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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치료/방사선

[스크랩] 소아 CT, 찍는 게 능사 아닙니다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3. 3. 6.

주부 서모(29)씨는 얼마 전 거실에 놓여있던 수유 발판에 얼굴을 세게 부딪힌 두 살배기 딸이 잠을 못 자고 계속 칭얼거리자 뇌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 걱정돼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의사는 "당장 문제 될만한 증세는 없으니 일단 지켜보자"며 CT(컴퓨터단층촬영)를 찍고 싶어하는 서씨를 돌려보냈다. 그래도 걱정이 된 서씨는 다른 병원에 가서 CT를 찍었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CT가 필요하지만, 너무 자주 하면 방사선 노출로 인해 건강에 안 좋을 수 있다. 소아 CT 직전의 모습. /아주대병원 제공
◇CT 많이 찍는 건 해로워

0~9세 소아 CT 촬영 건수는 2008년에서 2012년 사이 30.4% 늘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성구 교수는 "부모는 아이가 조금만 다쳐도 확실한 진단 결과를 얻기 위해 CT를 찍길 원한다"며 "의사도 내부 장기의 문제를 겉으로만 봐서 확실히 알기 어렵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위해 찍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CT 촬영을 하면 방사선에 노출된다. 방사선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술·담배와 함께 암 발생 유해물질로 규정했다. 암·백혈구 수치 저하·뇌 신경세포 성장 방해 같은 문제를 야기한다. 아주대병원 영상의학과 최진욱 교수는 "어릴 때 난소에 방사선을 많이 쐬면 나중에 기형아를 출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소아는 성인보다 방사선에 취약하다. 김성구 교수는 "소아는 성인과 달리 세포들이 빠르게 성장하기 때문"이라며 "이때 방사선을 많이 맞으면 성장이 저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머리에 CT를 2~3번 찍은 소아는 뇌종양에 걸릴 위험이 3배 높다는 영국 뉴캐슬대학의 연구와, 미국 전체 암 환자의 2%가 CT로 인한 방사선 노출 때문이라는 미국 콜롬비아대학의 연구가 있다.

◇내상 위험 있을 땐 찍어야

그렇다고 CT를 안 찍을 수는 없다. 최진욱 교수는 "방사선의 위해를 걱정해서 CT 촬영을 하지 않았다가는 당장 뇌출혈 등이 일어나서 죽을 수도 있다"며 "정확한 진단을 하는 것이 방사선 노출보다 이점이 클 때는 반드시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소아가 한 번 CT를 찍을 때 쐬는 방사선량은 0.05~3밀리시버트(mSv) 정도다. 나이·체중·키·찍는 부위·질병 등에 따라 방사선량을 달리하기 때문에 차이가 있다. 최진욱 교수는 "암 유발 같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알려진 방사선량은 100mSv 이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는 1년간 쐬는 방사선 양의 상한치(선량한도)를 1mSv라고 권고한다. CT를 한 번 찍는다고 당장 암이 생기진 않지만 선량한도는 넘어설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소아는 저선량 CT를 찍을 필요가 있다. 또 임상경험이 풍부한 의사가 있는 곳에서 찍으면 좋다. 방사선을 너무 적게 쏘면 잘 안 보여서 의사 경험에 따라 방사선 투입량이 다를 수 있다. 병원을 택할 때 저선량 CT가 있는지, 어떤 자격·경험이 있는 의사가 CT를 찍고 판독하는지 살피면 방사선량을 줄일 수 있다.

◇"응급상황 아니면 지켜볼 필요도"

꼭 필요할 때만 CT를 찍는 것도 방법이다. 아이가 배가 아프다고 할 때는 엑스레이와 복부초음파를 먼저 찍고, 명확히 문제가 파악되지 않을 때만 CT를 찍는 식이다. 머리를 다쳤을 때는 두통·구토·의식혼미 같은 뇌출혈 위험 신호가 있을 때 찍으면 된다. 교통사고가 났을 때는 CT를 찍는 게 안전하다. 강남차병원 소아청소년과 전지현 교수는 "교통사고가 나면 안전벨트만으로 간·췌장이 찢어질 수 있는데, 모르고 뒀다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연구팀이 응급실에 온 소아 1만2044명을 조사한 결과 ▷복벽에 외상이 없다 ▷눈짓·손짓 등이 정상이다 ▷배에 통증이 없다 ▷흉벽에 외상이 없다 ▷의사의 복부 촉진 시 이상이 없다 ▷호흡소리가 작아지지 않는다 ▷구토를 하지 않는다 등의 상태라면'CT를 찍어도 추가적인 어떤 정보를 얻기 힘들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전지현 교수는 "7개 요인에 모두 해당되면, 외상이 없고 의식이 정상이라는 뜻"이라며 "이때는 응급 상황이 아니니 지켜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 김경원 헬스조선 기자
김하윤 헬스조선 인턴기자
출처 : 암정복 그날까지
글쓴이 : 정운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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