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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별 암/각종암 분류

벌집 모양 '물혹'은 암으로 진행될 수 있어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0. 7. 23.

벌집 모양 '물혹'은 암으로 진행될 수 있어
물혹 발견율 급증
동그랗고 맑은 물뿐이면 보통은 걱정할 필요 없어
주기적으로 변화 관찰만… 췌장 물혹은 대부분 수술

포토'낭종(囊腫)'이라 부르는 물혹은 주머니 모양의 진피(眞皮) 안 공간에 장액(奬液)이나 지방이 차 있는 것. 암과 상관이 없는 양성 종양이어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지만 찜찜한 마음을 떨치기는 쉽지 않다. "갑자기 물혹이 커져 수술했더니 암으로 변해 있었다"는 얘기도 들려 더 기분이 나쁘다. 복부 장기에 생기는 물혹의 정체는 무엇이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간=간의 물혹은 복부초음파 검사를 받는 환자 10명 중 1명에게 발견될 정도로 흔하다. 대부분 풍선처럼 동그란 모양이며, 그 속에 맑은 물(장액)만 들어 있다. 대개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고 6개월~1년마다 한 번씩 물혹의 크기나 모양 변화를 관찰한다. 그러나 크기가 10㎝ 이상 커서 주변 장기나 혈관을 압박하거나 물혹 안으로 균이 들어가 염증이 생기면 수술을 고려한다. 물혹이 울퉁불퉁하고 물혹 안이 벌집처럼 공간이 나눠져 있는 경우에는 암으로 진행될 수 있어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촬영(MRI) 등의 정밀 검사 후 물혹을 떼어낸다. 보통 물혹이 붙은 간 조직을 일부 떼어내며, 물혹 속의 물을 빼거나 에탄올 등 화학제를 넣어 물혹을 눌어붙게 하는 치료법도 있다. 그러나 물혹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는 이상 재발 가능성이 높다.

◆신장=신장 물혹은 50대 이상의 10~20%에게 있을 정도로 흔하다. 역시 물혹을 떼어내지 않고 6개월~1년에 한 번씩 관찰만 한다. 다만 물혹을 가진 환자의 약 10%는 혈뇨, 신우염, 통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 때에도 물혹을 떼어내지 않고 약물 등으로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를 한다. 그러나 신장 물혹이 있는 사람의 약 2%는 신장암으로 진행한다. 보통 물혹 안에 벌집 모양처럼 공간이 나눠져 있거나, 딱딱한 결절 등이 있으면 수술을 고려한다. 신장 물혹을 떼어낼 때는 신장도 같이 떼어내는 수술을 한다. 한편, 신장 안에 포도알같이 수많은 물혹이 생기는 '다낭신' 같은 유전성 질환도 있다. 1000명에 1~2.5명꼴로 발생한다. 보통 30~40대에 병이 시작돼 점점 신장을 손상시키며, 결국은 혈액투석을 해야 한다. 다낭신은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 신장 손상을 늦추기 위해 혈압 조절, 감염 예방 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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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췌장 물혹은 간이나 신장 물혹보다 매우 드물게 발견되며, 일단 발견되면 60~70%가 수술로 떼어낸다. 암으로 진행되는 물혹(경계성 종양)이 30% 가까이 되기 때문. 췌장은 복부 깊숙한 곳에 있어 초음파나 CT로도 크기·모양 변화를 정확하게 감별하기 어렵고, 조직검사를 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췌장암 예방 차원에서 물혹이 발견되면 적극적으로 떼어내는 것이 원칙이다. 특히 물혹의 크기가 3㎝ 이상이거나, 3㎝ 미만이라도 계속 커지거나, 모양이 울퉁불퉁하고 물혹 안에 5㎜ 이상의 알갱이 같은 결절이 있으면 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떼어낸다. 크기가 3㎝ 미만이고 크기나 모양의 변화가 거의 없으면 3~6개월마다 추적검사를 한다. 수술을 할 때, 췌장의 꼬리 쪽에 물혹이 생기면 췌장만 떼어내고, 머리쪽에 생기면 췌장과 십이지장을 모두 떼어낸다.

◆난소=난소 물혹은 자궁근종만큼 흔하게 생긴다. 우리나라 여성 5명 중 1명이 가지고 있을 정도다. 대부분 암으로 바뀌지 않아 수술을 하지 않는다. 난소에 생기는 물혹 중 가장 많은 '출혈성 물혹'은 원인이 비교적 명확하다. 난소에는 성숙한 난자가 배란되는데 이 과정에서 주변에 작은 혈관이 터지고 난소 안에 출혈성 물혹이 생긴다. 출혈성 물혹은 대개 크기가 작고, 증상이 없으며, 1~3개월 안에 저절로 없어지므로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는다. 피임약을 먹으면 배란이 중지돼 출혈성 물혹이 더 빨리 소멸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출혈성 물혹이 3개월 안에 없어지지 않고 오히려 계속 커지거나, 출혈성 물혹 때문에 난소가 무거워져 나팔관이 꼬여 급성 복통을 유발하면 수술을 고려한다. 맑은 물만 들어 있는 물혹도 있다. 이런 물혹은 크기가 8㎝ 이상이 되거나, 물혹 안에 딱딱한 결절 등 물이 아닌 다른 조직이 들어 있으면 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어 수술을 한다. 수술을 할 때 물혹만 떼어내고 난소의 정상조직은 살려 놓는다. 한편, 난소 기능이 멈춘 폐경 여성에게 난소 물혹이 생겼다면 악성 확률이 있으므로 전문의와 상담 후 수술을 결정한다.

도움말: 강창무 세브란스병원 췌담도외과 교수, 권영훈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교수, 전대원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임천규 경희대병원 신장내과 교수, 권용순 제일병원 산부인과 교수

기사등록 : 2010.06.16 08:44
기사작성 :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lks@chosun.com
기사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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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 모양 '물혹'은 암으로 진행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