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형규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내과 교수 [쿠키 건강칼럼] 며칠 전이다. 동료 의사가 의논할 것이 있다고 찾아왔다. 환자 중 90세가 된 분이 있는데 가족들이 장수를 기원한다는 뜻으로 건강검진을 시켜 드렸던 모양이다. 그런데 거기서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다. 폐암이 발견된 것이다. 평소 아무런 증상이 없었기에 생각도 못한데다 암의 진행이 초기를 지나 중기쯤 된다고 했다. 폐암은 소화기암과는 달리 폐와 심장기능이 나쁜 경우 수술하기가 어렵다. 나이가 나이니만큼 폐나 심장의 기능이 떨어져 있을 터인데 폐를 들어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회복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의학적으로 회복이 안 된다는 말은 수술 후 의식을 찾지 못한 채 돌아가실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족들은 예상하지 못한 일에 당혹스러워하는 눈치였다. 좋은 뜻으로 건강검진을 해드렸는데 건강검진을 권한 가족도, 당사자인 환자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인 것이다. 암이라는 것이 모르고 지내면 그냥 지낼 수 있겠지만 일단 알고 나면 그렇지가 않다. 그렇다고 90세 노인에게 수술이나 항암치료를 하자고 하기도 쉽지 않다. 의료에는 이와 비슷한 문제가 많다. 요새 유행하는 신종 플루도 그중 하나다. 노인이나 면역력이 약화된 환자를 고위험군이라고 한다. 하지만 90세 이상의 노인이나 말기 암환자도 고위험군이니 예방주사가 필요한가라는 것과 같은 말이다. 예방접종이 오히려 건강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또 여명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에게 투입되는 의료비용의 적정성에 관한 논란도 있을 수 있다. 우리가 평생 낸 의료비를 죽기 전 일주일동안 중환자실에서 다 쓴다는 통계도 있다. 생명은 고귀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고귀한 생명을 살리고 지키는데 많은 돈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이론적으로는 모든 환자에게 최상의 진료를 해야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한정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효과적인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다른 나라에서는 의료비의 효율적 운영에 대한 국민적 논의가 활발한 편이다. 어떤 제도하에서도 의료비는 내 주머니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국민의 세금도 따지고 보면 내가 낸 것이고 의료보험 역시 내가 낸 돈이다. 필자는 아직도 그 할아버지의 폐암치료에 대해 대답하지 못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어떠한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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