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어따 두고 다녀?
내가 왜 이러지…나이가 ‘웬수’인가
스트레스·피로·수면부족이 건망증을 부추긴다. 여성의 경우 폐경
이후 호르몬 변화와 우울증 때문에 건망증 증세가 심해지기도 한다.
40대 이후 갑자기 건망증이 심해졌다면 나이 들면서 생기는 자연적 노화현상으로 볼 수 있다. 우리 몸의 모든 부분에서 40~50대 이후 본격적인 노화가 시작되는 것처럼 뇌 또한 정보를 이해하고 저장하며 집중하는 정보처리능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아직 건망증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의학계에서는 기억력과 관련한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을 분비하는 신경계와 측두엽·대뇌백질에 문제가 생기면서 건망증이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뇌의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은 남성과 여성 사이에 조금 차이가 있다. 남성들의 경우 술·스트레스·수면부족이 직접적 원인이다. 우리 뇌에서 감정을 조절하는 소뇌와 기억력을 담당하는 해마는 술에 특히 민감하다. 자주 술을 마시고 필름이 끊기는 현상이 반복된다는 것은 뇌가 공격받는다는 것을 의미하며, 반복적으로 손상을 받다보면 결국 기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심할 경우 알코 올성 치매가 발생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스트레스는 뇌의 기능을 약화시키고, 수면이 부족하면 집중력이 떨어져 건망증이 생기기 쉽다.
◎ 일시적 건망증의 발생 원인
■복잡한 환경에서 지속적 스트레스 및 긴장감으로 뇌가 복잡할 때 ■우울·불안감이 너무 오래 지속되고 생각을 집중했을 때 ■몸의 피로 ■떨쳐버리지 못하고 특정한 생각이나 사건에 집착하는 강박증이 있을 때 ■지속적 흡연·커피·음주(술은 뇌의 신진대사를 방해하고 기억력 떨어뜨림) ■수면부족 ■불규칙적 활동(문화·예술 종사자 등) ■비타민 결핍 ■가사에 종사하는 단순노동의 중년 여성(단순하면서도 반복되는 여러가지 일은 주의력을 떨어뜨린다) |
◎ 건망증 자가진단법
■사람 이름이나 전화번호를 자주 잊어버린다. ■약 먹는 시간을 자주 놓친다. ■어떤 일이 언제 일어났는지 기억하지 못할 때가 있다. ■여러 가지 물건을 사러 갔다 한두 가지를 빠뜨린다. ■며칠 전에 들었던 중요한 이야기를 잊는다. ■가스 불 끄는 것을 잊어버린 적이 있다. 또는 음식을 태운 적이 있다. ■오래전부터 해오던 일은 잘하지만 새로운 것은 배우기 힘들다. ■물건을 둔 장소를 잊어버리고 엉뚱한 곳에서 찾는다. ■반복되는 일상생활에 변화가 생겼을 때 빨리 적응하기 힘들고 당황한다. ■어떤 일을 해놓고도 했는지 안 했는지 몰라 확인한다. ■본인에게 중요한 일(가족 생일, 결혼기념일 등)을 잊을 때가 있다. ■물건을 두고 다니거나 또는 가지고 갈 물건을 놓고 간다. ■같은 사람에게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한다. ■하고 싶은 말이나 표현이 금방 떠오르지 않는다.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몰라 헤맨다. ■약속해 놓고도 잊을 때가 있다. ■남에게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이야기 도중 자기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 잊을 때가 있다. ■과거에 가본 장소를 기억하지 못한다. 해당 사항이 6개 이하면 정상, 7~14개면 건망증 훈련이 필요한 위험군, 15개 가 넘으면 스스로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자료:세브란스정신건강병원 |
여성의 경우 여성호르몬 변화와 심리적 스트레스, 피로 등이 주 원인이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건망증이 심한 환자의 60% 이상이 여성이고, 주부의 80% 이상이 건망증으로 고민한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기억장애와 관련이 있다. 폐경기 이후 여성호르몬을 투여하면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알츠하이머에 걸릴 확률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폐경기 여성은 호르몬의 변화뿐 아니라 자신이 늙어간다는 불안감, 여성성 상실에 대한 스트레스 등 중압감에 시달린다. 이러한 심리적 문제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지고 건망증이 심해지는 것이다.
건망증의 증상과 진단
단순한 가사노동이 반복되는 일상 또한 주부건망증을 부추긴다. 가사노동은 대부분 노련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고,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아무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하게 되는 단순노동이다. 가사노동처럼 평소 뇌에 지적 자극이 없는 생활을 반복하다 보면 건망증이 생기게 된다. 건망증을 호소하는 주부의 대부분이 불면증이나 우울증 등 정서적 장애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단순히 건망증을 치료하기보다 우울증부터 치료하는 것이 급선무다. 건망증 증상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심하지는 않지만 젊었을 때에 비해 기억하는 반응속도가 느려지거나 단기기억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일상생활에서 집중력·사고력·판단력도 다소 떨어졌다는 것을 느낀다.
또 어떤 일의 세세한 부분은 잘 잊어버리지만 전체적인 일은 제대로 기억할 수 있다. 이런 변화를 스스로 느끼는 정도라면 크게 걱정할 필요 없다. 하지만 스스로 생각하기에 남들보다 증세가 심각하다거나 주위 사람들이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라면 전문의를 찾는 것이 좋다. 건망증은 진행되는 질환은 아니지만 치매 초기 증상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 말하려는 단어가 순간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잦다면 건망증일 수 있고 치매 초기 증상일 수도 있기 때문에 전문의의 진단을 받거나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
병원에서는 일단 환자의 병력을 자세히 들어보고 원인과 상태를 점검한다. 필요할 경우 신경심리검사로 기억력을 평가하고, 뇌영상촬영·혈청검사를 통해 초기 치매 여부도 감별하게 된다. 의학적으로 볼 때 건망증과 치매는 전혀 다른 문제다. 건망증은 단기기억장애 또는 뇌의 일시적 검색능력장애다. 건망증은 시·공간적 맥락에서 과거와 현재를 잇는 고리인 기억현상에 차질이 생긴 것으로 기억훈련이나 주의집중훈련을 통해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치매는 뇌신경조직이 손상돼 지적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질병이다. 치매는 단기기억뿐 아니라 기억력 전체가 심각하게 손상됨은 물론 판단력과 언어능력, 작업능력도 현격히 떨어지게 된다. 뇌기능 영상사진을 찍어보면 치매환자의 뇌세포는 상당부분 죽어 있는 반면 건망증은 뇌 손상 없이 정상으로 나타난다.
이상증세 나타나면 반드시 전문적 검사 필요
치매는 초기에는 기억력 상실 등의 증세를 보이지만 치매의 핵심은 인격장애와 인지기능 와해다. 인격장애란 갑자기 아이처럼 행동하는 것을 말하며, 인지기능 와해란 기억·시청각·촉각 등에 의해 사물을 알고 사리를 분별할 줄 아는 능력이 무너지는 것을 말한다. 자동차 열쇠를 어디에 두었는지 잊는 것은 건망증이지만 이를 포함해 열쇠를 찾아도 시동 거는 법까지 생각나지 않으면 인지 기능을 상실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미국 알츠하이머협회는 열 가지 치매지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아래의 증상을 가진 사람은 치매거나 치매로 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① 집으로 가는 길을 잃거나 직장 근처에서 사무실을 찾느라 헤맨다.
② 약속을 까맣게 잊고 그 사실도 생각나지 않는다.
③ 아이를 업은 채 셔츠를 몇 벌 겹쳐 입는다.
④ 은행에서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하고 출금 방법을 몰라 쩔쩔맨다.
⑤ 다리미를 냉장고 안에 집어넣거나 커피 통에 손목시계를 둔다.
⑥ 요리 순서를 기억하지 못하고 자신이 요리를 준비한 사실조차 잊어버린다.
⑦ 대화 중에 전혀 엉뚱한 단어를 사용한다.
⑧ 감정이 급격하게 변하면서 통곡하거나 격렬히 화를 낸다.
⑨ 대인관계를 기피하거나 남을 많이 의심한다.
⑩ 무기력증에 빠져 누군가 북돋아줘야만 일하게 된다.
출처 : 암 싸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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