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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그밖의 중요 질병

냄새 못맡으면 치매 전조?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3. 5. 22.


대학생 최 모씨는 최근 자신의 어머니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담배를 피운 뒤 돌아오면 ’제발 그놈의 담배 좀 끊어라’라며 성화였는데, 최근에는 이상하리만치 잔소리가 줄었던 것. 그뿐만 아니다. 청소와 설거지, 빨래 등의 집안일이 예전처럼 깔끔하지 않았다. 세제를 넣지 않고 물로만 세탁하는 바람에 옷에서 좋지 않은 냄새가 나는 일도 늘었다.

결국 불안한 느낌에 최씨는 병원을 찾았고 의사는 "치매 초기 증상이다. 빨리 약물치료를 시작해야 빠른 진행을 막을 수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드라마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치매 환자 가족이 겪는 이야기다.

인지장애라고도 부르는 치매는 기억력 장애를 동반하며 일상 생활에 지장이 나타나는 상태를 뜻한다. 치매는 환자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의 삶의 질과 관련된 중요한 질환이지만, 문제는 많은 사람이 발병 후에야 병원을 찾는다.

김호정 청담튼튼병원 뇌신경센터 원장은 "치매를 앓는 당사자는 불편을 모르고 주변 사람들은 설마하는 생각에 증상이 있더라도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로 병원을 찾는 환자 대부분이 발병한 지 1년 정도가 지난 환자"라고 설명한다.

치매 예방 및 조기치료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하다. 치매는 한번 진행되면 다시 좋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한번 악화된 뇌를 치료해도 악화 속도를 늦춰줄 뿐이다. 그래서 정상적인 사고가 가능할 때 미리 치매검사를 하면 좋다. 단 60대 이상이라면 필수다. 진단은 기억력 테스트나 계산 등의 설문을 포함한 단순한 인지검사로 이뤄진다. 이때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원인을 분류하기 위해 MRI를 실시한다.

최근에는 치매의 발생연령이 점점 낮아지기 때문에 중년층이라고 해도 예방 차원에서 치매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은 "인터넷과 IT기기 발달로 과거에 비해 직접 기억해야 하는 정보가 줄고 있다"고 지적한다. 소위 말하는 ’디지털 치매’다.

몸에 있는 근육을 쓰지 않으면 퇴화하듯이 뇌의 능력도 쓰지 않으면 저하돼 치매 원인이 될 수 있다. 노화나 혈관성 질환 외에도 시공간 능력 저하나 기억력 등 뇌를 사용하지 않는 행동 때문에 최근 젊은 치매환자가 느는 것으로 보인다. 휴대전화가 대중적으로 보급되기 전에 비하면 지인의 전화번호를 정확하게 외우는 사람이 대폭 줄어든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이 때문에 본인 행동이 이상하다고 주변에서 말하거나 보호자가 봤을 때 치매 자가 진단 표에 해당되는 항목이 많다면 검사를 받을 것을 권한다.

[매경헬스 = 김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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