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경변증’ 방치하면 ‘간암’ 위험 안고 간다
직장인 A씨(43세)씨는 봄부터 특별히 다이어트를 하지 않았는데도 체중이 줄고 이유 없이 만성피로가 계속돼 병원을 찾았다가 의사로부터 '간이 돌처럼 굳어지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이는 간경변의 단계로 접어든 간의 겉모습을 가리키는 표현이기도 하다. 간경변을 가리키는 서로시스(cirrhosis)라는 말은 '노란색의 오렌지'라는 뜻으로 매끈한 표면을 잃어버리고 오렌지 껍질의 질감으로 변한 간의 상태를 뜻하기 때문이다.
간경변증은 간에 해를 주는 원인에 장기간 노출됨으로써 간세포가 광범위하게 파괴된 후 그 부위에 딱딱한 섬유질이 들어차고, 나머지 간세포들은 더 많은 일을 하기 위해 증식하여 작은 덩어리(재생 결절)를 형성하는 상태를 말한다.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으면 피부에 흉터가 생겨 굳어지고 뒤틀리는 것처럼 간에도 굳은 섬유질과 결절이 뒤섞여 간이 붓고 모양이 일그러지는 상태가 오는 것이다.
간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장기인 동시에 가장 중요한 장기 중 하나로 간경변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전신피로감, 식욕부진, 황달, 하지 부종 등 이며 알부민 수치가 감소해 혈액응고도 잘 되지 않게 된다. 정교하게 배치돼 있던 간세포가 죽으면서 콜라겐이 무질서하게 쌓이면 간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간세포 수가 줄어들면서 섬유물질이 간 안의 혈액 흐름을 방해하게 되고 간 기능이 떨어지고 혈류를 막아 각종 합병증이 나타나게 된다. 간을 통해 심장으로 흘러가는 혈류에 장애가 오게 되면 복수가 차거나 식도에 정맥류가 생길 수 있고, 심하면 정맥류가 터져서 대출혈을 일으킬 수도 있다. 간경변증이 무서운 것은 이러한 합병증들이 반복해서 나타나 환자에게 고통을 주고 심지어는 사망의 원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간이 보내는 신호를 읽어라!
생명활동의 모든 부분에 관여하며, 에너지 대사, 소화 흡수, 영양대사, 혈액 순환, 노폐물 제거 등 전반적인 부분에 모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간을 지키려면 간이 보내는 신호를 잘 읽는 것이 중요하다. 비에비스 나무병원 서동진 병원장은 "간경변증 환자에서는 얼굴이 거무튀튀하게 검어지고 목, 가슴 부위에 모세혈관이 확장돼 마치 빨간 거미줄 모양의 혈관종이 생길 수 있다. 남성의 경우 유방이 여성처럼 부풀어 오르거나 성욕이 떨어지고 고환이 작아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여성의 경우 월경이 불규칙해지는 경우도 있다. 간의 해독기능이 떨어져 장에서 혈액 내로 흡수된 독소가 간에서 제대로 해독되지 않고 곧장 뇌로 유입되어 의식이 혼탁해지는 상태를 '간성혼수' 라고 하는데, 처음에는 간단한 뺄셈도 못하다가 점차 진행하면 자기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인격이 변하거나 의식을 잃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간경변증의 가장 흔한 원인은 첫 번째가 B형 및 C형 간염 바이러스로 간염 바이러스의 감염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된 결과 만성간염을 거친 후 간경변증으로 이행한다고 본다. 두 번째가 술(알코올)로 장기간 과음한 경우 간경변증을 일으킬 수 있는 원인이 된다. 매일 40~60g(소주 반 병 이상) 정도를 마신다면 간경변증을 초래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최근 알코올성 간경변증이 증가하는 추세이며 특히 B형 및 C형 간염 환자가 술을 과음하면 바이러스와 알코올이 서로 협동작용을 해 간이 더욱 빨리 나빠질 수 있다. 간염 바이러스나 알코올 같은 간경변증 원인이 제거되지 않으면 서서히 병이 진행돼 간 기능이 점차 떨어지게 되고, 최악의 경우 간세포암이 발생할 수도 있다.
화상으로 흉터가 생긴 얼굴이 정상피부로 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 일단 간경변증이 되면 정상 간으로 회복할 수 없지만 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발견 즉시 원인과 증상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하면 병세의 호전을 기대할 수 있으므로 낙심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간경변증 치료의 목표는 증상의 진행 및 이로 인한 간 기능의 저하, 합병증 발병을 최대한 늦추는 데 있다. 특히 만성 B형과 C형간염에 의한 경우는 항바이러스제와 같은 약물치료를 적극적으로 하면 간경변증의 진행을 억제하고 합병증의 발생을 예방할 수 있으며 음주에 의한 간경변증 역시 금주를 철저히 하고 적절한 영양공급으로 상당히 호전될 수 있다.
우리 몸으로 들어오는 독소 중 가장 많은 양은 음식을 통해 들어오기 때문에 간경변증 치료에 가장 중요한 것이 식습관 개선이다. 일반적으로 간경변증 환자에게는 간세포 회복 및 재생을 위해 고칼로리, 고단백식이 권장되지만 특정음식에 집착하기 보다는 고기, 생선, 계란, 두부,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 등 영양가 있는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이 좋다. 합병증으로 복수가 발생한 경우에는 소금의 섭취를 철저히 줄이고 간성혼수가 오면 일시적으로 단백질 섭취를 줄여야 한다.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을 따라 할 경우 독성간염을 일으켜 병의 경과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하고 간경변증 환자는 간에서 약물을 해독하는 능력이 감소되어 있으므로 약도 함부로 쓰지 말아야 한다.
간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간을 쉬게 해주는 것이다. 제때 쉬지 못하고 피로가 쌓이면 간 속 영양소들이 해독에 필요한 만큼 모일 수가 없어 결국 이때부터 간은 밀려드는 독소를 해독할 힘을 가지지 못해 타격을 받게 되므로 간을 건강하게 지키는 방법은 잘 쉬는 것에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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