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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정관진 제2군단/암정보

[암을 이기자] "소식·운동·숙면…암 이기고 건강하게 사는 비결"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1. 1. 6.

[암을 이기자] "소식·운동·숙면…암 이기고 건강하게 사는 비결"
대장암·신장암 극복 홍영재 암을 이기는 사람들의 모임 대표
아침 반드시 챙겨먹어야…가지는 최고의 웰빙푸드

 

 

매일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들이 정작 본인 건강관리에 소홀하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홍영재 박사 역시 그랬다. 밤낮없이 새 생명을 탄생시키는 산부인과 의사로 살다 보니 자기 건강에 대해서는 별다르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게 화근이었을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복통. 3기를 넘어선 주먹만한 대장암을 알리는 신호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장암 수술 전 검사에서 신장암까지 발견됐다. 그때부터 홍 박사는 암과 전쟁에 돌입했다.



◆ 대장암과 신장암, 두 가지 암과 사투

= 대장암이 발견돼 수술을 받기 사흘 전에 주치의가 홍 박사를 찾았다. 얼굴을 보면서도 말을 못하고 주저하던 의사는 홍 박사에게 `왼쪽 콩팥에서도 암이 발견됐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했다. 당시 홍 박사는 `잘 살면 두세 달 살겠구나` 하고 생각했단다.

그런 홍 박사에게 암을 극복한 동서가 찾아와 용기를 줬다. 나이 많은 동서는 홍 박사처럼 두 종류 암을 당당히 이겨낸 경험자요, 동지였다. 동서는 "살 수 있다"고 얘기했고 홍 박사는 그 희망의 끈을 붙잡기로 했다.

8시간에 걸친 수술이 끝난 후 닷새가 지나 조직검사 결과가 나왔다. 홍 박사 몸에 있는 두 가지 암은 서로 전이된 암이 아니라 다른 암이라는 결론이었다. 불행 중 다행이라는 말이 꼭 들어맞았다. 죽기 살기로 항암 치료에 매달리자고 마음을 먹었다.

"수술 후 6개월간 정말 긴 죽음의 터널을 지났습니다. 당시 키 174㎝에 몸무게 85㎏ 정도인 건장한 체격이었는데 체중이 15㎏이나 빠졌습니다. 입안이 다 부르트고 물집 같은 것이 목, 위, 장에까지 다 생겨났습니다."

구역질 때문에 아무것도 먹지 못하던 그는 어린 시절 할머니가 직접 담근 청국장이 떠올랐다. 순두부를 넣고 청국장을 싱겁게 끓여 겨우 목구멍에 넘길 수 있었다. 그때부터 그의 청국장 사랑이 시작돼 책까지 집필하게 됐다. 지금도 그는 한국 발효식품 마니아다.

◆ 암을 공부하다 발견한 `건강 식습관`

= 홍 박사는 항암 치료가 끝난 후 어떻게 하면 암을 이기고 건강하게 살 수 있을지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의학적 지식을 넘어선 건강한 생활 방식이 궁금했다. 어떻게 먹고, 어떻게 행동하면서 지내야 할지 몰라 영양학 책을 보고, 노화방지학회나 영양학학회 콘퍼런스에 참여하는 등 열심히 암을 이기는 방법을 공부했다.

그가 권하는 120세까지 건강하게 사는 법은 3가지다.

첫째는 적게 먹는 것이다. 그는 현대인 건강을 해치는 가장 큰 원인이 `오버 칼로리`라고 확신한다. 죽어야 할 세포들이 주위의 기름기 덕분에 안 죽고 살아남아 암을 만든다는 것이다.

둘째는 자신이 원하는 것보다 많이 움직이고 열심히 일하라는 것이다. 세 번째는 숙면. 이 3가지만 지키면 오래 살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홍 박사는 강조한다.

그는 아침을 꼭 챙겨 먹는다. 배가 부르고 묵직하도록 먹는 것이 아니라 두뇌를 자극할 정도로 소식한다. "오늘 아침에는 물고구마 길쭉한 것 3개를 숟가락으로 퍼먹고 오이 2쪽 잘라 놓은 것, 주스 한 잔 먹었어요. 빼먹지 말고 아침을 먹어야 건강해요." 그가 제안하는 웰빙푸드 10가지는 △콩 △고구마 △감자 △오이 △당근 △토마토 △녹차 △시금치 △상추 △가지 등이다.

특히 보랏빛 가지는 장에 쌓여 있던 찌꺼기를 깨끗이 청소해줘 최고 웰빙푸드란다.

◆ "암환자 돕는 봉사단체 키우고 싶어요"

= 홍 박사는 지난해 6월 암에 걸린 의사들을 중심으로 `암을 이기는 사람들의 모임`을 발족했다. 여기에는 암에 걸리지 않은 사람도 자원봉사자로 포함돼 있다.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암을 이기는 사람들의 모임(암이모)`과 같은 단체를 만들고 싶어 시작한 일이다.

"미국에서는 암에 걸린 사람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CEO들이 자기 전용기로 이동할 때 노선이 같은 암 환자들을 태워서 가는 것이죠. 또 이미 암을 겪고 이겨낸 사람들이 암으로 투병 중인 사람들을 찾아가 격려합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것으로 암 환자를 돕는 시스템이 아주 잘돼 있어요."

하지만 홍 박사 바람처럼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재정적인 한계와 실질적인 활동이 부족하다 보니 생각만큼 모임이 활성화하지 못했다. 홍 박사는 "지금은 주춤하고 있지만 앞으로 암이모가 비영리법인이 되면 좋은 자선단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암은 죽어야 할 병, 죽어가는 병이 아닙니다. 치유할 수 있는 병이에요. 관절염이나 당뇨병, 고혈압이 낫지 않고 평생 함께 가듯이 암도 마찬가지죠. 장기적으로 치유하고 조절할 수 있는 병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하게 120세까지 살아야죠."

[이상미 MK헬스 기자] [ⓒ 매일경제 & 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