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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그밖의 중요 질병

[스크랩] 보존치료에 의존하던 COPD환자, 새로운 치료길 열려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3. 5. 22.

열여덟살 때부터 매일 하루 한 갑 이상 35년 넘게 담배를 피워온 정모(男·57)씨. 2000년 만성적인 기침과 호흡곤란으로 우연히 병원을 찾았다가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후 여러 차례 입원과 호흡재활치료를 받았으나 증세는 점점 악화됐고, 지난 해 초부터는 거동이 힘들 정도로 숨이 찼다. 특히 양치질이나 머리를 감을 수도 없을 정도로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면서, 전신쇠약까지 동반됐다.

정씨는 급기야 폐에 구멍이 생겨 공기가 새고 이로 인해 늑막강 내에 공기가 점차 증가하여 폐가 정상기능을 할 수 없어 산소 주입은 물론 흉관까지 삽입했다. 정씨는 폐 이식까지 고려하는 상황이었지만 수술을 받기 위한 전신마취조차 어려운 상태였다. 앞날을 내다볼 수 없는 위급한 상황에서 약물 등 보존치료에 의존하던 중 제2의 인생을 기대할만 한 희소식이 찾아왔다. 기관지내시경을 통한 비수술적인 방법으로 폐기능 치료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COPD 환자의 밸브 폐용적축소술 후 폐 용적이 줄어든 엑스레이 사진.
사진=서울아산병원 제공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천천히 폐기능이 망가져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숨이 차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되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치료에 획기적인 장이 열렸다.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이상도·이세원 교수팀은 COPD로 탄성을 잃고 축 늘어진 폐 때문에 극심한 호흡곤란을 겪고 있는 7명의 환자에게 기관지내시경을 통해 한 방향으로만 공기가 이동할 수 있는 특수 밸브를 삽입시켜 폐 용적을 줄여주는 일방향 ‘밸브 폐용적축소술’을 적용했고, 그 결과 호흡기능 및 운동능력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밸브 폐용적축소술을 받은 환자들의 폐기능이 2배 가까이 좋아지고 숨이 차서 제대로 걷기조차 힘들었던 환자들의 운동능력이 좋아지면서 6분간 최대한 많이 걸을 수 있는 거리가 1.2배에서 최대 4.6배까지 증가했다.

또 밸브를 장착한 후 불필요하게 축 늘어져 있던 폐가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기도가 넓어지고 횡격막의 운동을 개선함으로써 호흡곤란이 줄어들었고 그에 따라 가벼운 일상생활조차 힘들었던 환자들이 휠체어 없이도 혼자 산책을 하고 머리감기, 양치질이 가능해지는 등 삶의 질까지 개선됐다.

최근 이 시술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신의료기술로 선정되며 시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았다.

밸브 폐용적축소술은 COPD로 인해 커진 폐 용적을 줄여서 숨쉬기 편하게 하는 것이다. 기관지 내시경을 통해 제일 심하게 망가진 폐기종 부위를 찾아서 밸브를 삽입한다. 이 밸브는 들이 마신 공기를 한 방향으로만 통하게 하는 특수 밸브이기 때문에 숨을 들여 마셔도 공기가 폐로 유입되지 않고, 폐에 남아 있던 공기만 내쉴 때 빠져 나와서 망가진 폐기종 부위를 작게 만든다.

이렇게 탄성을 잃고 축 늘어진 폐기종 부위가 작아지면 건강한 남은 폐를 통해 산소와 이산화탄소 교환이 잘 이루어지고, 편하게 숨을 들이 마시고 내쉴 수 있게 된다. 폐기능 개선, 운동 능력 향상, 사망률 감소의 목적으로 수술을 통한 폐용적축소술이 일부 시행되고 있으나, 합병증과 조기 사망률이 높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기관지내시경을 이용한 ‘밸브 폐용적축소술’은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 좋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일방향 ‘밸브 폐용적축소술’을 통해 밸브 3개를 삽입한 장모(67)씨는 “평지에서 20m 정도만 걸어도 숨이 차서 힘들었는데, 지금은 150m는 쉬지 않고 거뜬하게 한 번에 걸어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외국의 경우 독일 하이델베르그 의과대학에서는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들에게 이 일방향 밸브 폐용적축소술이 주 2∼3건씩 활발히 시행되고 있으며, 아시아에서도 홍콩, 싱가폴에 도입돼 시행 중이다.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이세원 교수는 “밸브 폐용적축소술은 폐기종 환자 중 호흡곤란이 있으면서 폐용적이 커진 경우 또는 기흉으로 공기 노출이 지속되는 환자에게 가능하다"며 "적절한 환자에게 시행하면 시술 후 호흡곤란, 운동 능력, 폐기능에서 많은 호전을 기대할 수 있고 수술적 치료에 비해 합병증이 생길 확률이 현격히 낮다”고 말했다.

이상도 교수는 “밸브 폐용적축소술은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에게 획기적인 치료 효과를 보이기 때문에 기존의 보존치료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맞춤 치료를 통해 폐기종 등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정복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 hj@chosun.com
출처 : 암정복 그날까지
글쓴이 : 정운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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