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을 괴롭힌 벌…시도 때도 없는 화장실의 ‘死色’
ㆍ만성 복통·배변 장애 등 증상
ㆍ3개월 이상 지속·반복될 땐
ㆍ과민성 대장증후군 의심해야
배꼽 주위나 아랫배가 살살 꼬이는 것 같은 만성적인 복통, 설사와 변비가 번갈아 나타나는 배변장애, 배 속이 부글부글 끓거나 꾸르륵거리는 소리, 복부의 팽만감….
30대 후반의 자영업자 김모씨에게 1년 이상 고질적으로 나타난 증상들이다. 김씨는 금융업에 종사하다 3년 전에 작은 회사를 차린 이후 1년이 채 안돼 사업부진에 시달리면서 복부에 가스가 차고 술만 마시면 설사가 나는 증세로 고생해왔다. 최근 연속 과음을 한 뒤 상태가 크게 나빠져 병원을 찾아 검사를 해본 결과 ‘과민성 장(대장)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과민성 장증후군은 우리 주변에서 흔한 소화기 질환 중 하나로 감기 다음으로 결석이나 결근을 하게 되는 원인병이다. 전체 국민의 약 20%가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으며, 환자의 절반이 우울증이나 불안증을 가지고 있다.
발병의 주된 원인은 스트레스나 자극적인 음식, 색다른 환경 등에 의해 장이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인공조미료가 함유돼 있는 인스턴트 식품이나 고지방식 섭취, 운동 부족, 면역력 약화,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에 의한 장의 염증이나 장점막 방어벽의 손상, 세균 과증식 등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근로복지공단 안산산재병원 내과 황상준 과장은 “술에 들어 있는 알코올 및 과당, 탄산가스 등 성분은 위장의 자율신경 조절에 영향을 미쳐 위장 운동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위장 점막을 손상시켜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민성 장증후군에서 보이는 증상 중 대표적인 것이 하복부의 싸한 통증과 더불어 곧바로 설사가 나올 것 같은 느낌. 이때 화장실로 가면 대개 물 같은 설사가 아니라 아주 적은 양의 묽은 변이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배변 후에도 찜찜한 느낌(잔변감)이 남게 된다. 불규칙하게 변비가 생기거나 변비와 설사가 번갈아 나타나기도 한다. 가스가 차는 듯한 복부 팽만감이나 트림, 과도한 방귀 등도 흔한 증상이다. 대개 식사 후 심해져 밥을 먹고 나면 화장실로 직행, 볼일을 봐야만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메스꺼움과 속쓰림, 구토증을 같이 겪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현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반복된다면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경희대 한방병원 한방3내과 김진성 교수는 “환자 대부분은 장이 매우 민감해져 있으므로 장내에 가스가 증가할 수 있는 음식물 섭취를 피해야 한다”면서 “특히 탄산가스가 든 음료의 섭취를 줄이고 흡연이나 껌을 제한하며 지방질도 최대한 적게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한솔병원 이동근 대표원장은 “장이 예민해진 상태에서 스트레스가 가해지면 증상이 악화되기 쉬우므로 마음을 편하게 갖도록 하고 규칙적인 운동으로 심신의 기능을 향상시켜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과민성 장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심리적 안정과 식이조절, 규칙적인 생활습관이 중요하다. 증상에 따라 유산균 제제와 장운동 조절제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심리적 요인이 큰 경우에는 소량의 진정제를 같이 복용하면 효과가 있다.
장의 과민반응 증상이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반복되면 혈액검사, 대변검사, 대장내시경 등 세밀한 검사를 통해 다른 질환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급·만성장염, 염증성 장질환, 대장암 등 기질적인 질환과도 초기 증상이 유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질환은 만성이기는 하나 무증상 기간이 있어서 다시 증상이 재발할 때까지 멀쩡하게 지내기도 한다.
또 수면 중에는 복통이나 설사로 잠에서 깨어나는 법이 거의 없는 것도 특징이다. 특히 어떤 환자에게는 잘 듣는 치료방법이 다른 환자에게는 무익한 경우도 있다. 스트레스는 원인이라기보다는 악화요인으로 학계는 간주한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이풍렬 교수는 “아직 원인 및 병태 생리가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아 치료방침의 결정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환자 개개인에 따라 증상을 경감시켜주는 대증요법이 치료의 근간이며, 암이나 심각한 질환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해 불안감을 해소시키는 것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2010-12-16 21:28:27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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