 시절이 된 듯 합니다...ㅎㅎ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학방(學房)이라는 곳에 모여 앉아 맹자와 공자왈을 배우던
나이든 어르신과 학동(學童)들의 서당에서 책 읊는 소리도 낭낭하게 귓전을 때립니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덕분에 한문 꽤나 익힐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답니다.
지금은 좀처럼 만나기 힘든 풍경이 되었습니다.
광주리에 샛밥을 이고 등에는 아기를 업고 보리 베는 곳으로
막걸리 담긴 주전자를 들고 뒤 따릅니다.
출렁거리는 막걸리 주전자에서 술이 흐를까봐 주전자 주둥이에서 한모금씩 막걸리를 마십니다.
뒤 따르는 동안 술에 취한 발걸음이 비틀거리기도 하고 어지럽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막걸리를 배우게 되었더랍니다~~ㅎㅎㅎ
한창 바쁜 농사철이 지나고 단오쯤이 되면 씨름대회도 했더랍니다.
그땐 1등하면 소 한마리였다니 상중의 가장 큰 상이
소 한마리 쌀 한 가마니로 통하는 먹거리와 가축이 제일이었죠.
그 시절엔 어느 초등학교나 운동장 귀퉁이에 모래판으로 만들어진
씨름장이 있어서 체육시간마다 씨름을 했더랍니다.
누가 누가 잘하나 내기 하고 누가 가장 힘센지 금방 알기도 했죠.
소 꼴베러 나가시는 할아버지 뒤를 졸졸 따라 갑니다.
시원한 거늘에 앉아 맛있는 풀을 쓱쓱 뜯어 먹는 누렁이 황소는
둥글고 크다란 눈을 굴리며 곁으로 다가가도 공격하지 않고 순하게 잘 따라 주었죠.
유난히도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면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던 머리에
검은 반점이 있던 성깔 있던 소도 추억 속의 한마리가 되었네요.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아닙니다. 꽃 피는 산골이 아니라 농촌이었답니다.
지금부터 40여년 전 봄날이 되어도 진달래 구경도 못하고 자랐습니다.
먼길을 걸어 오던 친구들이 산길에서 진달래 한아름 꺾어
교실로 가져와 꽃병에 꽂힌 봄꽃으로 만족했답니다.
오늘 아침 창밖에 서 있는 나무 한그루에서 느닷없이 꽃이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저 나무에서 저렇게 고운 꽃분홍 꽃이 피어 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저 꽃이 피어나자 동네가 환히 밝아졌습니다.
무슨 꽃일까요? 살구꽃? 복사꽃? 아무려면 무슨 꽃이면 어떠하리요? 이미 와 있는 봄인 걸요...ㅎㅎㅎ
작은 텃밭 네 고랑에 비닐 씌우기 작업을 했습니다.
여기다 무엇을 심을까? 고추를 심을까? 강낭콩을 심고 가을엔 김장배추를 먹을 수 있도록 할까?
처음 일구어 본 텃밭에 심을 상추와 고추와 가지 등 주렁주렁 맺을
열매들에 봄날의 꿈을 실어 풍년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오는 봄날을 맞습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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