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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당뇨교실

[스크랩] 약 안 먹고 남겨오면 다음 처방 잘못될 수도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4. 2. 27.

	임수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사진
임수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지난 달에 받아간 약이 남았으니 20일분만 처방해주세요."

작년 말부터 혈당강하제를 복용하고 있는 40대 환자가 최근에 외래진료를 받으러 와서 한 말이다. 그는 "두 종류의 당뇨병 약을 아침 저녁 각각 식전·식후에 먹어야 하기 때문에 빠뜨리는 일이 잦았다"고 했다. 한달 전에 처방한 약이라 유통 기한이 충분했고 환자 상태도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남은 약을 먹는 것 자체는 가능했지만, 문제는 그가 약을 자주 걸렀다는 점이다.

모든 약이 그렇지만, 당뇨병 약은 특히 빠뜨리지 말고 복용해야 한다. 복약순응도(처방 받은 약을 정확하게 복용하는 정도)가 10% 감소할 때마다 평균 혈당수치를 반영하는 당화혈색소 수치는 0.10~0.15% 증가한다.

환자가 당뇨병 약을 남기면 의사도 곤란해진다. 이런 환자의 경우 혈당 조절에 실패한 원인이 당뇨병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약의 용량이나 효과가 부족해서인지를 의사가 정확히 알 수 없다. 만약 약을 제대로 먹지 않아서 혈당 조절이 안 된 경우를 약효 부족으로 오인해서 다음 번 약을 필요 이상으로 용량을 높여서 처방하면 환자에게 저혈당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거꾸로, 약의 용량이나 효과가 충분치 않은 것이 원인인데 처방을 변경하지 않고 "약을 꼬박꼬박 먹으라"고만 해서 돌려보내면 당뇨병이 계속 심해진다. 따라서, 환자는 처방받은 대로 약을 복용해야 하며, 어떤 이유든 제대로 따르지 못했다면 주치의에게 꼭 알려야 한다.

당뇨병 초기 환자들은 대체로 당뇨병 합병증의 무서움을 체감하지 못하는 데다가, 약을 걸렀다고 해서 당장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으므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국내 초기 환자 중에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는 사람이 아주 많다. 당뇨병 약 복용을 시작한 환자 중에 첫 1년 동안 실제로 먹어야 하는 분량의 80% 이상을 처방 받아서 먹은 사람은 10명 당 3명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2가지 이상의 당뇨병 약을 처방 받은 환자의 복약 순응도는 더 떨어진다. 이런 사람은 하루 한 번만 먹으면 되는 서방형 복합제(2가지 성분이 합쳐져 있고 체내 작용 시간이 긴 약)를 처방받아 복용하면 약을 제 때 챙겨먹는 데 도움이 된다. 꾸준히 혈당 관리를 하지 않으면 온갖 혈관질환, 시력 소실, 신부전증 등의 합병증은 언젠가 반드시 나타난다.

/ 임수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출처 : 암정복 그날까지
글쓴이 : 정운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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