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좋은 재료와 사는 사람이 중요합니다”
- ▲ 사진 김범경(St.HELLo)
집은 가족이 먹고 자고 쉬는 공간이다. 단순히 비를 피하고 몸을 눕히는 공간적 의미를 넘어서 삶의 중심이며, 가족 관계를 형성해 준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집이 건강을 위협하고, 가족이 모여 있어도 비어 있는 공간이 되었다. 가온건축의 건축가 부부 임형남 대표와 노은주 소장에게 ‘사람 살리는 집’에 대해 물었다.
1 사람 살리는 집을 말하다
임형남 대표와 노은주 소장은 같이 집을 짓고 같이 산다. 이 건축가 부부가 대중에게 알려진 건 KBS TV프로그램 ‘남자의 자격: 남자, 건축을 말하다’를 통해 금산에 있는 주택이 전파를 타면서부터다. 직장 은퇴 후 산의 자투리 땅을 분양받아 집을 지으려는 의뢰인 주문은 짧고 강렬했다. “스타일은 알아서, 돈은 없다.” 그렇게 지은 집이 ‘금산주택’이다. 넓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단출한 집인데 ‘한국공간디자인대상’을 받았다. 간결하면서 실용적인 구조, 건너편 진악산이 커다란 액자에 담긴 것 같은 풍광은 건축을 모르는 사람의 마음도 설레게 했다. 그곳에 머물면 아무런 노력 없이도 건강해질 것 같다.
웰빙·친환경·건강에 주목하는 시대다. 그래서 집에도 친환경 열풍이 불고 있다. 하지만 현대적으로 지어진 집은 새집증후군으로 사람을 불편하고 병들게 한다. 머물고 싶은 집이 아니라 들어가기 꺼려지는 집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임형남 대표는 집에 머무는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한다.
“집은 들어가 사는 사람이 잘돼야 좋은 집이잖아요. 돈도 많이 벌고, 건강해져야죠. 그런데 지난 20~30년 동안 집은 투자의 대상이었어요. 집이 갖는 가장 중요한 의미는 빠진 거죠.”
요즘은 가족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지 않다. 아빠는 회사에서 일하고, 엄마는 시간 날 때마다 낮에 모임을 갖는다. 아이는 학교와 학원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보면 집만 덩그러니 집을 지킨다. 집에 들어가면 잠을 자고 깨면 다시 나온다. 아이가 자라고 사람이 살아야 하는데, 집을 쓰는 주체인 사람이 집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몸을 쉬고 건강을 되살리는 집 본연의 역할은 잃고 몇 시간 정도 담아 두는 게 전부다. 노은주 소장은 건강한 집 만드는 것을 건강에 비유했다.
“건강 관리도 피동적인 방법과 능동적인 방법이 있다고 생각해요. 몸이 아플 때 약을 먹거나 치료해서 건강해지는 건 피동적인 방법이죠. 평소 능동적으로 운동해서 체력을 기르고 면역력을 키워 환경 변화에 쉽게 적응해야 건강해집니다. 집도 친환경 자재를 써서 물리적으로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사람이 환경에 잘 적응하는 집이 좋은 집이에요.”
2 전통 건축은 건강한 집의 모범답안
집을 지으려면 세 가지에 신경 써야 한다. 햇빛이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며, 집 안으로 물이 들지 않아야 한다. 기본적인 조건이지만 세가지 모두 충족하는 집을 짓기는 어렵다. 게다가 건물과 건물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겹겹이 둘러싸인 도시는 더욱 그렇다. 요즘은 에너지 절약 때문에 단열에 많이 신경 쓴다. 냉난방 시설로 애써 올리고 내린 온도를 바깥 공기에 빼앗기지 않으려고 환기에는 인색하다.
“바깥 온도는 영하 20℃인데 실내 온도는 영상 20℃예요. 실내외 온도 차가 무려 40℃나 나죠. 집에만 있을 수도 없는데 집을 드나들 때마다 큰 온도 차에 적응하려고 우리 몸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쓰겠어요? 더구나 단열은 완벽히 하고 환기는 잘 하지 않아 실내 공기 오염 문제도 생깁니다.” (노은주)
실내의 혼탁한 공기는 맑은 공기로 바꾸고, 습기를 제거해야 위생적이다. 창과 문을 열어 놓으면 자연스럽게 환기된다. 24시간 환기하는게 좋지만 쉽지 않다. 더구나 초고층 건물은 창문을 열기조차 어렵다.“전통 가옥에는 윗목과 아랫목이 있잖아요. 기술적인 문제가 있었지만 찬 곳과 뜨거운 곳이 있으니 공기가 늘 움직이며 순환됐죠. 단열이 되지 않으면 바람이 들어 춥고 불편하지만, 같은 온도의 공기가 계속 머물러 머리는 아프지 않습니다.” (임형남)
전통 건축은 자연에 가깝다. 땅, 주변 지형과 조화를 이룬다. 추운 겨울에는 햇빛 한 조각이라도 집 안으로 들이고, 더운 여름에는 바람 한 조각이라도 통하도록 설계했다.
“우리나라 기후가 유별나요. 여름은 열대 같고 겨울은 툰드라 수준이에요. 계절마다 온도 차가 커서 어지간한 재료로는 집 짓기 어렵습니다. 수축과 팽창이 너무 심하거든요. 그런데 남방식 건축문화인 마루와 북방식 건축문화인 온돌을 섞어 우리나라 특유의 집을 만든 겁니다. 과거에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 끝에 이런 과학을 발견했나 하며 감탄할 때가 있어요.” (임형남)
3 천연재료를 더하면 좀 더 건강해진다
새집증후군이라는 말이 등장한 게 그리 오랜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건축에 쓰이는 수많은 자재에서 나오는 냄새나 화학물질은 불쾌감을 줄 뿐 아니라 건강에 심각한 해를 끼친다. 건강을 염려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건축자재도 친환경을 많이 찾는다.
“친환경 자재가 많이 나오고 있어요. 하지만 한지나 나무, 황토 같이 완전한 천연재료가 아니잖아요. 실제 기존 건축자재와 얼마나 다르고 등급 차이가 나는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천연재료만 쓰기에는 재료를 구하기도 어렵고 비쌉니다. 적절히 배합하려고 노력합니다. 순결하게만 살 수 없으니까 중도를 찾는 거죠.” (노은주)
임형남·노은주 부부는 현대 건축의 편의성에 한옥 건축의 지혜를 빌려다 쓴다. 그래서 한옥 같은 양옥, 양옥 같은 한옥을 짓는다. 뼈대나 기본 구조는 현대 건축이지만 벽지와 장판은 한지를 쓰는 식이다. 실제 접착제를 많이 쓰지 않는 한지로 마감을 하니 새집증후군 문제가 해결됐다. 커튼 대신 한지 문을 달기도 한다. 따가운 햇빛은 막고 온기는 받아들여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 “한옥으로만 하면 건축비가 많이 들어갑니다. 재료도 구하기 어렵고 집 지을 사람도 없죠. 고리타분하고 남루하다고 모조리 버렸는데 그게 더 좋았던 거예요. 너무 갖다 버리니 이제 귀해져서 비싸졌죠.” (임형남)
“너무 비싼 집도 건강한 집이 아니에요. 2억 들여 지을 집을 건강하게 지으려고 3억원 빚을 지고 5억원에 짓는다면 어떻겠어요. 마음의 병을 얻어 오히려 건강을 잃게 될 거예요.” (노은주)
햇빛·공기 통해야 건강하다
햇빛도 공기도 사람도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통하는’ 집이 가장 건강하고 좋은 집이다. 건축가가 집을 지을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이 방향이다. 햇빛 잘 드는 남향 건축이 이상적이다. 남쪽에 큰 창을 내면 아침에 해를 받고 일어날 수 있다. 햇빛이 방 안을 비추면 난방 온도를 올리지 않아도 집에 온기가 퍼진다. 난방비를 절약할 수 있고, 창을 열면 금세 환기가 된다.
“햇빛이 많이 드는 밝은 집을 선호해요. 해 뜨면 일어나서 부지런하게 살 수 있거든요. 햇빛이 잘 들면 겨울에도 잠깐씩 문을 열어 환기해도 부담이 없어요. 먼지가 잘 보이니 청소도 자주 하게 되고요. 햇빛이 잘 드는 조건을 만족시키니 실내 공기의 질까지 좋아지는 건 당연하죠. 북향에 있는 집은 조도가 종일 비슷해서 사람이 무기력해져요. 청소나 환기를 자주 하지 않는 곳은 잘 안 보여도 먼지가 켜켜이 쌓여 실내 공기가 오염됩니다.” (임형남)
환기하는 데 창은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오염된 공기뿐 아니라 열기, 습기까지 한번에 내보낼 수 있다. 특히 욕실에 창 하나만 있어도 공기가 다르다. 습하고 퀴퀴한 냄새는 싹 사라지고, 보송보송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4 우리 집만의 스타일을 찾자
안방, 작은방, 주방, 거실, 욕실 등 아파트 건축구조에 익숙해지다 보니 불필요한 공간을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잠만 자는 방인데 8자 장롱, 12자 장롱이 왜 필요한가. 수납공간을 따로 만들고, 잠자는 방 크기를 줄이는 형식으로 공간의 넓이를 조절하자. 불필요한 공간은 다이어트하고 자신에게 맞게 활용하자.
01 누가 언제 어떻게 살 집인가?
집 지을 땅이 다르고 집에 살 사람이 다르고 그들의 생활이 모두 다르다. 누가 언제 어떻게 쓸 것인지 고려해 집을 지어야 한다. “건축에서 기본은 남향입니다. 그런데 광주에 지은 집은 서쪽에 큰 창을 내달라는 거요. 서쪽에 무등산이 보였거든요. 그런데 창을 내면 해가 너무 많이 들어와서 힘들거든요. 결국 서쪽에 창을 내고 남쪽에는 아주 작은 창을 냈죠. 그랬더니 역시 해가 지기 전까지는 집에 못 들어가시더라고요. 날씨가 따뜻한 지역이라 겨울에도 실외온도가 낮지 않으니 다행이에요.” (임형남)
02 구석구석을 잘 들여다보자
집을 새로 짓거나 완전히 뜯어고칠 수 없지만 자신에게 맞는 집을 만들려면 집 구석구석을 들여다보자.
“거의 40년 된 집을 고쳐 본 적이 있어요. 뼈대가 낡아서 못 쓰는 게 아니라 관리를 소홀히 한 게 문제더군요. 최소한 집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물론 수도배관을 고치거나 초고층 건물 창을 직접 닦을 수는 없지만, 문제를 인식하면 개선하기도 쉽습니다.”
(임형남)
03 나만의 거실 콘셉트를 찾아라
현재 건축에서 제일 애매한 공간이 거실이다. 거실에는 큰 TV와 소파가 있다. 아버지가 종일 TV를 보다가 오가는 가족에게 참견이라도 하면 웃음소리로 가득해야 할 집안 공기가 삭막해진다. 그렇다고 가족이 모이지 않고 방과 방을 연결하는 통로 역할만 한다면 거실은 너무 크다. TV와 소파에 빼앗긴 거실을 다시 찾자.
“요즘 집은 원룸 2~3개가 모인 것 같아요. 각자 방에서 공부하고 자고 쉰다면 가족이 만날 시간이 없잖아요. 거실을 가족이 만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면 가족이 즐기는 곳으로 바꿔 보세요. 책 읽는 걸 좋아하면 서재로 만들고, 게임을 좋아하면 모여서 게임하는 공간을 만드는 거예요. 그러면 가족이 만나는 공간이자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거예요.” (노은주)
04 도심 속 자연이 그립다면 발코니를 활용하자
한옥은 창과 문을 액자로 활용해 자연을 집 안으로 끌어들였다. 삭막한 도시 생활에서 숨통을 틔워 주는 자연을 집 안에 끌어들이고 싶어한다. 한강에 줄지어 선 고층 아파트 역시 이런 목적으로 지어졌다. 임 대표는 도시 생태계를 걱정했다.
“도시 사람은 집 안에서 자연을 보려고 애쓰지 말고 차라리 집 밖으로 나가서 즐기면 좋겠어요. 야구장이나 공연장에서 자신만 더 잘 보겠다고 앞사람이 일어나면 뒷좌석 사람들의 시야를 막고, 그들까지 일어날 수밖에 없는 무질서한 상황이 되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해요.” 노 소장은 발코니를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건강한 집을 짓는 조건이 10가지라면 그중 풍경은 7번째 정도인 것 같아요. 대신 자연이 그립다면 발코니를 활용하죠. 발코니는 한옥으로 치면 툇마루 같은 공간이에요. 자연과 집 안에 반씩 걸쳤죠. 화분을 들여 조경하거나, 테이블을 놓고 차 한잔 마실 수 있다면 건강을 살리는 공간으로 충분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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