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여는 책]‘감염’
“세균이 없으면 인간도 살 수 없다” |
2010-09-24 오전 11:52:20 게재 |
유익한 먹을거리·생태계 순환 도와 … 전염병 재앙, 인간이 자초 제럴드 캘러헌 지음ㅣ강병철 옮김 세종서적 ㅣ 1만5천원 미생물 하면 사람들은 질병과 부패를 먼저 떠올린다. 물론 미생물이 발효를 통해, 또 분해자로서 우리에게 유익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생태계의 순환을 돕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사람도 있다. 이 책은 전염병과 미생물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여느 책과 완전히 다른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상당히 독특하다. 이 책의 저자인 제럴드 캘러헌은 매우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그는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 면역학 및 병리학 교수이다. 같은 대학의 영문학 교수이기도 하다. 의학을 전공한 자연과학자이면서 수많은 시와 수필을 문학지에 발표해왔다. 과학과 문학에 관한 저술과 강의로 많은 상을 받기도 했다. 이 책을 골라 읽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두루 섭렵한 학자가 풀어내는 미생물 이야기는 어떤 것일까’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 책을 고른 또 하나의 이유는 특이한 역자의 이력 때문이다. 옮긴이 강병철은 의사다. 서울대 의대를 나온 소아과 전문의이다. 하지만 지금은 돈 잘 벌 수 있는 의사 일을 하지 않고 캐나다 밴쿠버에 살면서 재즈를 즐기고 좋은 책의 기획과 번역 일에 매달리고 있다. 그가 번역한 책 ‘살인단백질 이야기, ‘제약회사는 어떻게 우리 주머니를 털었나’ 등을 기분 좋게 읽은 적이 있어 ‘감염’ 또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소설처럼 흥미진진한 미생물 이야기 = 이 책은 건강과 생명을 주는 이로운 미생물(1부), 고통과 죽음을 주는 해로운 미생물(2부), 인간과 미생물의 도전과 응전(3부) 등 3부로 나눠 감염병과 미생물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각 장을 시작할 때마다 독자들을 빨아들이는 유려한 문장으로 그 장에 걸맞은 사례를 골라 마치 한 편의 빼어난 소설을 읽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도록 만든다. 그 사례의 상당수는 자신의 가족이 겪은 이야기다. 그는 미생물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각인시켜주기 위한 좋은 보기로 할아버지, 외삼촌 등의 삶과 죽음에 얽힌 이야기를 십분 활용했다. 1부 1장 ‘감염 어디서 오는가? ’는 이렇게 시작한다. “헨리 페리는 와인 잔을 들어 코에 대고 보르도산 레드와인의 풍부한 향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잔 너머로 오늘 밤을 즐기기 위해 준비한 젊은 여인의 놀랍도록 푸른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다. 자주색 드레스 위로 드러난 어깨에 갈색 머리칼이 출렁거렸다. 이토록 희고 완벽한 피부를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였던가. 에이드리엔이라는 여자에게서는 사향 냄새가 났다. 삼킬 듯 바라보는 헨리의 눈길을 그녀는 미소로 받았다(중략).” 2차 대전 때 독일군과 싸우는 전쟁터에서 1박2일의 휴가를 얻어 파리의 한 아파트에서 아름다운 여인과 짧은 쾌락을 즐긴 뒤 매독에 걸린, 그리고 이로 인해 나중에 숨진 외삼촌(헨리 페리)의 이야기가 캘러헌의 상상력이 더해진 맛깔 나는 문장으로 영화의 한 장면처럼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 지은이는 1부에서 세균이 없으면 결코 인간도 존재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깨끗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질병에 더 취약하고 아토피와 천식에도 더 잘 걸린다는 ‘위생 가설’을 무균 마우스 사례와 연구를 통해 쉽고도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자연과 가까이 할 기회가 없는 아이들, 특히 핵가족 가정에서 자란 경우 훨씬 더 적은 병원균과 접촉하고 그 결과 이들이 병원균과 접촉할 경우 심각한 질환에 걸릴 위험성이 더 커진다. 생애 첫 수개월 동안 가족 아닌 다른 어린이들에게 적게 노출된 어린이들은 소아 백혈병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다. 이는 세균이 없으면 우리는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을뿐더러 최악의 경우 스스로를 해치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핵가족 시대와 도시에서 아파트 위주 생활을 하고 있는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기도 하다. 흔히들 감염은 나쁜 것이라고만 생각한다. 캘러헌은 감염에 대한 강박적 공포 때문에 스스로 호텔 방에 갇혀 죽은 미국의 백만장자 하워드 휴스를 거론하면서 “구원은 소독된 방의 멸균시트에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개미가 본능적으로 알고 있듯 우리가 딛고 선 흙속에 있다”고 강조한다. ◆인간 DNA도 감염으로 구성 = 그리고 “우리 인간 DNA 유전자 가운데 상당 부분은 인간 본래의 것이 아니라 세균과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이들 DNA가 끼어들어온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미토콘드리아 DNA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일부만 인간일 뿐, 일부는 바이러스이고 또 다른 부분은 세균인 것이다. 결국 감염은 질병의 방식이기도 하고 동시에 삶의 방식이기도 한 셈이다. 2부에서는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중 극소수만이 질병을 일으키지만 이들이 일으키는 에이즈, 말라리아, 한센병, 유행성출혈열, 괴저와 같이 살을 썩게 하는 등 무시무시한 결과를 가져오는 감염병을 살펴보고 있다. 지은이는 “수십 년간 우리는 항생제, 소독제, 백신 등으로 병원균의 위협을 없애고 세상을 멸균하는데 몰두했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감염의 세상이라는 것이다. 최근 들어 과학자들의 힘을 빌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위암)와 B형 간염바이러스(간암), 인유두종 바이러스(자궁경부암) 등 암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미생물들이 그 정체를 속속 드러내고 있다. 이 책은 이들 암뿐만 아니라 심장질환, 간질, 정신분열증 등 지금까지 미생물과는 직접 관련이 없을 것 같았던 질환들도 실은 세균과 바이러스, 기생충 등이 직간접으로 관여한 결과라는, 아직 일반 상식이 되지 않은 관련 연구들을 소개해 눈길을 끈다. 마지막 3부는 사스, 뎅기열, 광우병, 에이즈, 그리고 인류를 절멸시킬 가능성이 가장 높은 독감 등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거나 앞으로 변화시킬 새로운 미생물들을 살펴보고 있다. 캘러헌은 이런 질병들이 대유행을 하게 된 데는 병원체 독성과 변이 탓도 있겠지만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 파괴, 교통수단의 발달과 무지, 가난, 비뚤어진 신념 따위가 자리 잡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 현재, 미래 세계 경제와 정치의 핵심에는 감염병이 있으며 어느 누구도 이 문제를 피해갈 수 없다. 우리는 때때로 이 사실을 잊고 살아갈 뿐이다. 지은이가 이 책에서 결론적으로 말하고 싶은 이야기이다. 안종주 칼럼니스트 보건학박사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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