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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별 암/갑상선암

갑상선암 생존율 높다고 과잉진단 잣대대선 안돼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3. 4. 3.

갑상선암은 남녀를 합해 가장 많이 발병하는 암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캐나다 프랑스 등 전 세계적으로 1990년대 이후 갑상선암이 급증하는 추세다. 발병률이 높아진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 배경에는 첨단 의료장비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첨단 의료장비들이 등장하면서 조기 검진이 가능해 갑상선암을 발견하는 사례가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조기 발견이 늘어나면서 증세가 없어서 몰랐던 갑상선암을 굳이 찾아내 치료를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과잉 진단ㆍ진료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모든 암 치료에서 그토록 강조되는 조기 발견과 치료가 갑상선암에서는 정말 예외일까. 갑상선암은 유두암, 여포암, 수질암, 역형성암 등으로 나뉘는데, 갑상선암 종류를 구분하는 것도 정밀검사를 통하지 않고서는 알아낼 방법이 없다.

검사를 통해야만 어떤 암에 걸렸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다행히 전체 갑상선암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두암과 여포암은 예후가 좋은 편이다. 이에 비해 수질암은 유전인자를 가지고 있는 위험한 질환이며, 약 1%를 차지하는 역형성암은 악성도가 매우 높아 평균 생존율이 낮다. 이렇듯 통계적으로 갑상선암으로 사망할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운이 나쁘게 악성 암에 걸렸거나 암이 림프절로 전이되면 위험하다. 1%대 낮은 확률이라도 환자 본인에게 해당되면 생명이 걸린 심각한 문제로 돌변하기 때문에 갑상선암 역시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발병을 확인하고 가장 적절한 치료방법을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 검진 과정에서 혹이 발견되고 세포검사를 통해 암으로 진단받았을 때 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에서 권유하는 주 치료방법은 외과수술이다.

수술방법으로는 목에 직접 절개선을 넣어 갑상선을 절제하는 전통적인 갑상선수술, 크기가 작고 주변 조직이나 림프절로 전이가 없을 때 시행할 수 있는 내시경 갑상선 수술, 그리고 다빈치 로봇 갑상선 수술이 있다. 바바(BABA)라고 불리는 갑상선암 로봇수술은 양측 겨드랑이와 유두 주위에 불과 8㎜ 정도 최소 절개를 통해 수술을 하는 것으로 치료 효과뿐만 아니라 미용 측면에서도 만족도가 높다. 최소 절개를 하기 때문에 흉터가 작은 것은 물론 회복 기간도 짧고 합병증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갑상선은 목 부분 흉터를 피하고 목소리도 쉽게 보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로봇수술을 많이 선호한다. 외과의로 하여금 높은 정밀도가 요구되는 고난이도 수술을 정교하게 시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도 로봇수술의 장점이다. 로봇수술은 자유로운 인공손목 관절 도움으로 복잡한 신체 내부에서도 자유로운 움직임이 가능하고, 다른 장기에 접촉하는 것을 최소화하며 수술할 수 있어 병면을 제거하거나 장기를 재건할 때 매우 유용하다. 기존 수술법에서도 시도되지 않았던 이런 관절 사용은 갑상선처럼 목소리 신경이나 뇌로 전달되는 주요 신경들이 집중해 있는 예민한 장기 수술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물론 어떤 수술 방식이 더 우수하고 효과적이라고 무조건 단정짓기는 어렵다. 각 수술마다 장단점이 있고, 또한 환자 질환과 상태에 따라 가장 적합한 수술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최첨단 기술을 통한 조기 진단과 최신 의료기술이 장기적으로 환자 건강과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켜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는 환자에게 치료 선택권을 더 많이 제공하고, 생명 연장과 완치 가능성을 높인다. 조기 검진과 치료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면서 생존율이 높은 질병이라고 해서 유독 갑상선암에 대해서만 신의료기술로 인한 과잉 진단과 과잉 진료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생존율을 나타내는 수치나 질병 경중과 상관없이 암은 조기에 발견해 의료진과 상담을 거쳐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결국 환자 건강을 지키고 나아가 장기적으로 불필요한 2ㆍ3차 의료비를 줄이는 길이다.

[윤여규 국립중앙의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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