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다쳐서 머리 CT를 촬영했는데, 방사선 때문에 나중에 암에 걸리지 않을까요?" "CT 촬영을 여러 번 했는데 괜찮을까요?"
최근 들어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방사선에 대한 높아진 관심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병의 진단을 위해 사용하는 방사선 검사와 원전사고에서 나타난 방사능 오염과의 차이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 심지어 방송에서도 혼용하고 있다. 한 방송에서는 방사능에 오염된 시금치 3kg을 먹는 것은 CT 한 장 촬영하는 것과 같다고 보도하기까지 했다. 이런 잘못된 정보는 방사능과 방사선의 차이를 올바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전사고로 유출된 방사능은 매우 높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고, 핵종도 알 수 없다. 전신에 노출되고 더이상 방사능이 나오지 않게 조절할 수도 없다. 이에 반해 의료기관에서 사용하고 있는 방사선 검사는 에너지가 매우 낮고, 신체 일부분에만 노출된다. 또 방사선량을 조절할 수 있다. 검사에 사용하는 방사선은 우리 몸에 스쳐 지나가는 형태기 때문에 몸속에 방사선이 남아있지도 않다.
그렇다면 방사선 검사가 인체에 아무런 위해도 없을까? 세계보건기구는 분명히 방사선을 술, 담배와 함께 암 발생 유해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진료에서 방사선을 사용하는 CT 검사를 하는 이유가 있다. CT 검사를 통해 얻어지는 환자의 진단에 대한 이로운 점이 CT 촬영 때문에 생긴 방사선 피폭 위해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CT 검사의 목적이 질병의 진단을 위한 것이라면 CT 검사의 이로운 점을 최대로 하고, 그 피해는 최소화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이것이 CT 검사(다른 방사선 검사도 포함)의 정당화다. CT 검사는 환자의 질병을 진단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경우에 해야 하고, 검사를 위한 합리적인 설명이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는 항상 윤리가 선행된다. CT 검사를 처방하는 의사의 윤리, 의료 환경의 윤리가 포함된다. 이를 위해 의사에게는 처방의 자율성과 함께 의무를 줘야 한다.
윤리적으로 판단해 정당성을 얻고 CT를 촬영하기로 했다면 다음으로는 CT 검사의 방사능 피해를 최소로 만들어야 한다. 아무리 적은 양의 방사선이더라도 10~20년 후에 방사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방사선 검사의 피폭선량을 줄여야 한다. 표준촬영 방법을 사용하고, 진단에 따라 촬영 조건으로 검사한다. 또 적절한 방사선 방어복을 착용할 수도 있다. 이런 과정을 최적화라고 한다. 이 최적화에는 가장 최소한의 방사선 피폭으로 촬영하는 ALARA (As Low As Reasonably Achievable) 원칙에 따른다. CT뿐 아니라 모든 방사선 검사는 이 원칙에 따른다. 또 의료방사선 검사를 할 때 환자에게 피폭되는 방사능량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 방사선 피해를 생각해 검사를 등한시 하거나 생략해 나타날 수 있는 잘못된 치료가 오히려 더 나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처방 의사가 CT 검사가 필요 없음에도 우겨서 촬영한다거나, 아무런 중상이 없는데도 촬영을 하는 것은 당연히 옳지 않다.
일반 CT보다 방사선량을 적게 해 촬영하는 저선량 CT가 폐암의 조기 발견에 효과적이라는 보고가 있다. 그러나 이는 폐암의 증상이 있고, 담배를 많이 피우는 55세 이상의 환자에게 적용했을 때 의미 있는 검사다. 젊은 나이에 폐암이 걱정돼 촬영하는 경우에는 폐암을 조기발견해 치료하더라도 폐암으로 인하 생존율은 차이가 없다. 스크리닝 검사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학교건강법대로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학생 전체에게 결핵을 스크리닝하기 위해 단순흉부X선 사진을 촬영하는 것이나, 대학교 입학생 신체검사, 직장 취직 시에 하는 신체검사에서 무조건 시행하는 단순흉부촬영은 그 진단 효과가 아주 미미하다. 중, 고등학생은 전체를 대상으로 흉부X선 촬영을 할 것이 아니라 먼저 결핵감염검사를 시행한 후 양성인 경우에만 X선 촬영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적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의료기관이 촬영한 CT 검사나 방사선 검사의 방사선 피폭선량을 알고 있는 것이다. 환자의 피폭선량보고서가 CT 영상과 함께 제공돼 그 수치를 항상 모니터링하면서 잘못되는 경우가 없게 하거나 그 수치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CT 방사선 판독지에 꼭 방사선피폭선량을 기록하도록 정해져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CT 촬영 후 선량 보고서가 제공되지 않거나, 방사선량을 아예 모르는 경우가 전체 CT 기기의 40% 가까이 된다. 이런 경우 CT 촬영을 받은 환자에게 방사선 피폭선량이 얼마인지 알려줄 방법이 없다. 일반촬영은 더 심하다. 아마도 90% 이상의 방사선 촬영기기에서 방사선량을 모르고 있을 것이다. 식약청에서 매년 여러 촬영부위에 대한 진단참고준위(환자선량권고안)을 발표하고 있지만, 자신의 의료기관에서 어떤 검사가 어느 정도의 방사선 피폭선량을 기록했는지 모른다면 아무 소용없다. 지난 국회 회기 중에 방사선피폭선량을 의료기관에서 환자에게 알려주어야 한다는 의료법일부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임기가 바뀌는 바람에 자동 폐기됐다.
현재 의료기관에서 촬영한 CT 검사의 피폭선량을 알게 하기 위해 관련학회와 식약청을 중심으로 여러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모든 방사선(치과 포함), 동위원소 검사·치료에서 다루어져야 할 광범위한 문제다.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기 때문에 식약청에서 적은 예산으로 독자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으로 정부가 정책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또 국가가 직접 연구하고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방법 중 하나는 국민의료방사선피폭수첩 개발이다. 이미 유럽공동체나 IAEA(국제원자력기구)는 스마트카드로 불리는 이런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이런 수첩으로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방사선 촬영으로 인한 피폭량을 알 수 있고, 의료기관에서는 방사선 검사의 최적화와 방사선 피폭 저감화를 위해 노력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적으로 과잉 검사나 필요없는 검사는 하지 않게 된다. 대신 초음파,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대체될 것이다.
외국에서는 소아 방사선과 관련된 Image Gently, 성인 방사선과 관련된 Image Wisely 홈페이지가 개설돼있다. 많은 관련단체가 이 홈페이지를 통해 방사선 관련 정보를 홍보하고 교육한다. 최근에는 Choosing Wisely (현명한 선택)이라는 홈페이지가 개설되어 각 의료분야에 불필요한 검사들을 줄여보자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의료방사선관련 학회가 주축이 되어 의료방사선안전문화연합회가 결성됐다. 방사선 관련 홍보, 교육, 캠페인 사업을 목적으로, 식약청과 협력해 진행하고 있다.
의료진의 할 일은 먼저 왜 CT 검사를 필요한지 주지시키고, CT 검사를 통해 얻는 이로운 점과 피해를 알려주는 것이다. 이는 CT를 포함한 모든 방사선 검사에 해당하며, 반드시 진단을 위해서임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방사선 검사의 처방을 내는 의사는 엄격한 의료 윤리 하에서 그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 촬영에서는 검사로 인한 최대의 이익을 얻고, 앞으로 있을지도 모르는 피해는 최소로 해야 한다. 의료기관, 환자, 정부 모두가 그런 환경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 환경에서 비로소 환자는 CT 검사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10만분지 1 확률에 나타나는 미래에 대한 걱정 대신 현재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나의 건강에 직결되며, 전체 국민에게 진정으로 건강한 진료 환경이 될 것이다.
/ 헬스조선 편집팀 hnews@chosun.com
기고자=성동욱 경희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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