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의 근원을 표적 공격하는 표적항암제 시대가 활짝 열린 시기는 2001년이었다. 그해 인류 역사상 최초의 표적치료제로 평가받는 글리벡이
탄생했다. 그 당시까지만 해도 암 치료는 외과적 수술이나 방사선 요법, 정상세포까지 파괴하는 전통적인 항암제 치료방식에 머물러 있었다. 글리벡
등장을 계기로 잇따른 표적항암제 개발은 전 세계 제약사들의 유망한 도전 과제가 됐고, 하루가 다르게 발전을 거듭해 암 환자의 장기 생존 시대를
견인했다.
최근 발표된 한국 암환자들의 10년 생존율(2010년 기준)은 49.4%로 암 환자의 절반은 10년 이상의 여명을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10여 년 전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상승한 수치로 이는 유방암, 폐암, 위암, 혈액암 등 다양한 암종에서
지속적으로 혁신적인 표적치료제가 개발된 덕분이다.
◆ 수명 연장 넘어 완치 시대도 기대
표적항암제 발달의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무엇보다 환자들의 생존율을 향상시켜 인류의 수명 연장을 견인한다는 것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만성골수성백혈병은 골수
이식을 받지 못한 환자들의 경우 평균 생존율이 3~5년 정도였다. 하지만 글리벡이 개발되었고, 현재까지 글리벡으로 치료한 환자들의 8년 생존율은
85%에 이른다.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의 생존 기간이 연장되면서 환자의 수는 점점 더 늘어났고, 백혈병 암종에서 25% 정도만을 차지하던 이
병은 전체 백혈병 중 가장 유병률이 높은(45%) 병종이 되었다. 즉 불치 또는 난치병으로 인식되던 백혈병이 이제는 환자의 절반이 만성질환처럼
자신의 암 세포를 조절ㆍ관리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표적항암제의 또 다른 장점은 바로 정상세포를 파괴할 확률을 줄임으로써 환자들이
겪게 되는 독성이나 부작용 반응도 현저히 줄인다는 것이다. 암환자 하면 떠오르는 머리가 모두 빠지고 창백하고 야윈 모습이 아닌, 이젠 발병 전과
같이 일하고 운동하며 가족과 함께 일상을 즐기는 시대가 됐다.
폐암은 재발이나 전이가 많고 완치율이 낮아 다른 암에 비해 사망률이
높다. 수술을 받은 환자라고 해도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50%까지 재발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폐암 환자가 투약 치료를 받게 된다. 가령 한
폐암 치료제는 비타민B12와 엽산을 함께 투약하면 항암치료로 인한 독성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환자는 한 주기의 항암치료가 끝나도
휴약기간을 가질 필요가 없이 계속해서 치료를 이어나갈 수 있기 때문에 치료 효과를 더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존율에 있어서도 이점이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암 완치에 성공한 표적항암제는 없다. 하지만 표적 공격률을 점점 높여가면서 투약만으로도 암 정복에 이를 수 있는 방향으로
표적항암제는 진화해가고 있고, 최근 가장 대표적인 2세대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인 타시그나의 경우 최근에는 무치료관해(Treatment Free
Remission) 가능성을 평가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무치료관해는 혈액 내에서 암 유전자가 보이지 않는 수준을 의미하는 완전 분자학적
반응에 도달한 환자들에게 치료제 투약을 중단해 재발 여부를 측정하는 것이다. 글리벡이 최초의 표적항암제로서 만성골수성백혈병의 만성질환화를
가져왔다면, 후속제품으로 개발된 타시그나는 혈액 내 반응률을 2배나 높여 만성골수성백혈병의 완치에 근접하고 있는 표적치료제로 평가 되고 있는
것이다.
◆ 사회적 비용 줄이고, 고용창출까지
표적항암제 등장에 따른 인류의 생명연장은 노동시간 증가 측면과 의약품
소비 측면에서 막대한 경제적 효용을 가져온다.
보건정책연구회에 따르면, 사람들은 1년을 더 사는 데 15만달러(약
1억6000만원)를 지불할 용의가 있다. 치료 이득이 확실한 약물이 공급됨에 따라 미국인들의 평균 수명이 5개월 연장되는 것으로 추정했을 때,
미국에서 연간 240만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계산하면 총 80만년의 수명 연장을 가져온다. 이 추정치로부터 80만년의 수명연장은 총
1200억달러(약 138조원)의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신약개발 투자를 통해 경제 성장과 고용창출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경제학자들에 따르면 표적치료제 등 신약 연구개발에 1억5000만달러(약 1600억원)를 투자할 경우 1년에 160만명의 수명이
연장되고 2억7000만달러의 경제 가치를 가져온다. 고용창출 측면에서도 제약산업의 고용유발계수는 10억원당 4.1명으로 일반기계 1.16명,
건설업 1.64명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 밖에도 항암제 개발에 따른 국가 이미지 향상 측면이나 주요 표적항암제 확보를 통한 건강 자주권 확립
등 사회적ㆍ경제적ㆍ국가적 파급 효과는 실로 엄청나다.
[매경헬스 = 김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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