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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치료/국내외 암관련 시설

강남세브란스 병원 갑상선암센터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0. 2. 28.

여성암 100% 완치에 도전한다 ① 강남세브란스 병원 갑상선암센터 

 

 

임신과 출산, 그리고 아이들 뒷바라지를 끝내놓고 한시름 놓을 만한 나이. 이즈음 여성을 노리는 ‘덫’이 있다. 갑상선암·유방암·부인암 등 여성암이다. 이 중 자궁경부암은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갑상선암과 유방암 발생률은 수직상승하고 있다. 수요는 공급을 창출하게 마련. 암 발생의 패턴이 바뀌면서 암과 싸우는 의료기관도 재정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최근 강남세브란스병원은 기존 클리닉으로 분산됐던 암 관련 진료 조직을 7개 암센터(갑상선암·유방암·부인암·위암·대장암·폐암·비뇨기암)로 통합·확대해 암과의 일전(一戰)을 선언했다. 진료 서비스를 환자 중심으로 개편하고, 정확한 진단에서 맞춤식 치료까지 토털 시스템을 구축했다.‘여성암, 100% 완치에 도전한다’ 기획시리즈를 강남세브란스와 함께 4회에 걸쳐 소개한다. 첫회엔 국내 최다 수술건수를 기록하고 있는 갑상선암센터를 찾았다.



다른 병원 포기 환자 돌보는 ‘4차 치료기관’

‘맹장 밑에 약졸 없다’. 강남세브란스 갑상선암센터를 이끌고 있는 박정수 교수와 장항석·이용상 교수를 두고 하는 얘기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 갑상선암 수술 분야를 개척한 1세대. 대한갑상선암학회를 만들어 초대 회장을 지냈고, 국내 치료 성적을 국제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그가 본격적으로 갑상선암을 수술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말부터. 하지만 당시엔 암보다 양성결절이나 갑상선기능항진증이 훨씬 많았다. 환자가 폭증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말부터다.

그동안 그가 수술한 암환자는 1만 명에 육박하고, 양성까지 포함하면 2만례를 돌파한다. 외국에는 이런 전례가 없어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다. 국내에 갑상선암 환자가 많은 것은 해조류를 많이 먹는 민족적 식습관 때문. 박 교수는 “요오드가 함유된 미역·김 등을 즐기는 일본과 한국에 갑상선암 발생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강남세브란스에서 수술한 갑상선암 환자 건수는 1472명. 2008년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근무했을 땐 2363명에 이르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의 갑상선암 전문병원인 노구치병원과 고베의 구마병원의 1년 수술 건수를 합친 숫자(1700명)보다 많다.

강남세브란스는 갑상선암 분야에선 다른 병원이 포기한 환자를 치료하는 4차 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엔 70세 할머니에게서 발생한 직경 15㎝의 갑상선암을 무려 11시간46분에 걸쳐 수술해 살려내는 데 성공했다. 해외에 발표하는 임상논문은 매년 10여 편에 이른다.

박 교수는 “1980년대 이미 일본은 갑상선 분야에서 국제 수준의 논문을 제출하고, 연 1000명 이상 수술을 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우리의 수술 건수와 성적, 논문 수준에서 결코 미국이나 일본에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강남세브란스 갑상선암센터는 일본의 3대 갑상선암 전문병원인 노구치병원·구마병원과 공동연구·의료진 교환 연수·환자 의뢰 등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곳은 교육의 산실이기도 하다. 서울아산병원·아주대병원·강북삼성병원·일산병원 등 스타급 갑상선암 외과의사들이 그의 제자다. 지난해엔 그에게 수학한 제자 50여 명이 ‘연세갑상선내분비연구회’(YES)를 발족하기도 했다.

절개식이냐, 내시경이냐 … 환자맞춤형 수술

강남세브란스 갑상선암센터의 수술 성적은 국제 수준이다. 수술 후 평균 8.5년(512년)된 환자의 재발률은 16.3%, 사망률은 4.4% 수준. 저위험군의 경우엔 재발률이 11%, 사망률은 0.4%에 불과하다(미국은 10년 재발률 20%, 30년 재발률 30% 수준).

이곳의 의료진은 환자 맞춤식 수술을 지향한다. 환자의 병기와 예측되는 병의 진행에 따라 전통적 수술(절개를 통한 외과수술), 내시경수술, 로봇수술을 적용한다.

전이된 암은 박 교수와 장 교수가 맡는다. 암덩어리만 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암세포가 전이된 림프와 주변 조직을 광범위하게 절제한다. 재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박 교수는 “내시경의 경우 겨드랑이나 젖꼭지 주변으로 들어가는데 암세포와 거리가 멀고, 화면을 보며 수술하기 때문에 시야의 사각지대가 생긴다”고 말했다. 로봇은 숙달된 기술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암덩어리를 잘못 건드려 주변 조직에 퍼뜨릴 수 있다. 따라서 내시경수술이나 로봇수술은 암세포가 갑상선막까지 침범하지 않은 초기일 경우, 그리고 특정 부위에 암이 국한됐다고 판단될 때 권한다. 내시경과 로봇수술은 이용상 교수가 담당하고 있다.

수술 전 평가는 재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필수 과정이다. 암의 크기보다 암세포의 침범 정도는 물론 림프나 폐 등 암세포가 퍼져나가는 경로 파악이 더 중요하다는 것.

수술 후 후유증을 줄이는 작업도 중요하다. 박 교수는 “갑상선 뒤쪽에 성대신경과 부갑상선(혈액 속의 칼슘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기능)이 있어 수술 시 세심한 주의와 전문성으로 합병증을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암이 신경을 둘러싸고 있거나 침범한 경우 1~2%에서 목소리에 변화가 오기도 한다.

흉터 감안해 목주름 부위로 절개

갑상선암센터는 이번에 환자 대기시스템을 바꿨다. 환자가 3개 진료실로 나눠 대기하고 있으면 의사가 미리 파악한 환자 정보를 갖고 찾아가는 방식. 환자가 밖에서 기다리는 불편을 없애고, 충분한 진료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진단에서 치료까지의 기간도 대폭 줄였다. 일반적으로 진료에서 암 확진을 위한 세침검사를 받기까지 다른 병원은 최소 1주일이 걸리지만 이곳에선 당일 처리된다. 또 두 번째 진료 시 수술 여부를 결정해 코디네이터가 입원 전 환자의 도우미 역할을 수행한다.

수술 흉터를 최소화하려는 노력도 한다. 박 교수는 “갑상선암은 30, 40대에 자주 발생하는 데다 우리나라 여성은 특히 외모에 관심이 크다”며 “이를 감안해 절개선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주름진 부위를 선택한다. 또 암 초기환자인 경우엔 내시경수술과 로봇수술을 권한다.

수술로 암덩어리를 완전히 들어냈다고 해도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미세한 암세포가 남을 수 있다. 갑상선암은 다른 암과는 달리 항암제가 잘 듣지 않아 방사성동위원소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국내 병원에서 방사성동위원소 치료실에 입원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치료비가 낮아 병원들이 고가의 치료실을 만드는 데 주저하기 때문이다. 강남세브란스 갑상선암센터는 방사성동위원소 치료실을 6개 갖추고 있다. 원자력병원(7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갑상선암 환자 중 림프선에 전이된 환자가 동위원소 치료 대상자다.

갑상선암은 대체로 치료 결과가 좋다. 90% 이상 되는 유두 갑상선암 환자의 경우 1㎝ 미만에서 치료하면 암에 희생될 확률은 1%도 안 된다. 그렇다고 방심하다간 ‘허’를 찔릴 수 있다. 박 교수는 “치료가 잘되는 암도 약 10%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악성으로 바뀐다”며 “암을 발견하면 시간을 놓치지 말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권했다.
 
[출처: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