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마루금 따라나선 삼정산/─ 까치놀 님
홀로가는산행의 고즈녁함이 있다면 도반과 함께하는 산행의 즐거움 또한 산행의 묘미를 찾을수있을것 같다...오랫만에 지리산 자락에
머무는날은 파란하늘빛 고운 1월의 아침 음정마을 자락에 내려선 일행은 상무주암이 있는 삼정산길로 향합니다
6년전 상무주암의 현기스님은 아직도 속세와 연을 끊은채 산사에 계실까...아무른 말씀없이 우리 일행을 위해 선듯내어준 고구마와 동치
미국물의 맛을 잊을수가 없었는데...
산자락엔 바람이 일며 사람의 향기가 묻어오고 다시 긴 설레임으로 바람부는 산길을 따라 길을 걷는다 ...발목까지 빠지는 심설을 해치
며 상무주암으로 나서는 길은 바람이 따라오고 사람의 향기가 따라오며 겨울 설화가 함께 길을 걷습니다
한얀눈이 내려 앉은 세속을 벗어난 풍경속에 빠져드는것은 시간문제이다 ...그냥 무념무상으로 발걸음을 옮겨갈뿐 더이상 고뇌에찬 모
습도 필요치 않나봅니다
햇살이 투명한 미소로 화사하게 인사하는 영원사 절집의 자락에서 오래전의 기억을 만나고... 백옥처럼 맑게 보이는 하얀설화 위에 이
름 한자 그려보는 것도 작은 행복이라...세월은 흘러갔어도 추억은 언제나 잔잔히 나래 펴는것...
다시 바람이 불어옵니다.. 나무가지들은 무거운 하얀눈을 털어냅니다...산은 이내 하얀색으로 변해가며 시리도록 파란하늘이 곁에서 웃
음짓습니다
파란하늘빛 아래 멈추어선 기억은 또 다시 시간이 멈추어진채로 움직이지 않습니다....뜨거운 가슴으로 마주한 상무주암의 추억에 마음
은 절집 앞자락에 머물러봅니다
나목의 자락마다 소복히 내려앉아 꽃송이를 피우는 산자락의 풍경은 언제봐도 아름답고 우아하다...자연이 만들어준 삶의 흔적따라 느
긋하나 마음으로 산정으로 향합니다
지리의 마루금은 선명한데 나목들이 가리워져 그려담지 못함이 아쉽기만 합니다...만복대에서 이어진 능선들이 반야봉을 돌아 촛대봉에
서 천왕봉까지 긴 그리메를 그려놓고 유혹의 손길를 뻗어옵니다
전망좋은곳에 앞서간 도반을 불러 세우고 지리의 모습을 보면서 한장의 그림을 그려보기도 합니다..손닿은 곳에 상무주암이 자리합니다
무주(無住)란 본래 머무름이 없다는 뜻인데..... 여기다 위 상(上)자를 붙여 부처님도 발을 붙이지 못하는 경계라고 어딘가에 풀어 쓴 것
을 보면... 모든 것을 거창하게 해석하려는 버릇은 진실을 왜곡하고 마는 것 같다. 그저 저 아래 어딘가에 하무주암이 있었기에 상무주암
으로 이름 붙여진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상무주암은 해발 1100m 높이에 삼정산 정상 아래에 자리한 암자로 지리산 하봉에서 부터 천왕봉을 거쳐 반야봉까지 주능선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보조국사 지눌(1168~1210)과 그의 제자인 혜심 진각국사(1178~1234)의 불심이 깃들인 곳이다.
1198년 상무주암에 머물게 된 지눌은 <대혜보각국사어록>을 읽다가 '선이란 고요한 곳에도 시끄러운 곳에도 있지 않고, 사량분별 하는
그 어느 곳에도 있지 않다'라는 구절을 보고나서 홀연히 깨달았다고 한다. 지눌 외에도 상무주암에서 수행한 고승대덕들은 많다.
보조국사 제자인 혜심의 뒤를 이어 혜심의 제자인 각운스님도 이곳에 머물면서 <선문염송설화>(30권)을 펴냈으며 원감국사도 이곳에서
수행했다고 전해지며....근간에 와서는 독립선언서에 불교계 대표로 서명했던 백용성 스님을 비롯해 제10대 종정 혜암스님, 곡성 태안사
조실이었던 청화스님, 가야산 호랑이로 불렸던 성철스님에 빗대어 가지산 호랑이로 불렸던 비구니 인홍스님도 이곳에서 수행했다고 한
다. 이렇듯 상무주암은 수행의 맥이 면면히 이어진 암자이다. 선맥으로만 보면 우리나라 어느 절보다 화려한곳이다. 현재는 1970년대 선
방수좌들 사이에서 '도인'으로 불리던 현기스님이 이곳에 머물고 있지요.
절집앞에 가로 놓여진 빗장을 열고 스님을 불러봅니다... 한참만에 나타난 현기스님에게 합장하고 6년전의 일을 상기시켜드립니다... 기
억 저편에서 세월속이지만 반겨주시니 고맙고 감사할뿐이지요...손수 앉을 자리 챙겨주시고 동치미국물을 내어주는데 그맛이 일품이
라... 라면국물보다 더 맛있게 두어 모금을 마시니 이네 배가불러옵니다...스님이 가지고계시는 망원경으로 바라보는 오부자바위의 설경
이 너무나 아름답고....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세월과 구름과 인생이 흘러가는듯 신선이 따로 없어보입니다
상무주암 현판에 걸려있는 상무주란 현판은 20세기 한국불교의 거목인 경봉스님의 친필... 현판이 어떤 경로를 거쳐 여기에 걸리게 됐는
지 알 수 없으나, 원광이라는 낙관은 이 현판이 경봉스님의 친필이라는걸 알게 해줍니다... 경봉스님의 법명이 원광이기 때문이지요
무주암에서 바라보는 반야봉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얼굴을 내밀고 싶지 않지만 연하천을 따라 올라서는 산자락의 기풍은 등등하기만
합니다
천왕봉을 바라보면서 저 어느 산자락에 부디 내가 죽어.. 누울 자리가 몸 뒤척일 틈조차 없는 옹색함이라도 좋을것 같다... 날마다 그리
움의 편지를 쓰다 벅찬 그리움에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때... 가끔은 밤하늘 보면서 그대 이름 부를수 있다면... 그래도 나의 그리움이 식
지 않을때 몸 뒤척일 수있는 공간만 잇다면 더 바랄게 없을듯 하다
절집 담장은 오래된 고가구를 보듯이 손때마져 지워진채로 억겹의 세월을 말해주듯이 고고한 자태에 쌓여 마음자락에 머뭅니다
스님과 이별하고 돌아서는길은 언제 또다시 뵐수 있을지 모르는 삶이라 마음속에 붙이지 못한 마음의 연서로 베개를 만들어 그리워 할
수있을까...
함께한 순간보다 더 오랫동안 영원이 함께 할수있다면... 그리하여 지리의 자락에 누울수만 있다면 백년이 가고 천년이 흘러가도 한없이
좋을것인데....
비탈 사면에 쓰여진 상무주암을 보면서 문수암을 지나 실상사로 이어지는 사찰 순례길은 언제쯤 갈수있을까...절집과 그리 친숙하지는
않지만 고즈녁한 산사의 모습에 매료되어 머물렀던 날들이 어제 오늘날의 이야기가 아닌듯 하다
소담스럽게 쌓인 눈길을 걸을수 있었고 아름다운 지리의 주 능선을 바라만 볼수있다는 것에 고맙고 감사하며 또 다른 내일의 꿈을 꿉니
다
점점변해져가는 농촌의 모습은 내가 꿈꾸던 목가적이 풍경에서 차츰 벗어나고 있지만 인심 만큼은 넉넉하게 우릴 반길것 같은 느낌이
앞섭니다
차가운 바람 마다않고 힘든길 내색않고 내내 동행하며 함께한 장산님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아름다운 산길에 늘 행운이 가득하길 기원하
면서...
출처 : 어린왕자의 들꽃 사랑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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