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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치료/항암

[암과 건강] 표적항암제 어디까지 진화할까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3. 9. 5.

과거에는 일단 암에 걸리면 곧 사망한다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최근 들어서는 암도 ’관리할 수 있는 만성질환’이라는 개념이 생겼다. 그 비결은 개인 맞춤형 치료제인 ’표적항암제’에 있다.

표적항암제가 최근 트렌드가 된 또 다른 이유는 환자의 우수한 삶의 질에 있다. 암세포의 성장 증식 과정에서 특정한 경로를 차단해 암세포만 골라 죽이기 때문에 정상세포 파괴와 부작용이 기존 항암제보다 훨씬 적은 편이다. 이에 따라 암도 이제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 질환처럼 평생 관리하는 질환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표적항암제 치료는 치료의 표적(바이오마커) 보유 여부가 중요한 요소이다.

생리학적ㆍ약물학적 또는 질병의 진행을 나타내는 지표인 바이오마커가 약물 효과를 예측하므로 맞춤 항암치료를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유방암이나 위암의 HER-2, 대장암의 KRAS, 만성골수성백혈병의 Bcr-Abl, 위장관기저종양(GIST)의 C-KIT 등이 이에 해당한다. 사망률 1위 암인 폐암의 바이오마커로는 EGFR(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표피성장인자 수용체) 유전자 돌연변이가 대표적이다.

폐암은 1980년대 초에 표적항암제 개발이 시작됐다. 당시 EGFR라고 알려진 세포 표피 분자가 암세포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1988년에는 EGFR와 관련한 타이로신키나아제(TK)라는 세포 내부 단백질을 차단해 암세포 성장을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1990년에는 EGFR-TK를 차단해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는 물질을 발견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이렇게 개발된 1세대 폐암 표적항암제인 이레사(성분명 게피티닙)는 표준 치료에 실패한 진행성, 전이성 비소세포 폐암의 치료에서 일대 전환점을 마련했다.

그밖에도 췌장신경내분비종양 치료제 아피니토,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 대장암 치료제 얼비툭스, 간암 치료제 넥사바, 신장암 치료제 수텐 등의 표적치료제가 있다.

이렇듯 최근 암 치료에 있어서는 그 표적이 규명된 비소세포폐암을 비롯한 위암, 대장암, 유방암 등에서 암 진단 시 조직검사와 함께 유전자검사까지 받아 바이오마커 유무를 확인하고 그에 따른 맞춤 치료제를 선택하는 것이 권장된다.

이러한 표적항암제의 우수한 항암 효과 및 내약성에 힘입어 국내외에서 신약 개발이 가속화하고 있고, 향후 암환자들의 치료 효과나 삶의 질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갑상선 수질암 같은 희귀 암에 대한 표적항암제 개발은 현재 치료의 적절한 대안이 없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어 난치성 암환자를 진료하는 전문가 입장에서도 반갑고 행복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암 치료와 진단기술 개발로 머지않은 장래에 많은 난치암도 보다 효율적으로 조기 발견과 치료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근칠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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