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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별 암/간암

“이젠 혈액형 달라도 肝이식… 10 ~ 20년 뒤엔 돼지肝 가능”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1. 2. 19.

“이젠 혈액형 달라도 肝이식… 10 ~ 20년 뒤엔 돼지肝 가능”


간암·간 이식 권위자 조재원 삼성서울병원 교수 

 

“간 이식은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고 매우 좋은 치료법입니다. 의료진과 충분히 의논해 최선의 방법을 찾으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겁니다.”

 

간암 및 간 이식 분야의 ‘명의’로 널리 알려진 조재원(54) 삼성서울병원 이식외과 교수는 간 이식을 통해 간암을 극복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간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아직 20%대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조기 발견과 조기 수술이 절대적이라고 조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현재 전체 간암 환자 중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20%에 불과하기 때문에 간경화가 심해지기 전에 조기 수술하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했다.

 

간암 치료는 보통 간 절제술과 간 이식, 경동맥색전술 등 암 진행 억제 치료술 등이 있다. 특히 간경화가 심해지면 절제술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간 이식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B형 간염과 C형 간염에 의한 만성간경변증도 간 이식 수술을 많이 한다.

 

조 교수는 “간 이식과 수술 중 간 이식이 전체적으로 성공률이 높고 전이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팀은 1996년 처음 간 이식 수술을 한 뒤 지난해 7월 1000례를 돌파했다. 현재도 1주일에 2∼3회 간 이식 수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간암의 특징은 무엇인가.

 

“간암에는 간세포암과 담도암, 전이성 암 등 3가지가 있다. 담즙이 흐르는 담도에 생기는 암이 담도암이다. 전이성 간암은 대장에서 간으로, 위에서 간으로 전이되는 암이다. 보통 간암은 간세포암을 말한다. 담도암은 간세포암의 10분의 1 정도 비율로 발생하는데 간세포암보다 예후(결과)가 안 좋다.

 

간암은 40~50대 남성에서 많이 발생한다. 남성 암 중 3~4위를 차지하고, 전 세계적으로는 5~6위다. B형 간염에 의해 간암이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앞으로 B형 간염은 줄어들고 서구처럼 지방간 간염이 간암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날 것이다.”

 

― 간암 치료는 어떻게 하나.

 

“전체 간암 환자 중 수술받을 수 있는 사람이 20%다. 이도 저도 못하고 치료할 수 없는 환자가 많다. 치료가 아닌 암 진행을 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전체 간암 환자의 4~5%가량이 간 이식을 받고 있는 정도다.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간 이식은 1년에 1000례 이뤄지는데 간암에 의한 이식은 30%쯤이다. 보통 1개의 암은 직경 5㎝ 이하, 암의 개수가 3개 이하에 최대 직경 3㎝ 이하, 혈관 침범이 없을 것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간 이식을 한다. 이렇게 하면 재발률이 10% 정도밖에 안 된다. 삼성서울병원은 간암 1~4기 치료하면 수술 후 5년 생존율이 75%다. 5년 내 재발률이 60% 정도 되지만 재발 뒤에도 색전술과 고주파, 재수술 등으로 살리기 때문에 생존율이 높다.”

 

― 간 이식할 때 주의할 점은.

 

“결국 조기 발견하고 간 이식과 절제술 등 치료법을 잘 선택해야 한다. 수술과 이식 중 어느 것을 할지 애매한 경우 이식 쪽으로 가는 게 장기적으로 좋다. 다른 치료법을 반복하다 보면 전이가 될 수 있고 간 상태가 나빠질 경우 이식해도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다. 간 이식은 조기에 하는 게 좋다. 간경화로 복수가 차면 염증이 반복되고 유착이 심해진다. 간암은 2기가 가장 많다. 수술은 1~2기에 많이 이뤄진다. 간암 조기 검진 효과로 비교적 초기에 발견되고 있다.”

 

― 간 이식 최신 치료법의 특징은.

 

“간 이식 분야는 1990년대 이후 엄청 발전해 왔다. 최근에는 혈액형과 관계없이 이식할 수 있다. 과거에는 동종 혈액형끼리만 가능했다. 혈액형이 다른 사람의 피가 들어오면 공격하는 B 임파구의 활동을 제로 정도 수준으로 억제하는 약이 개발됐다. 우리나라에선 뇌사자 간 이식보다는 주로 생체 간 이식이 이뤄진다. 뇌사 기증자가 많은 미국에는 생체 간 이식이 거의 없다. 우리는 뇌사 기증자가 적어 가족 간 이식을 많이 한다.”

 

― 간암 치료 분야의 과제는.

 

“간 이식 분야의 큰 숙제가 인공간 문제다. 신장이 나쁜 환자가 투석을 하듯 간 기능을 대신할 그런 기계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 간 이식을 기다리면서 1주일이나 한 달 정도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인공간이 필요하다. 또 하나 돼지 간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이종이식 연구가 많이 진전됐고 언젠가 실용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돼지 간이 사람과 가장 비슷하다. 앞으로 10~20년 뒤면 가능할 것으로 본다. 한 30년 쯤 뒤면 ‘옛날에는 사람 간을 이식한 적이 있었더라’는 얘기가 나올 것이다.”

 

― 간암 환자들의 식이요법, 운동요법은.

 

“편식하지 말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게 중요하다. 또 운동을 적당히 해서 체중이 불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 간암은 항암제가 따로 없다. 대신 병원에 자주 오고 검사를 계속해야 한다. B형 간염 보유자는 6개월에 한 번 정도 검진을 받아야 한다. 간암이 발견됐다고 해서 겁먹지 말고 치료를 잘 받으면 나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김충남기자 utopian21@munhwa.com

 

2011-02-11 11:47

출처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