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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별 암/췌장암

생존율 7∼8% ‘공포의 암’…“중년이후 당뇨 첫 발생 땐 의심”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1. 4. 29.

생존율 7∼8% ‘공포의 암’…“중년이후 당뇨 첫 발생 땐 의심”
췌장암 권위자 김명환 서울아산병원 교수
 
‘공포의 암’으로 불리는 췌장암. 암으로 진단된 환자의 대부분이 사망한다. 지난 20년간 대부분 암이 치료와 생존율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이뤘지만 췌장암은 답보 상태다. 전문의들이 솔직하게 토로할 정도다. 5년 상대 생존율은 7∼8%에 불과하다. 2008년 기준 전체 암 중 9위고, 환자는 증가 추세다. 희망은 없는 것일까. 그렇지만은 않다.

 

“췌장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진단이 정말 어렵습니다. 평소 췌장암 예방 및 조기진단 수칙을 잘 숙지해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면 치명적인 췌장암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김명환(54)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지난 4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췌장암 예방의 중요성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지난 1981년 경희대 의대를 졸업하고 1989년부터 서울아산병원에서 췌장 관련 질환 치료에 전력하고 있다. 병원 연구실에서 만난 김 교수는 자리에 앉자마자 A4용지 한 장을 건네줬다. ‘췌장암 예방 및 조기 진단을 위한 10가지(대한 췌장·담도 학회)’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다.

 

췌장은 이자 또는 지라로 불리는데, 왼쪽 가슴께 척추 바로 앞에 가로로 누워 있다. 외과의사가 개복을 해도 눈앞에 바로 나타나지 않고 주변의 여러 장기에 둘러싸여 있다. 우측은 십이지장에 접하고 좌측은 비장에 접하며 췌장의 앞쪽으로는 위와 대장, 소장 등이 있다. 성인의 췌장은 길쭉하고 납작한 모양이며, 회색이나 검은빛을 띤다. 무게는 성인의 경우 약 80g 정도이고 총 길이는 12∼20㎝이다. 음식물의 소화와 흡수에 필요한 소화 효소를 분비하고 인슐린이 분비돼 체내의 당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예방 및 조기진단 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김 교수는 “먼저 중년 이후 당뇨가 처음 발생했거나 원래 있던 당뇨병이 뚜렷한 이유 없이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을 때는 췌장에 대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식욕부진, 소화불량 등의 위장 증세가 한두 달 이상 지속되면 췌장 검사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특히 내시경 검사에서 이상이 없거나 위장관 질환에 대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췌장에 대한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셋째, 췌장에 물혹(낭종)이 있거나 췌관이 확장된 경우는 정밀검사와 정기적인 진료가 요구된다. 물혹이나 확장된 췌관이 췌장암의 선행 소견일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만성 췌장염 환자나 유전성 췌장염 환자는 정기적인 진료가 필요하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만성 및 유전성 췌장염에서 췌장암이 발생할 수 있고 특히 이런 경우에는 암 종괴가 염증에 가려서 잘 발견되지 않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담배는 백해무익하다고 피력했다. 흡연은 췌장암의 확실한 위험인자이고 췌장암 발생 위험을 4배 상승시킨다는 것이다. 따라서 금연만으로도 췌장암 발생을 줄일 수 있다. 여섯째, 췌장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매년 췌장 검사를 받는다. 췌장암 환자의 5∼10%는 유전적 문제를 갖고 있다. 가족 중에 췌장암 환자가 있다면 중년 이후에는 매년 췌장 검사를 받는다. 일곱 번째, 과음을 피한다. 장기간의 과음은 급성, 만성 췌장염(증상 없이 진행될 수도 있다)을 일으키고 췌장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급성 췌장염은 과음이나 담석 등이 원인이 돼 상복부의 심한 복통 증상으로 응급실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덟 번째, 중년 이후 원인 미상의 췌장염이 발병하면 원인이 종양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한다. 아홉 번째 건강하고 균형 있는 식사를 한다. 특별히 암 예방에 좋은 한 가지 식품은 없다. 골고루 균형 잡힌 식사를 하되 신선한 야채, 과일, 잡곡 등이 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김 교수는 마지막으로 중년 이후 건강 검진 시 췌장 검사를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췌장암 환자들의 병기 구분은.

 

“3∼4기가 80%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1기는 5%, 2기는 15%에 불과하다. 1기는 건강검진에서 체중 감소와 황달이 나타나 병원에 와서 발견되는 경우다. 2기는 수술해도 재발이 많아 문제다. 췌장 물혹이 암이 되는 경우는 10% 안팎이다. 이 암은 천천히 자란다. 보통 췌장암하고는 다르다.”

 

―췌장암 치료에서 어려운 점은.

 

“외과적 치료는 수술로 종양을 들어내는 것이다. 내과적 치료는 항암, 방사선밖에 없다. 췌장암은 항암, 방사선 치료가 잘 안 듣는 대표적 암이다. 항암-방사선은 완치 목적이 아니다. 치료 안 하면 6개월, 하면 1년이라는 얘기도 있다. 선진국에서 췌장암 연구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 20년 동안 제대로 된 췌장암 항암치료제가 나오지 않고 있다. 다른 암은 (5년 상대 생존율이) 늘고 있지만 췌장암은 20년간 답보상태다. 초기에 찾을 수밖에 없다. 외국도 우리나라와 별 차이가 없다.”

 

―췌장암 치료 및 연구의 최신 경향 및 향후 과제는.

 

“유럽에서 백신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라고 하는데 몇 년 내로 성적이 나올 것 같다. 항암제는 잘 안 들으니까 다양한 항암제 칵테일(조합)을 하는 중이다. 한마디로 ‘트라이얼 앤 에러(시행착오)’ 중이다. 픽스된 게 없다. 심지어 방사선 치료는 미국, 유럽이 서로 다르다. 미국 쪽은 방사선 치료를 안 하고, 유럽은 방사선-항암을 같이 한다. ‘더 베스트’가 없으니까 경험에 의해 그렇게 하는 것이다. 췌장암은 춘추전국시대나 마찬가지다. 미국, 유럽의 큰 현안이다.”

 

―췌장암과 관련해 당부하고 싶은 말은.

 

“예방 및 조기진단 수칙을 잘 지켰으면 좋겠다. 중년 이후에는 건강을 자신하지 말고 1년에 한 번 건강검진을 받고 뭔가 이상이 있으면 췌장 검사를 해봐야 한다. 위내시경, 장내시경을 해도 췌장은 잘 모른다. 중년 이후 췌장에 대해 복부 초음파나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받는 게 좋다.”

 

김충남기자 utopian21@munhwa.com

 

2011-04-08 14:30 

 

출처 :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