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주부들은 음식장만, 제수용품 준비가 한창이다. '장바구니 물가가 예전같지 않다"는 한숨소리도 들리지만 전통시장은 모처럼 시끌벅적하다. 설을 앞둔 지난 1월 10일, 손님맞이로 분주한 용인 민속45일장(이하 용인5일장)을 찾았다.
한웅큼 덤 놓고 즐거운 흥정...물가올랐어도 시끌벅적 설 분위기 물씬
"아, 언니~ 이건 국내산이니 그렇지. 중국산 갖다 팔면 나도 한가득 주겠네!" "그럼 중국산이라고 생각하고 한가득 좀 담아줘봐." 수북이 쌓인 고사리를 두고 50대 주부와 야채상 여주인의 승강이가 한창이다. 옥식각신. 밀었다 당겼다. 주거니 받거니... 만담이 따로 없다. 결국 주인이 고사리 한 웅큼을 더 넣어주며 하는 말 "남아서 안 먹고 쓰레기통에 버리기만 해봐라."
한쪽에선 손님끼리 물미역 쟁탈전(?)이 벌어졌다. "아니, 이 봉투에 담은 게 제가 고른 건데." "이건 제가 먼저 잡았는데요." 물미역이 푸짐하게 담긴 봉투를 들고 대화가 오간다. 보다 못한 주인은 "요즘 물미역값이 올라 이렇게 주면 나도 남는 것 없다"면서 담았던 것을 빼려는 제스처를 하자 손님이 봉투를 낚아채듯 가져간다. 주인은 상대적으로
부실해 보이는 봉투에 물미역을 조금 더 넣어준다.
방앗간에선 연신 하얀 김이 모락모락 뿜어져 나오고 값이 올라 "귀하신 몸"이 된 조기가 반짝반짝 햇볕에 말라간다. 설'대목:을 앞둔 용인5일장 풍경이다.
"설은 설인가 보네요. 겨울이라 한동안 시장에 못 나왔는데 오랜만에 나와 설분위기를 느끼고 있어요. 물가가 오르긴 올랐는지 봉투에 담기는 양이 옛날만 못해요. 그래도 잔돈의 소중함을 느끼기에는 전통시장이 최고죠."
친구와 함께 용인5일장을 찾은 주부 김성실(40, 송파구 잠실동)씨는 이날 차례상에 올릴 생선과 과일 등을 구입했다. "미리 사서 말릴 생선과 선물용 과일 등은 설이 가까워 올수록 가격이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이맘때쯤 구입하는 게 현명하다"는게 김씨의 설명이다. 김씨는 전통시장에 대해 "확실히 야채는 신선하고 과일이나 생선은 씨알이 굵고 싱싱하다"면서 포장되있지 않아 하나하나 골라담을 수 있고 소량 구입이 가능해 좋다"고 말했다.
<용인 민속5일장은 수도권에서 규모가 큰 5일장으로 꼽힌다. 매월 0,5일로 끝나는 날 3백 40여 명의 상인이 금학천변에 자리를 잡는다.>
"확실히 전통시장 과일, 생선은 씨알이 굵고 싱싱"
말했다. 이에 정재근(64)는 용인5일장 상인회장은 "그날 판매할 물건들을 대부분 당일 새벽에 구입해 와 판매하기 때문에 신선도나 품질이 좋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해질 녘엔 특가판매, 일면 떨이"로 재고량도 거의 없다.
김씨는 느긋하게 장을 본 후 용인5일장의 인기 맛집이라는 국수집에서 손칼국수 한 그릇을 비우고 이날 가져온 디지털 카메라로 시장 구석구석 재미있는 풍경도 담아갔다.
용인중앙시장은 용인시 김량장동 금학천변에 2킬로미터에 걸쳐 형성돼 있는 60년 전통의 시장이다. 이곳엔 매월 0,5일로 끝나는 날이면 장이 선다. 5일장엔 3백 40여 명의 상인들이 자리를 잡고 장날에 맞춰 이근 마트들도 '특가 세일'을 진행한다. 수도권에선 규모가 큰 5일장이라 장이 서는 날엔 인근 지역 주민뿐 아니라 수도권 전역에서 사람들이 몰린다. 그간 주차가 다소 불편했으나 최근 금학천변에 노상 주차가 가능해져 시장 이용이 좀더 편리해졌다.
"주정차 허용과 온누리상품권 확산 덕 좀 봐요."
"한창 안 좋다가 요즘은 노상 주차가 가능해져서인지 조금 나아진 것 같아요. 시장 주변엔 주정차가 가능하도록 해준 건 고마운 일이죠. 시장 상품권인 온누리상품 사용도 활성화되고 있고요. 그래도 여전히 화장실 이용은 불편해요. 용인5일장 손님들ㅇ리나 상인들은 현재 상가 안의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는데, 개방형화장실을 설치해줬으면 좋겠어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 같아요." 정 회장의 말이다.
올해 장바구니 물가는 어떨까. 야채상 조일엽(65)씨는 "시금치 한 단 값이 작년보다 1천원가량 오른 대신 대파와 무가 좀 싸졌다"고 전했다. 미역,파래, 매생이 등은 '일본 방사능(유출 사고)' 때문에 일본 수출이 늘었다는 얘기가 있어서인지 물량이 딸려 값이 많이 올랐다"고 덧붙였다.
자반고등어, 참조기 등은 지난해보다 2천~천원 오른 추세다. 사과, 배 등 제사상에 오르는 과일 역시 설을 앞두고 가격이 오르는 추세다.
설 전 시장 물가에 대해 강진농산 권영익(54)씨는 "여기저기서 물가가 올랐다고 하는 바람에 소비심리가 점점 더 위축되는 것 같다"면서 "예년엔 많이 사서 푸짐하게 상을 차리자는 손님들이 많았는데, 올해는 형식을 갖추기 위해 조금씩 사 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에 용인5일장 상인들은 올해 설은 '품질 좋은 상품과 인심으로 박리다매(博利多賣)한다'는 계획이다.
용인 5일장 상인들은 설 특수를 위해 손님맞이 이벤트를 따로 준비하지 않았다. 대신 상인들끼리 수익금을 조금씩 걷어 쌀 10킬로그램짜리 1백50포대를 구입해 어려운 가정에 전달할 계획이다. 용인 5일장 상인들은 "경기가 어렵다고 해도 전통시장의 멋과 맛은 역시 '인심'이라면서 "올해 설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시장을 찾아 인심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글과 사진 박근희 기자
<이 글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행하는 위클리공감(01.18일 발행, 143호)에 실렸습니다.☞ 위클리공감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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